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마다 ‘생명보듬 캠페인’ 펼치는 이리중앙교회]

라이프호프 함께 자살예방 유가족 지원 사역
조성천 목사 “부활신앙 선포만큼 참여 중요”

사도 바울은 신약성경 곳곳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을 강조했다. 부활이 없다면 우리의 믿음은 헛된 것(고전 15:17)이라며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라고 했다. 바울 사도가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을 가르치며 함께 강조한 말이 있다. ‘의롭게 하심’ 그리고 ‘영원한 생명’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죄인인 우리를 위해 죽으심으로 우리를 의롭게 하셨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롬 4, 5장)는 말씀이 정말 강렬하다.

교회는 생명의 부활 신앙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생명을 마감하는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매년 1만3000여 명(평균)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회에서 복음을 전하고 있다. 그리고 매년 8만명에 이르는 유가족들이 교회 곁에 있다. 친구와 동료 등 직접 충격을 받는 이들까지 합하면 10만명이 넘는다. 교회 공동체 역시 상실과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태다.

이리중앙교회는 올해로 8년째 부활절마다 ‘생명보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라이프호프 강사를 초청해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자살예방 의식을 강조하고 유가족을 돕는 사역을 펼치고 있다. 작년 부활절에 라이프호프 조성돈 대표가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다. 조성천 목사(사진 아래)가 예배당 앞에서 익산 지역의 자살 위험요인과 생명보듬 사역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이리중앙교회는 올해로 8년째 부활절마다 ‘생명보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라이프호프 강사를 초청해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자살예방 의식을 강조하고 유가족을 돕는 사역을 펼치고 있다. 작년 부활절에 라이프호프 조성돈 대표가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다. 조성천 목사(사진 아래)가 예배당 앞에서 익산 지역의 자살 위험요인과 생명보듬 사역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부활 생명’에 참여하는 교회

이리중앙교회(조성천 목사)는 신앙과 현실의 부조화 상황을 방관하지 않았다. 기독교자살예방센터 라이프호프(대표:조성돈)와 함께 8년 째 부활절마다 ‘생명보듬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중등부 고등부 청년부를 대상으로 라이프호프의 전문 강사를 초청해 강의와 교육을 받고 있다. 오는 3월 31일 부활절에도 자살 예방교육과 유가족 지원을 위한 생명보듬 캠페인을 진행한다.

캠페인은 담임 조성천 목사가 제안해서 시작했다. 조 목사는 2000년 이리중앙교회에 부임했다. 부교역자로 사역할 때부터 지금까지 성도가 자살하는 충격을 여러 번 겪었다고 말했다. 교회에서 신앙인의 표본으로 여겼던 성도가 스스로 목숨을 버린 사건을, 전조도 없이 갑자기 떠난 성도를 잊지 못했다.

“목회자로서 죄의식을 갖고 있다. 목사가 성도의 상황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내 성도를 세밀하게 살피고 돌보지 못했다는 자책이다.” 또한 “부교역자로 시무할 때 한 전도사가 유가족에게 자살하면 지옥 간다는 말을 했다. 유가족이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지 마음이 아팠다.”

조성천 목사의 말을 들으며 놀랐다. 목회자에게 이런 고백을 들은 적이 없었다. 교회에서 성도가 자살하면 대부분의 목회자는 숨긴다. 목회자로서 능력과 영력이 의심받고 지도력과 위상이 추락할까 염려하기 때문이다. 지역 사회에 교회의 이미지가 나빠질까 걱정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자살은 우울증 및 경제적 요인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하지만 목회자와 교회는 계속 숨기고 있다.

회피와 은폐는 사건을 해결하지 못한다. 교회 안에서 발생한 사건도 정직하게 드러내어 대책을 고민하지 않는 상황에서, 사회에 변화를 줄 수 있을까. 20년 동안 매년 1만3000명이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상황에, 교회의 책임은 없을까.

