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가난속의 풍요


‘킬리만자로의 눈’이란 작품을 멋모르고 읽었던 적이 있었다.
온갖 종류의 식물이 있을 것 같은 대 식물원을 선교지에서 만나니 등반을 해볼까 했으나 너무 비싸서 발치에서 사진 찍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탄자니아는 ‘아프리카의 아프리카’라고 불린다. 이웃나라들도 동정을 할 정도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가장 가난한 나라다. 외국인 뿐 아니라 현지인들도 자신들의 처지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탄자니아에는 자원과 좋은 것들이 많이 있다. 한국선교사들은 넓게 펼쳐진 땅을 보면서 부러움을 갖는데 현지인들에겐 조그만 집과 농사 지을 땅이면 족하다는 생각이다.
‘동물의 왕국’ 프로그램에 나오는 세렝게티 초원과 만년설을 머리에 쓰고 구름 속에 숨었다가 나타났다 하는 명산 킬리만자로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의 방송팀이 촬영하고 외국 관광객들이 줄을 잇는다. 그러나 현지인들은 대화 속에 조차 관심을 갖지 않는다.
병원에 환자를 방문 하면서 먹을 것을 가져가지 않고 늘 자연 속에서 보는 꽃을 들고 가는 외국인들이 이상하다고 그들은 말한다. 인도양 해변의 야자수 그늘을 거닐며 수영을 즐기고 탄자나이트라는 아름다운 푸른보석을 감상할 줄 아는 사람들은 외국인이다.
우리나라 남한의 크기인 빅토리아 호수와 크고 작은 호수들, 지하자원이 묻혀 있는 골짜기들, 멧돼지 원숭이들이 서식하는 산림들, 철 따라 잇따르는 과일들, 구태여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먹을 정도는 있는 나라.
가난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그냥 그렇게 사는 나라. 열심히 일하거나 개발하려는 노력도 없는 정부. 그래서 오늘도 여전히 GNP가 낮고 가난하다고 평가받는 사람들. 편안하고 단순하게 살아가는데 익숙하다.
나는 주로 기차나 버스로 여행을 하는데, 장거리 여행 속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서서 졸면서 밤을 새우며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데도 누구하나 불평하거나 싸우는 일이 거의 없다. 마을에서도 장터에서도 큰소리 나는 일이 거의 없다. 모두 점잖고 인내심이 대단하다. 떠들고 화내는 것을 이상하게 본다.
먹고 입는 것이 해결되지 않는 형편이지만 ‘손님은 축복’이라는 전통의식이 있어 손님 접대를 잘하고 어느 때든지 굶는 것은 예사다. 배고프지 않으면 행복한 사람들이다. 가난하게 살지만 마음에 여유와 풍요가 있는 사람들이다. 좁은 땅 경쟁 사회에서 자라난 외국인 선교사인 나는 날마다 그들에게 배운다. 구원의 복된 소식을 전하면서 그들과 더불어 사는 것이 즐겁고 평안하다.
나는 비전과 기대가 있다. 이처럼 박물이 가득한 땅, 온유하고 인내심이 많은 사람들을 마지막 시대에 쓰시려고 준비 하셨을까? 가난한 그런 사람들을 섬기며 하나님 나라 확장에 동참하는 기회를 얻은 나도 축복받은 사람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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