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섭 목사(흑산도 수리교회)

여름이면 섬나라는 들썩인다. 때 맞춰 육지에서 낙도선교회 팀이 섬을 찾는다. 보통 팀에서 스스로 3박 4일 동안 필요한 생필품을 준비 해 오지만, 교회에서도 나름대로 준비를 한다. 그 날도 아내는 선교팀을 맞기 위해 어선을 얻어 타고 흑산도 본 섬으로 시장을 보러가는 길이었다. 잘 다녀오겠다며 인사를 나누고 집을 나선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목사님! 사모님이 바다에 빠졌어요!" 마을 초등학생들이 우리 집 쪽으로 몰려오면서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내 귀가 잘못된 건가 의심하면서 "뭐라고?"라며 황급히 되물었다. "사모님이 바다에 빠졌다니까요! 빨리 짝지에 내려가 보세요, 빨리요!"
 사연을 알아 볼 겨를도 없이 입던 차림 그대로 무조건 선창머리를 향해 뛰었다. 아내는 사색이 다 된 채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며 저만치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몰골이 말이 아니었지만, 일단 살아있는 모습을 보니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다.
 함께 배를 탔던 분들의 증언을 빌리자면 아내는 배의 난간에 걸터앉아 있다가 갑자기 몸이 뒤로 젖혀지더니, 마치 다이버가 입수하는 것처럼 그대로 바다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아내는 수영을 할 줄 모른다. 바다에서는 맥주병이나 다름없다.
 그런 아내가 물 속에서 한참 만에 다시 떠오르더니 놀랍게도 개헤엄을 치면서 배 쪽으로 다가와 건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기적 같은 일이었지만 아내는 그 일로 보름이나 몸져눕는 바람에 선교팀을 제대로 섬기지 못한 것을 지금도 서운하게 여기고 있다. 그 후 3년 뒤에도 아내는 흑산도 항구에서 또 한 번 물에 빠져 여러 사람을 놀라게 한 이력이 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아내는 수영을 배우겠다며 가끔씩 해수욕장을 다녀오는데 개헤엄조차 실력이 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은 도로 수영배우기를 포기한 상태다. '몸치'가 아니냐고 타박을 주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하나님이 아내를 각별히 사랑하셔서 지켜주신다는 생각에, 목사보다도 사모를 더 좋아하고 걱정해주는 이웃들 덕택에 흐뭇함도 느낀다.
 두 번이나 물에 빠져 죽을 고비를 넘겼으면서도 언제 그랬냐는 듯 바다를, 파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금년에도 선교팀 맞을 준비를 하며 들떠있는 아내. 그녀는 한 번도 육지 교회로 옮겨가자고 졸라댄 적이 없다. 그런 아내에게 고백한다. "그대의 내조가 있기에 나는 오늘도 이 자리에 서있을 수 있소. 낙도선교의 일선에서 꿋꿋이 버틸 수 있게 해줘서 고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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