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현장에 막 발을 딛은 선교사가 현지 교인들에게 감동한다는 것이 어디 흔한 일인가. 그러나 루마니아 선교사 대부분은 그런 경험을 한다. 인구의 5%에도 못 미치는 미미한 교세지만 ‘공산주의의 시련을 통과한’ 개신교 신자들의 ‘순박한 신앙’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것이다.
한 시간이면 족한 우리네 예배와는 달리, 2∼3시간 동안 진행되는 루마니아 개신 교회의 주일예배는 마치 학예회라도 열린 듯한 분위기다. 신자들은 자기가 지은 신앙 시를 낭송하기도 하고 주일학교 아이들까지 어울려 찬양과 율동을 선보인다.
과거 공산정권 아래서 반정부 성향을 감추지 못한 복음주의적인 교회 지도자들은 고문, 투옥되기 일쑤였다. 목회자가 수감되거나 어디론가 ‘사라지는’ 절망적인 그 시절에도 신자들은 자신들 중 신실한 사람을 목사로 세우고 교회를 지켜왔다.
철의 장막이 걷힌 뒤에도 개신교의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발칸의 정교회 중 가장 규모가 큰 루마니아정교회는 개신교로 개종하는 것을 ‘지상에서 짓는 가장 큰 죄’로 단죄했다. 정교회 신자들은 명목상일지라도 정교회 의전대로 통과의례를 치르며 정교회를 통해 민족의식을 깨우친다. 따라서 루마니아에서의 개종은 모든 사회적 차별과 소외를 감수하겠다는 결연한 신앙고백이라는 것이 선교사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그런 감격 속에서도 루마니아 개신 교회에 남은 난제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감옥에 간 지도자의 뒤를 이은 평신도 출신 목회자의 80% 가량은 신학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다. 그 때문에 루마니아 교회는 유달리 분열이 잦고 율법적이거나 신비주의적인 성격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루마니아 선교사들은 목회자 재교육과 교회의 갱신을 시급한 과제로 꼽는다.
공산주의의 더께를 벗겨내는 것이 어렵기는 교회 밖에서도 마찬가지다. 루마니아 이영호 선교사(낙원제일교회 파송)는 “공산주의 집권이 끝난 뒤에도 과거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한다. 공산주의에 대한 향수 혹은 공산주의 체제에서만 통하던 사고방식은 이들이 복음을 받아들이는 데도 큰 장애가 된다. “넉넉하지는 않아도 모든 것을 무상으로 공급받던 사람들에게는 거저 주시는 하나님 은혜가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루마니아 인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무신론 혹은 형식적인 종교에 길들여진 그들을 끝까지 사랑하는 방법뿐이다. 그들이 ‘왜 우리를 사랑하느냐’고 경이로움을 가지고 질문해 올 때, 그 때가 바로 하나님의 사랑을 증거할 때다.” 지난 10년 동안 루마니아 인들의 얼어붙은 가슴이 녹기를 두드려 온 이 선교사의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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