부교역자 시절에 겪은 충격적인 사건으로 조성천 목사는 “선포와 참여가 목회의 중요한 과제라고 인식”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가 사망을 이기신 생명의 주님이심을 믿고 선포해야 한다. 또한 선포한 복음을 가지고 현실에 참여해야 한다. 사망의 그늘에 앉은 사람에게 다가가는 구체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선포만 있고 참여가 없으면 승리주의에 빠진다.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정죄하는 시각만 갖게 된다. 결국 현실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자살은 교회 공동체의 문제”

조성천 목사와 이리중앙교회는 ‘부활 생명의 복음’에 참여하기 위해 생명보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누구보다 10대와 20대에 집중하고 있다. 2022년 통계청이 발표한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10대의 사망원인 중 1위(42.3%)가 자살이다. 20대 사망자의 절반 이상(50.6%)은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김성훈 목사는 2년 전 부임해 고등부와 청년부를 맡고 있다. 전임 사역자에 이어 생명보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부활주일과 그 다음 주일에 라이프호프 소속 전문가를 초청해 강의를 듣는다. 강의 후 청년들은 목장별로 모임도 갖는다. 리더의 인도 아래 목장 구성원들은 교육 내용에 대해 토의하고, 학교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헌금은 라이프호프를 통해 유가족 지원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김 목사는 캠페인을 통해 학생과 청년들은 물론 자신도 많이 변했다고 했다. “자살이 우리(교회 공동체)와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곁에 가까이에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게 됐다. 자살한 사람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유가족에 대한 마음도 품을 수 있었다. 교육을 받은 후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유가족을) 위로하고 사역을 감당할 것인가를 논의한다.”

중등부를 담당하는 배예준 목사도 2년 전 부임해 부활절마다 생명보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라이프호프 소속 전문가에게 강의를 듣고, 교사와 학생이 나눔의 시간을 갖도록 하고 있다.

배 목사도 캠페인을 통해서 “자살을 우리 공동체의 문제라고 인식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중학생에게 자살은 무거운 주제다. 하지만 학생들은 교육을 받으면서 숙연한 모습으로 자살 문제와 유가족에 대해 고민했다. 자살자에 대해 정죄하지 않고 유가족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를 생각했다. 몇몇 학생들은 학교에서 자살예방에 대한 일을 해보자고 이야기를 했다.”

생명 보듬는 그리스도인으로

학생과 청년들은 부활절 생명보듬 캠페인을 통해 생각이 바뀌었다. 인식의 변화와 함께 신앙이 단단해졌다. 부활 생명에 참여하는 그리스도인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김시연 학생(이일여고 1년)은 캠페인에서 강의를 들은 후 “하나님이 주신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나와 친구 모두 소중한 사람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했다. 또한 “주변에 힘든 생각을 하는 친구가 있다면 혼자 힘들어하지 않도록 먼저 다가가서 고민을 들어주고 공감해 주겠다”고 다짐했다.

지수아 학생(이리여고 3년)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힘든 상황에 있고, 위로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또한 남겨진 유가족의 슬픔과 비통함이 너무 크게 다가와 마음이 쓰렸다”고 말했다. 유가족의 고통을 알기에 “힘들어도 꼭 인생을 살아가야겠다고, 신앙적으로 성숙해져서 주님께 더욱 기대겠다”고 다짐했다.

무엇보다 학생과 청년들은 생명을 보듬는 일에 참여하길 원했다. 자살을 고민하는 사람이 보이는 전조현상은 무엇인지, 전조를 보인 사람과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 교육해 달라고 요청했다. 유가족의 아픔에 공감하며 진심으로 위로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려 달라고 했다.

윤예진 씨(25세)는 대학을 졸업하고 간호사 발령을 앞두고 있다. 그는 캠페인을 통해 “내가 관심을 가지면 생명을 지키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사고와 행동이 변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자살의 위험에 처한 사람에게 상담 수준이 아니더라도 잘 이야기하고 위로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 했다.

유민하 학생(이일여고 1년)은 교육을 통해 “자살은 사전에 눈치 채기 힘들고 작은 행동에도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자살 전조현상이나 심리상태를 잘 파악해서 도움을 주기를 원하고 있었다.

조성천 목사는 많은 교회들이 부활절에 생명을 살리는 교육과 사역을 펼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살예방은 한국 교회와 사회에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생명보듬 운동”이라며, 라이프호프를 비롯한 자살예방단체와 연계해 지속적으로 사역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목사는 부활절마다 모든 교회에서 생명보듬 운동이 일어나서 “교회와 성도의 인식이 변화하고 자연스럽게 사회가 변화하기를”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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