장로교신학회 ‘장로교회와 예배’ 학술발표회 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 역사적 의의 조명

한국 장로교회의 예배 현실을 그 근본에서부터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학회가 열렸다. 한국장로교신학회(회장:이종윤)는 3월 20일 ‘장로교회와 예배’를 주제로 학술 발표회를 열었다. 총신, 합신, 장신, 한신 등 한국장로교연합회 회원교단 신학교의 교수들로 이루어진 한국장로교신학회는 이날 발표회에서 신약신학, 역사신학, 실천신학의 관점에서 예배, 특히 장로교회 예배의 신학적, 역사적 정체성을 확인하고, 나아가 오늘 한국 장로교회의 예배의 실태와 문제점을 제기하고 토론했다.
‘신약신학에 나타나는 예배’를 발표한 정훈택 교수(총신대)는 현대의 예배 형태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을 신약성경에서 발견할 수 없다는 전제와 함께, 그러나 현대의 예배 의식이나 예배 정신을 낳은 기초는 신약성경에서 충분히 발견할 수 있다고 논했다. 정 교수는 예수님의 생애와 말씀과 활동이야말로 기독교 예배 형태의 출발이자 기초라고 강조했다.
‘역사신학적 관점에서 본 장로교의 예배모범’을 통해 임원택 교수(천안대)는 웨스트민스터 총회에서 예배모범이 제정된 역사적 과정을 설명하고 그 역사적 의의를 제시했다. 임 교수는 장로교회 예배의 원류인 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은 장로교회파와 독립교회파를 아우르는 청교도 전체의 합의된 예배 규범이었다고 그 의미를 부여했다.
‘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의 형성과정과 그 내용에 관한 분석’을 제목으로 정장복 교수(장신대)는 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은 개혁의 기본정신을 이어받은 성경에 가장 충실한 예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좋은 영향을 끼쳤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특수한 시대적, 정치적 산물이라는 한계로 인해 예배의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이해와 수용이 미흡했다고 비평했다.
이날 발표회에서 논평자로 선 이상규 교수(고신대)는 “오늘날 한국 교회 특히 장로교회의 예배가 비신학적 혹은 탈신학적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면, 그것은 한국장로교회의 신학적 혼란을 의미한다”며 한국 교회의 예배가 “하나님을 향한 예배라기보다는 인간중심적 즐거움(entertainment)의 추구로 전락할 위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날 발표회에서는 장로교회 예배 모범의 근간이 된 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이 역사신학과 실천신학의 관점에서 집중 조명되었다. 이날 세 장로교회 신학자의 발표 내용의 주요 부분을 줄여 소개한다.

“예수 생애가 예배의 근거”-정훈택 교수(총신대)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은 구약적 예배의 전통에서 나왔지만, 그 여러 요소를 마감하고 예배에 새로운 의미와 새로운 형태를 부여하였다. 예배하는 관점에서도 예수님의 생애는 옛것을 완성하고 새로운 예배, 즉 참된 예배의 출발점이 되었다.
‘예배’란 하나님께 굴복, 복종, 존숭, 의존, 감사, 섬김을 표현하는 인간의 행동이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하나님 앞에 꿇어/엎드려 절하는 것으로 표현되지만 여러 다른 행동 및 활동으로 얼마든지 확대될 수 있다. 또한 신약성경의 ‘예배하다’(프로스키네인)의 목적으로 예수님이 등장하셨다는 사실은 신약적, 기독교적 예배의 가장 커다란 특징이다. 예배란 하나님 아버지에게만이 아니라 성자 예수님에게 직접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 특히 예수님의 제자들이나 신자들이 예수님께 예배했던 과거를 보여주는 복음서들은 신약적. 기독교적 예배의 모형이라고 부를 수 있다. 후대에 발전한 여러 예식들의 이론적 근거를 이곳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구약 예배는 그리스도의 오심으로 그 완성에 도달한 것으로 인정되고 그 의식적 요소는 모두 중지되었다. 신약성경, 신약교회의 예배 형태는 회당예배와 유사하지만 근본적인 차이점이 들어왔다. 신약적 예배의 근거는, 때로는 성전예배, 때로는 회당예배와 유사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사람으로 오시고 사람으로 사시며 하나님의 구속 사역을 이행하신 예수님의 생애, 활동, 교훈에 절대적으로 기초한다.
예수님의 생애, 이 생애를 보여주는 복음서의 상황을 예배 상황이라고 분석할 때 현 교회 예배의 모든 요소들은 그곳에 확고한 근거를 가지고 있음이 확인된다.

