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제주도 사모세미나에서 어느 강사가 소개한 ‘흔들리며 피는 꽃’이란 시를 접했다. 집에 돌아와 도종환 시인을 음미했다. 마치 성경의 교훈 중 하나를 요약한 것이라고나 할까?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 /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이걸 누가 모르겠나? 그런데 시인은 이 어렵지 않은 진리를 그의 수사로 시가 되게 했다. 시인은 역시 시인이다. 평범할 진리를 이렇게 반짝거리게 하다니!

이 시가 힘든 과거로 날 이끌었다. 지나온 삶이 머릿속에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예상하지 못한 난국에 빠졌던 기억이 또렷하다. 아버지의 파산으로 ‘학교 가는 길’은 험했다.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고, 온몸이 비에 젖은 것 같은 과정의 연속이었다. 벗어나고 싶어 몸부림쳤으나 더 흔들렸고, 젖은 옷은 도무지 마를 것 같지 않았다.

똑바로 설 수 없게 흔들렸고, 젖은 옷의 불쾌함을 떨치기 힘들던 그때, 마음을 다잡고 여기까지 오게 한 힘이 있었다. 그것은 담임 목회 30년을 버티게 한 힘이기도 하다.

잊었었다. 흔들리고 젖었던 시절도, 그것을 견디게 한 힘도. 제주에서의 감상은, 흔들리고 젖었던 아픔이 아니었다. 그것을 뛰어넘게 한 힘이다. 내 곁에서 든든히 붙들어준 손이 있었고, 젖은 옷을 말리는 따뜻한 바람이 있었다. 주님께서 내 곁에 주셨던 그들. 찬양대에서 인생의 하모니를 알게 한 그분, 함께 웃고 울었던 착한 친구들, 그리고 영적 세계로 이끌었던 분과, 어떤 상황에서도 좌절 없이 열심히 사셨던 아버지, 또 어머니. 흔들리는 나의 기댈 언덕이었고, 보송보송한 새 옷으로 갈아입혀 준 고마운 분들이, 아팠던 내 모습과 오버랩 된다. 

인생이 지루하지 않도록 흔들었고, 젖었다 마르는 굴곡도 견디게 한 그것이 한없이 고맙다. 그리고 지금, 내 곁에는 흔들리면서도 미소 짓게 하는 사랑하는 아내와 두 남매가 있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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