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범 목사(산곡제일교회)
이용범 목사(산곡제일교회)

1900년대 초반,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부흥사는 빌리 선데이(Billy Sunday) 목사였다. 그는 미국 전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매일 밤 부흥집회를 했다. 집회를 위해 거대한 천막을 쳤는데, 천막 안에는 ‘톱밥길’이라는 게 있었다. 천막 입구에서 시작해 강단까지 넓은 통로를 내고, 그 위에 약 5cm 두께로 톱밥을 깔아놓은 것이다. 부흥회가 끝날 무렵이면 언제나, 빌리 목사가 그 유명한 ‘회심 초청’(回心 招請)을 했다. 그날 밤 설교 말씀을 듣고 예수 믿기로 작정한 사람들은 톱밥길을 걸어 강단으로 나오라고 한 것이다. 여기에서 “톱밥길로 간다”(hitting the sawdust)는 표현이 나왔다.

여기까지는 좋았으나, 빌리 목사가 잘못 가르친 게 있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톱밥길로 걸어 나와 무릎을 꿇고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영접하십시요. 그리고 텐트 밖으로 걸어 나가서 길을 건너다가 이름 모를 트럭에 치여 죽으면 천국으로 직행합니다. 이게 천국으로 가는 가장 빠르고 쉬운 길입니다.” 너무나 크게 왜곡된 신앙이다.

세상을 살아가노라면 고난·우환·걱정·슬픔을 많이 겪어야 한다. 하지만 믿음으로 이 모든 것을 극복하는 것이 진정한 신앙이 아닐까? 우리가 굳게 붙잡고 있는 부활신앙은 이 세상의 삶과 상관없는 믿음이 결코 아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과거의 놀랄 만한 사건이나 미래에 우리의 부활을 보증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현재진행형 신앙’이다. 3가지 근거가 있다.

첫째, ‘과거’에 부활하신 예수님의 부활 능력은 ‘지금’ 사람들이 ‘중생’(重生)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중생’은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이게 ‘영적 부활’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런 점에서 우리 모두 구원받을 때 ‘영적 부활’을 경험한 것이다. 우리 마음은 끊임없이 죄를 생산해 내는 ‘죄 공장’과 같다. 공장 문을 완전히 닫아버려야 더 이상 물건을 만들 수 없듯이, 죄 공장인 우리의 옛 사람을 죽이지 않고는 결코 죄를 죽일 수 없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능력으로 마음이 늘 새로워지는 사람만이 죄의 유혹을 너끈히 물리칠 수 있다. 바꿔 말해, 죄의 유혹을 물리칠 때마다 우리는 예수님의 부활 능력을 경험하는 것이다.

둘째, 그리스도인들이 ‘날마다’ 성화되는 삶을 살도록 촉구하고 격려하는 데서 예수님의 부활 능력이 나타난다. 그리스도인들이 구원받은 이후 죽을 때까지 계속 힘써야 할 가장 큰일은 성화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죄와 욕심은 ‘죽이고’ 경건과 거룩은 ‘살린다’는 점에서, ‘성화’는 일종의 ‘부활’이다. 성화는 ‘현재적 구원’이다.

탁월한 요한계시록 주석을 쓴 신학자 그레고리 비일(G.K.Beale)이 쓴 책 제목이 내 마음에 와닿았다. <우리는 우리가 섬기는 자를 닮는다>(We Become What We Worship)라는 책이다. 십대 소녀들이 ‘아이돌 스타’를 흉내내듯이,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을 닮아가는 것이 정상이다.

셋째, ‘과거’에 부활하신 예수님의 부활 능력은 ‘현재’ 기도 응답받는 보증과 근거가 된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를 마무리하는 이유는 예수님의 부활의 공로를 힘입어 누구나 직접 기도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지금도 살아계셔서 우리 기도를 들어 주실 뿐만 아니라 우리를 위해 친히 하나님께 중보기도하고 계신다.

구소련 공산주의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1950년대에, 소련 공산당 기관지 <프라우다>가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하고 있는 일에 어려움이 닥치거나, 당신의 능력에 대해 갑자기 회의를 느낄 때는 그분(소련 공산당 서기장 스탈린)을 생각하라. 그러면 다시 자신감을 얻을 것이다. 기운을 차려야 하는데 피로를 느낀다면 그분을 생각하라. 그러면 일이 잘될 것이다. 올바른 결론을 내리려거든 그분을 생각하라. 그러면 바른 길을 찾게 될 것이다.” 황당하기 짝이 없는 말이지만, 그 당시 소련에서는 이 말이 먹혀 들었다.

우리의 기도를 들어 주시고 응답하실 수 있는 분은 하나님밖에 없다. 우리가 기도할 때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하는 것은, 죽음 가운데에서 부활·승천하시고 하나님 보좌 우편에 앉으셔서 온 우주만물을 통치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을 믿고 기도하는 것이다. 이처럼 기도할 때마다 우리는 예수님의 부활 능력을 경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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