“최소한의 예배지침 필요”- 임원택 교수(천안대)
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 본문의 제목은 ‘공중기도, 성경봉독, 시편 찬송, 설교, 성례전 집전과 그밖에 일반적으로 혹은 특별히 하나님께 드리는 공중 예배 순서를 위한 지침서’이다.
이 예배 보범은 독립교회파의 강한 주장에 따른 장로교파의 타협안이었다. 장로교파의 주된 경향은 규정된 기도 형식 쪽이었고, 대안적으로 그리고 가끔씩 자유로운 기도를 인정하는 편이었는데, 장로교파가 대다수였던 웨스트민스터 총회의 예배모범이 기도서가 아니라 수칙서였음은 그들이 독립교회파에 의해 설득되어 비규정적 기도 쪽으로 나아갔음을 보여준다.
장로교파와 독립교회파가 예배를 위한 합의된 지침을 가졌음은 청교도들의 공동의 전통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것은 더 이상 청교도 예배가 각 회중에 따라 다 다른 방식으로 드려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반드시 기억할 것은 청교도들은 어느 때든지 하나님 예배를 자기들 마음대로 하려했던 적이 없고, 그들은 항상 하나님 말씀에 합당한 예배를 드리려 추구했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칼빈주의적 예배 순서나 방식을 받아들인 것도 그것이 그들이 요구하는 성경적 기준에 부합했기 때문이었다.
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이 기도서가 아니라 수칙서를 지향했음을 고려할 때, 오늘날 한국 장로교회에서 각 교회에 따라 다양한 예배순서가 존재함을 전혀 부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 통일성을 전제하지 않는 다양성은 무질서에 빠지기 쉬우며, 예배의 무질서는 신자들에게 혼란을 주게 된다. 그러므로 오늘날 한국 장로교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배 지침을 모색함이 필요하다.

“예배 정신은 하나님 중심”- 정장복 교수(장신대)
개혁교회의 진정한 탄생은 성삼위 하나님을 어떻게 믿는냐는 교리적인 싸움보다 하나님을 어떻게 예배할 것인가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 개혁의 결실은 바로 예배의 혁신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실례는 웨스트민스터 회의의 첫 열매가 바로 예배 모범이었다는 사실에서도 뚜렷이 입증되고 있다.
존 낙스가 가져온 ‘제네바 예식서’에 대한 스코트랜드교회의 개정작업이 웨스트민스터 총회를 거치면서 이룩된 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은 그 기본정신과 표현에 있어서 ‘제네바 예식서’와 맥을 같이 하고 있으나 그 구조와 내용은 새롭게 편성되었다. 이 예배모범은 공중기도, 성경봉독, 시편송, 설교, 성례전 등 14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또한 각 항목들은 모두가 개신교 예배의 핵심적인 요소들로 제시되어 있다.
이 예배모범은 하나님 중심의 예배 정신을 보다 선명하게 나타내고 있으며, 그 성격과 구성은 하나님의 은총과 그 은총을 경험한 성도들의 응답을 핵심적인 예배의 관계로 설명하고 있다. 이 예배모범은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개혁의 기본정신을 이어받아 성경에 나타난 예배에 가장 충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어져야 한다.
이 예배모범은 영연방의 개혁교회뿐만 아니라 19세기 미국 장로교의 선교를 받은 전 지역에 예배의 모델로서 그 예배의 정신과 내용과 구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러나 이 예배모범은 아무리 완벽한 내용을 수록하고 전통적인 개혁정신을 담고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적 적용이라는 과제 앞에서는 몇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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