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옥 선교사(탄자니아)


선천적인 보수기질 탓에 나는 선교지를 떠나는 것을 꺼려왔다. 그런데 6월 5일부터 9일 동안 계속된 ‘제1회 독신여성선교사 선교대회’ 준비위원장을 맡아 유럽을 방문하게 됐다.
런던공항에 도착하자 마자, 한 선교사를 만나 반가운 마음을 나눴다. 아시아에서, 아프리카에서 사역 중인 선교사들이 모여들었다. 새로운 사람이 나타날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며 얼싸 안았다. 오랜만에 만나니 너무 좋았다.
강사진들의 사정으로 우리는 유럽 여행을 먼저 했다. 유로스타 열차도 탓고, 벨지움, 네덜란드, 스위스, 독일, 그리고 프랑스를 5일간에 걸쳐 급하게 순례했다. 마침 한국이 월드컵 축구에서 폴란드를 이긴 뒤라 다들 기분이 최고였다. 바쁜 일정 중에도 경기가 있으면 TV 앞에 모여들어 호텔이 떠나가라 하고 응원하는 것을 빼놓지 않았다.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버스 안에서 보냈다. 좁은 공간에서 교제하며 자연히 사역 보고가 이루어졌고 서로 이해하는 기회가 됐다. 총회 선교회 여성위원회 목사님들이 한국에서 대표로 오셔서 동승해 있었다. 목사님 한 분은 “독신 여선교사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도 잘 견디는 것을 보니 한결같이 독종들”이라고 하셨다. 다른 분은 “사역도 잘 하고 경제적이니까 내년에는 독신 여선교사를 파송해야 겠다”고 응수했다. 또 다른 위원은 “선교회 위원회 중 하필 여성분과인가 하고 탐탁치 않았는데, 이처럼 신실하게 사역하고 계신 모습을 보니 잘못 생각했다”며 “앞으로 힘껏 후원하겠다”고 격려해 주셨다.
여행 후 본 독신여선교사 대회 전략회의에서 나눈 얘기들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독신 여선교사의 건강과 노후 △사역에 있어서의 신분과 역할분담 △창의적 접근지역에서의 안정 △왜 본 교단 파송을 원하는 신임 여선교사 지망이 줄어들고 있으며 회피하는가? △선교회 운영규칙에 나타난 신학을 전공한 독신 여선교사의 교회개척 사역에 있어서의 사역의 범위와 역할 등. 토론이 열기를 띠면 목사님들이 교단 내의 제도를 상기시키시면 여성선교사들을 진정시켰다.
나는 사회를 보면서 마음 아픔을 느꼈다. 여성선교사들은 우리 교단에 제도가 없는 여성 안수를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사역에 필요하고 더욱 사역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면허증이나 공식적 허락이라도 제도화 해달라고 호소했다. 우리는 선교지에서 한국의 타 교단에서 파송한 여 목사들, 그리고 현지의 젊은 목사들을 많이 만난다. 어떤 이들은 6개월 내지 1년 신학과정을 하고도 현지교단이나 그들의 기관에서 안수를 받는다. 우리교단 파송 여선교사들은 몇 년씩 신학수업을 받았지만 신분상으로 전도사이기 때문에 현지교회 일이나 선교발전에 공헌할 회의나 조직에 참여하지 못한다. 멸시 당하고 무시 당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리고 파송교회가 후원하여 개척한 교회나 세운 학교 재산을 현지목회자들이 함부로 사용하고 집어 삼켜도 말할 수 없는 길이나 제도가 없다. 전도사는 중요 회의에 회원이 되지 못한다.
교단 내의 신분은 전도사이더라도 선교지에서는 사역을 제대로 감당할수 있는 길을 모색해 주시길 여성선교사들은 간절히 염원하며 기도한다. 총회여성분과위원회 위원들께서도 어려운 점과 필요성은 공감해 주셨다. 세계복음화의 중요한 몫을 독신여성선교사들도 감당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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