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과 행함 사이 갈등 없다” “올바로 분별하고 행동하라”


한국복음주의윤리학회를 함께 꾸려가는 동료이기도 한 두 기독교윤리학자가 3월 첫째 날과 둘째 날 각각 ‘행하는 삶-기독교윤리학자가 본 야고보서’와 ‘시대의 분별과 윤리적 선택’을 제목으로 단 기독교 윤리학 저서를 사이좋게 선 보였다. 학회와 강연과 강의를 통해 기독교윤리학자로서의 소명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차근차근 준비한 연구서를 내놓은 이들이 있어, 윤리 부재의 탄식이 들려오는 한국 교회에도 소망은 있어 보인다. 이상원 교수가 기독교윤리학의 관점에서 야고보서를 연구하여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삶의 기초를 다지고 있다면, 신원하 교수는 오늘 우리 사회에서 우리의 오감과 와 닿는 실제적인 윤리 문제들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 지침들을 제시한다.

'행하는 삶-기독교윤리학자가 본 야고보서 / 이상원 지음, 총신대학교출판부 펴냄.'
야고보서를 설교하기를 꺼려하고 묵상하기를 주저하는 시대이다. 너무나 신랄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이 그 말씀의 요청에 부합하지 못함을 적어도 우리의 양심은 감지하고 있기 때문에 느끼는 통렬한 가책이기도 하다.
바로 이 야고보서에 우리의 믿음을 바로, 솔직하게 비추어 볼 것을 요청하는 책이다. 이신득의의 구원을 강조하면서 우리는 행함을 짐짓 가치 없는 것인 양 여겼다. 그러나 역시 우리의 양심은 안다. 믿음과 행함이 대척 관계에 있지 않다는 것을, 지은이 이 교수는 “구원론과 윤리론의 관계를 설정함에 있어서 바울과 야고보 사이에는 갈등이 없다”고 못 박는다.
첫째, 복음이 무엇인가를 바르게 알아야 한다. 둘째, 복음을 받은 자들은 현실 속에서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바르게 알아야 한다. 셋째, 복음과 기독교인의 삶은 서로 어떤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는가를 바르게 알아야 한다. 이상원 교수는 기독교인들이 건실한 신앙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복음과 삶을 “바르게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복음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어떤 삶을 살기를 요청하는가? 그 답은 물론 성경 전권에서 살펴 찾아야 한다. 그렇지만 우선 갈라디아서와 야고보에서 그 핵심을 찾아 볼 것을 이 교수는 권한다. 이 교수는 야고보서에는, 그리스도인이 은혜로 값없이 받은 구원에 머무르지 않고 행하는 삶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제6강 행함이 없는 믿음), 그리스도인이 갖추어야 할 참된 지혜(제2강 외적인 시험, 참된 지혜) 그리스도인의 바른 언어생활(제7장 말에 온전한 자), 재물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태도(제3강 부에 대한 경고, 내적인 시험, 제10강 부자에 대한 경고), 세속에 물들지 않는 거룩한 삶(제9강 세상의 벗이 되지 말자)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믿음과 행함, 둘 가운데 무엇이 우선하냐를 두고 온갖 지혜와 현학을 동원하여 탁상 논쟁을 벌이고 있는 사이, 그 탁상 아래서 빵 부스러기를 구하는 이 시대의 가난한 수로보니게 여인을 돌아보지 않는다면야 그것은 역시 공론에 불과한 것임을 이 책은 일깨운다.

'시대의 분별과 윤리적 선택 / 신원하 지음, SFC 펴냄.'
독신, 동거, 입양, 호주제, 트랜스젠더, 대리모, 생명공학, 유전자 치료, 정당전쟁과 테러, 양심적 병역 거부, 주5일 근무제, 일과 쉼, 화장과 매장, 시민적 교양, 로또복권, 다단계 판매, 청부론과 청빈론.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윤리적 문제들이다. 성과 가정, 생명과 의료, 전쟁과 평화, 교회와 사회, 가난과 부요로 묶어 놓은 이들 17가지 윤리 문제들은 우리에게, 이 책의 제목처럼, ‘시대의 분별’과 ‘윤리적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가운데 더러는 ‘이것도 윤리적 문제인가’ 의아한 생각을 들게 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게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는 그 만큼 윤리적으로 둔감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윤리적 선택은 수많은 의문과 질문을 전제한다. 삶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며, 우리의 삶에 어쩌면 윤리적 중립 지대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거의 모든 문제들에서 ‘질문’을 던지는 신 교수의 마음을 그렇게 헤아려 본다. 독신-은사 받은 사람만이 선택할 수 있는가? 동거-안전한 결혼을 위해 필요한 방편인가? 호주제-남자의 머리됨과 관련 있는가? 트랜스젠더-하나님의 실수인가? 대리모-위탁인가, 엄마인가? 유전자 치료-의학적 행위인가, 하나님 놀이인가? 정당전쟁과 테러-9.11테러에 대한 응징 전쟁은 정당한가? 양심적 병역 거부-병역기피의 수단인가, 양심의 자유인가? 주5일 근무제-교회의 위기인가, 새로운 기회인가? 화장과 매장-기독교적 장례방식은? 시민적 교양-윤리적 덕목인가, 성령의 열매인가? 로또복권-오락인가, 도박인가? 다단계 판매-성경적 노동윤리에 위배되는가? 청부론과 청빈론-그리스도인은 물질적 부요를 포기해야 하는가?
이 책에 앞서 3년 전에 <교회가 꼭 대답해야 할 윤리 문제들>(예영)을 내기도 한 신 교수는 이 책에서 다룬 17가지 주제들은 다른 게 아니라 “2001년에서 2003년에 걸쳐 우리 사회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사회적, 윤리적 문제들”이라고 말한다. 고전적이고 고답적인 메타 윤리적 주제들이 아니라, 오늘 여기에서 내가 분별하고 선택해야 하는 나의 문제임을 다시 한번 새겨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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