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료 집중 지원해야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은 새벽 4시가 되면 벌써 불빛을 반짝이기 시작한다. ‘부지런한 민족’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이 시간부터 도로가 막히고 오가는 사람들로 붐 비는 것이다. 최근 아프간 방문객들은 이러한 카불의 모습에 놀라는 반응이다. 그 뿐 아니다. 부르카를 벗은 여성들이 제법 눈에 띄며 그럴듯하게 차려진 식당과 상점도 늘어나고 있다. 탈레반 통치의 흔적을 씻은 카불은 발빠르게 자본주의 체제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한다.
탈레반 세력이 축출된 뒤 세계 교회의 관심은 아프간 선교의 가능성에 집중됐다. 그러나 하루가 멀다하고 달라지는 카불의 모습과 달리, 당초 아프간이 선교호기를 맞았다는 예측이 빗나갈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미국의 탈레반 공격 이후, 아프간에는 현재 비정부기구(NGO) 활동자격으로 들어온 만 여 명의 선교사들이 구호 및 인도주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같은 긴급구호활동은 곧 줄어들 예정으로 알려진다. 아프간의 자립을 위해 민간의 지원창구가 제한되는 것. 그러나 아프간 선교를 방해하는 더 큰 요인은 불안정한 정치상황이다.
우선, 2004년 총선을 앞둔 하미드 카르자이 과도정부는 진로가 불투명한 상태다. 거기다 탈레반의 폭압 아래서 신음하긴 했어도 아프간 사람들의 이슬람 정체성은 단단하기만 하다. 따라서 강경한 이슬람주의를 내세운 또 다른 세력의 집권가능성이 크다. 이와 맞물려 내전이래 종족간 갈등도 아프간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이래저래 어렵게 문을 연 아프간이 언제 또 다시 닫힐지 모른다는 것이 사역자들의 전망이다.
속수무책인 것만은 아니다. 관계자들은 지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 모를 선교 기회라며 대책마련에 고심중이다. 특히 열악한 교육·의료 재건을 집중 지원해 장기적인 접근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전략이다.
눈에 띄는 것이 6개 국내외 NGO·선교단체가 연대한 ‘사랑의 평화봉사단’. 내년 봄부터 8월까지 카불과 마자리샤리프 등 주요도시에 파견되는 평화봉사단은 카불대학과 발크대학 등에서 영어와 컴퓨터를 가르치고 무료진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평화봉사단은 이를 위해 현지 교육부로부터 카불대학 내 ‘국제교육센터’ 설립허가를 받았다. 평화봉사단을 이끄는 ‘아프가니스탄 협력프로젝트’의 책임자 박태수 선교사(대학생선교회국제본부 소속)는 “8000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카불대학의 경우, 영어교수가 2명밖에 되지 않는다. 대부분 영어와 컴퓨터 교육을 받고 싶어하지만 꿈도 꾸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이들의 고통을 해결하고 기도해주는 일이 필요하다. 현지 대학 당국들도 이를 매우 반기는 분위기”라고 설명한다. 평화봉사단에는 미국 캐나다 호주 스위스 등 각국 교회가 참여하며 토론토 큰빛교회(임현수 목사) 등 미주한인교회들도 평신도 단기사역자들을 파송, 동참할 예정이다.
이같은 아프간 긴급선교를 위해 한국 교회가 참여하는 길도 열려있다. 평화봉사단은 특히 아시아 사역자들이 현지인들의 호감을 살 수 있다며 ‘풍부한 인적자원과 선교경험을 가진 한국 교회가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고 요청하고 있다. “아프간이 언제 다시 문을 닫을지 모른다. 절박한 상황인 만큼,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는 박태수 선교사는 “각 교회의 단기선교나 목회자들의 방문도 적극 환영한다”고 말했다.
하나 더. 의료혜택에서 더욱 비껴서있는 아프간 여성들을 위해 여성 사역자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지난 10월 아프간을 방문한 한 사역자는 “가족이 아닌 남성에게 자신의 신체를 노출할 수 없어, 진맥 한 번 짚어 보지 못하고 목소리로만 여성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웃지 못할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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