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연구하는 실천신학자 박현신 교수
AI시대 앞두고 교회 대응방안 마련에 노력
“목회자와 성도, 다음세대에 기준 제시해야”

작년 8월 총신신대원 박현신 교수가 주목받는 책을 내놓았다. <인공지능 혁명의 도전과 교회의 응전>(CLC)은 미국 오픈AI에서 내놓은 챗지피티(ChatGPT)에 열광하는 현실과 맞물려 더욱 이목을 끌었다. 박 교수는 출간 직후부터 2024년 총회교육주제 심포지엄을 비롯해 신학계와 한국교회에서 강의와 세미나 요청을 받고 있다. 목회자를 비롯한 사람들은 챗지피티를 통해서 인공지능이 보여주는 결과에 놀라고, 변화할 미래를 궁금해 하며 박 교수에게 대답을 원했다.

“기준이 필요합니다.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합니다.” 실천신학자로 인공지능과 교회의 대응을 연구하는 박현신 교수(총신신대원)를 3월 15일 양지캠퍼스에서 만났다. 박 교수가 챗지피티로 시작된 인공지능의 시대를 앞두고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개혁신학에 입각한 활용 가이드라인을 시급히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기준이 필요합니다.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합니다.” 실천신학자로 인공지능과 교회의 대응을 연구하는 박현신 교수(총신신대원)를 3월 15일 양지캠퍼스에서 만났다. 박 교수가 챗지피티로 시작된 인공지능의 시대를 앞두고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개혁신학에 입각한 활용 가이드라인을 시급히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현신 교수는 설교학을 전공한 실천신학자다. 박 교수는 2016년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이후 인공지능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했다. 당시 다보스포럼의 핵심어는 ‘4차 산업혁명’이었다. 포럼에서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 디지털혁명과 나노 및 바이오 기술의 놀라운 발전으로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음을 알렸다.

“2019년 미국의 복음주의 설교학회에서 ‘4차산업혁명 인공지능시대 교회의 대응’이란 주제로 발표를 했다. 논문을 발표한 후 미국 신학자들과 대화를 하며 개혁신학자로서 인공지능 관련 연구를 계속해야 한다고 확신했다.”

박현신 교수는 설교를 전공한 실천신학자로서 목회현장에 큰 영향을 미칠 인공지능 연구에 책임감을 가졌다고 했다. 박 교수는 실천신학의 기능이 신학과 목회 사이에 ‘다리(bridge)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문적인 신학을 목회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목회현장의 요구와 필요를 신학적으로 대답하는 것, 이것이 실천신학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실천신학자의 책임감으로 내놓은 책이 바로 <인공지능 혁명의 도전과 교회의 응전>이었다. 책을 출판한 후 총신신대원에서 신학생과 목회자를 위해 개최한 ‘챗지피티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심포지엄 강사로 나섰다. 당시 박 교수는 챗지피티를 통해서 설교문을 작성한 후 인공지능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줬다. 특히 챗지피티가 검증되지 않은 온라인의 정보와 자료를 조합해 설교문을 만드는 위험성을 지적하며 “챗지피티를 설교와 목회에 활용하기에 앞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을 출판하고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후 6개월이 지났다. 불과 6개월 동안 챗지피티는 2단계나 발전했다. 6개월 전 챗지피티는 ‘요약정리를 잘하네. 좀 똑똑하네’ 수준이었다. 지금은 미국에서 수재들이 응시하는 변호사시험에서 상위 10% 성적을 내는 수준에 이르렀다. 인공지능 기술이 무서울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

“현재 챗지피티(GPT-4)는 아직 만능 인공지능은 아니다. 특정 작업에서만 제한된 능력을 가진 좁은인공지능(ANI) 혹은 약인공지능(Weak AI)에 속한다. 하지만 이미 인간과 비슷하거나 특정 영역에서 더 뛰어난 능력과 자의식을 가진 강인공지능(Strong AI) 혹은 범용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과 유사한 언어 이해와 생성 능력, 대화 및 지식 통합과 전이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과학자이며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특이점이 온다>에서 ‘초인공지능’ 시대를 2029년 이후로 예상했다. 하지만 챗지피티의 등장과 발전을 계기로 슈퍼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할 시기가 더 앞당겨지고 있다. 박 교수는 명확하지 않지만 벤 고어첼(Ben Goertzel) 등의 학자들이 예측한 것처럼, 빠르면 2027년에 인간 수준의 AGI가 등장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불과 3년 남았다.

