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봉생 목사 (서대문교회)

  요즘 모두들 돼지꿈 그것도 황금돼지꿈을 꾸고 싶어한단다. 그런데 우리 교인들은 요즘 목사꿈을 자주 꾼다고 한다. “꿈에서 목사님 봤어요.” 하기야 나도 돼지띠이기도 하고, 외모도 비슷하다고들 하니 교인들의 꿈에서 날 봤다고 그렇게 기분나쁘진 않으리라(사실 내 별명은 백곰이다. 다른 무엇보다 곰의 순발력을 애써 강조하는 편이다)

  교인들은 좋은 꿈이라 생각해서 나에게 말한 것일 게다. 왜 존경하는 선친을 꿈에서 뵙고 나면 기분도 좋고, 뭔가 좋은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기대도 되곤 하지 않는가. 우리교회 담임목사가 꿈에 나타났다면 특별한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좋게 생각할 것이다. 그렇게 믿는게 좋다. 사실 하나님께서 직접 꿈에 나타나시기는 좀 그러시지 않을까 싶다. 어떤 보이는 모습으로 나타나셔도 문제의 소지가 있을테니까. 그러니 하나님께서 목사를 대타 내지는 들러리로 세우시는가보다.
   나는 교인들의 꿈에 나타난 내 모습이 어떠했는지, 무슨 역할을 했는지 묻지 않는다. 괜히 물었다가 피차 입장 곤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아 예, 꿈에 만나서 반가왔습니다.” 얼버무리고 만다. 그러면서 속으로 기도아닌 기도를 하게된다. “주님, 이왕이면 꿈에서도 은혜롭게 나타나게 해주세요. 그게 좀 어려우시면 아예 꿈에 출연금지를 시키거나 주님께서 직접 출연하시든지 하세요.”
   사실 나도 꿈에서 성도들을 보기도 한다. 주로 함께 예배하거나 기도하고 있는 모습들이다. 목사가 늘상 하는 일이라 그런가 보다. 미안할 때도 있다. 교인들은 개인적으로 목사를 만나는 꿈을 꾸는데, 목사는 단체로 교인들을 만나는 꿈을 꾸기 때문이다. 그래도 기분이 좋다. 좋아하는 사람을 꿈에서 보는 것은 ‘재수없는 돼지, 밥맛없는 황금돼지’보는 것보다 휠씬 나으니까. 그래서 오늘도 또 꿈을 꾸고 싶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