“몇 년 안에 광범위한 분야에서 인간을 능가하며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지능을 강화해 나가며 진화(설계)하는 초지능 AGI가 출현하는 ‘특이점(Singularity)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 그 시대가 오기 전에 교회와 목회자는 반드시 준비를 해야 한다.”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박현신 교수는 무엇보다 ‘목회자를 위한 인공지능 활용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목회자들이 성도와 다음세대를 교육하도록 ‘인공지능 사용에 대한 목양 지침서’를 제공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하면서 박현신 교수에게 ‘챗지피티(인공지능)의 목회 활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오른쪽 박스기사 참조)의 기본적인 내용을 요청했다. 박 교수는 가장 중요한 ‘개혁주의 신학으로 인공지능에 대해 정의를 내리는 것’을 비롯해, 3가지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 내용만으로도 목회자들이 챗지피티를 활용하고 인공지능에 대한 관점을 정립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박현신 교수는 신학자와 목회자,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기독 전문가들이 모여 인공지능 활용에 대한 실천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다음세대와 주일학교 사역을 위한 인공지능 지침서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인공지능 분야뿐만 아니라, 유전자를 조작하는 생명공학, 나노기술 분야와 블록체인을 비롯한 금융자본주의, 빅데이터와 알고리즘, 메타버스와 가상세계 등에 대해서도 개혁주의 신학 입장에서 기준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에게 챗지피티를 일반은총 차원에서 허락하는 것은 하나님이시다. 시대마다 기술과 과학의 발전으로 복음도 중요한 변화를 맞았고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 우리가 잘 준비하면 본질을 지키면서 하나님의 주권 가운데 과학기술을 활용해서 부흥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믿으며, 한국교회와 목회자들이 개혁주의 세계관에 기초해 활용할 수 있도록 창조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

박현신 교수가 제안하는
챗지피티(인공지능) 목회 활용 가이드라인

1. 개혁주의 신학에 근거한 인공지능의 정의

성경의 창조명령 혹은 문화명령(cultural mandate, 창 1:28)과 개혁주의 신학의 영역주권에 근거해 인공지능 영역을 조망해야 한다.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을 통해 회복된 이 땅 가운데 그리스도인으로서 문화 명령을 따라 하나님의 창조 사역을 계속 수행해 나가는 차원에서 인공지능 문화를 변혁(transformation)시켜 나가야 한다. 하나님의 구속역사 속에서 이 땅을 다스리고 정복하는 사명을 가진 우리는 인공지능이 하나님 나라를 위해 선한 구조로 회복되어 인류와 사회를 위한 일반은총 차원의 ‘도구’로 선하게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죄성과 유한성을 가진 인간이 인공지능을 개발했고, 지나친 낙관론과 탐욕을 가지고 기술을 발전시키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 또한 인본주의적, 환원주의적 세계관, 진화론과 초인사상(트랜스휴먼, 포스트휴먼)에 기반한 반성경적인 사상과 철학으로 인공지능을 발전시키며 인간 향상(상호증강)을 통한 테크놀로지 유토피아 추구, 과학기술적 영지주의, 신종교운동(테크노종교화)과 가상영생(21세기 바벨탑)을 추구하는 것을 분별하고 거부해야 한다. 나아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독점해 막대한 이윤을 추구하고, 인간을 통제하고 도구화하며 사회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시도에 반대한다.

2. 인공지능의 한계와 활용의 원칙

인공지능은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능력을 넘어섰다고 해도 오류와 한계를 갖는다. 이는 인공지능이 ‘하나님의 형상인 인간의 모방’인 로봇일 뿐이며, 유한하고 불완전한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본질적인 한계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최고 수준의 발전에 이른다고 해도 절대성과 무오성을 가질 수 없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성경과 기독교세계관에 근거해 인공지능이 내놓은 결과를 검토해야 하며, 진리로 인식하거나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않아야 한다. 인공지능은 목회자가 주체성을 가지고 활용할 수 있는 보조적 도구이며, AI 목회자와 설교 로봇이 목회자와 설교자의 본질적 사역을 결코 대체할 수가 없다.

3. 목회 사역에서 챗지피디(인공지능)의 활용 기준

목회자는 챗지피티를 활용함에 있어 본질적인 부분과 기능적인 부분을 구별해야 한다. 목회의 본질적인 부분에서 챗지피티를 활용하는 것을 경계하고 근절해야 한다. 목회에서 설교는 본질이다. 설교는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성령의 조명을 통해 성경 저자가 의도한 본문의 중심사상을 신학적 원리화를 통해 성도의 변화를 위해 적용하고 선포하는 영적인 메시지다. 이런 과정 없이 설교 편의주의에 빠져 인공지능을 통해 메시지를 실용주의적으로 도출하지 않아야 한다. 영혼과 감정이 없는 챗피티는 성도들과 인격적인 관계를 맺을 수 없기 때문에, 청중분석과 적용의 영역을 제시할 수가 없다. 특히 경계할 점은 챗지피티가 제시하는 내용의 자료 출처가 불분명할 뿐 아니라 비성경적이고 이단적 자료가 혼합되어 있을 수 있다는 점, 설교의 표절과 상품화 등의 윤리적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설교 메시지를 풍성하게 하는 배경연구와 브레인스토밍, 예화 찾기 등은 비본질적인 부분으로 활용가능하다. 또한 챗지피티의 강점인 요약정리를 활용해 설교 본문을 요약해서 주보 및 가정예배 등에 이용하는 것이나 전도 리플릿과 설교 영상 제작, 주일학교 소그룹에 사용 등은 좋은 활용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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