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봉 교수(칼빈대학교)
전준봉 교수(칼빈대학교)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지 4년이 넘었다. 코로나 이후 전 세계적으로 수천만 명이 희생되었으며, 우리들의 삶이 완전히 변화되었다. 학교에서는 온라인 수업이 보편화되고, 또한 음식을 필요한 양만큼 덜어서 먹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뉴 노멀의 노멀이 된 것이다. 중세의 흑사병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흑사병(페스트) 사태는 1348년에서 1350년 사이의 3년간 최고조에 달하였는데, 이 흑사병으로 인하여 유럽의 30%의 인구가 희생되고 중세를 지탱하던 질서도 무너지게 되었다. 그리고 빠르게 종교개혁 시대가 도래하였다.

그런데 이 흑사병은 16세기 종교개혁의 시대에도 유럽을 강타하였다. 1527년 7월 비텐베르크시에 흑사병이 닥쳐왔을 때, 마틴 루터는 8월 2일 비텐베르크 대학의 학생들을 예나로 피신시켰으나, 정작 자신은 흑사병 환자들을 자신의 집에서 보살피며, 복음을 선포하고, 환자들의 집을 방문해서 목회적인 상담을 베풀었다. 그리고 츠빙글리도 흑사병으로 자신의 아들과 동생이 사망하였지만, 흑사병 환자들을 돌보는 데 최선을 다하였다. 칼뱅도 이 상황에서 과부들이나 가난한 자들을 도와주고 치료해주는 구빈원(General Hospital)을 설립하여 제네바시의 고통 받는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치료하였으며, 병자들을 찾아다니며 심방과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이제 우리 사회도 코로나로 인한 지난날의 상처를 치유하면서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2022년 4월 예장 통합총회가 자 교단의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코로나 이후 장년 중 73%만 교회에 출석하고 교회학교의 40% 만이 교회에 출석한다는 보고가 있었다. 많은 청장년들이 비대면으로 예배를 드리는 이른바 플로팅 그리스도인(Floating Christian, 교회에 정착하지 않고 떠돌아다니는 성도)이라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교회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이 사회에서 우리 교회들이 해야 할 일은 종교개혁자들이 흑사병 팬데믹 앞에서 하였던 목양의 방식, 즉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이다. 

코로나 이후 많은 성도들은 영적인 갈급함에 목말라하고 있다. 지금 우리시대에 필요한 것은 예배와 하나님의 말씀이다. 종교개혁자들은 성경을 깊이 연구하고 기도에 힘쓰며 성도들의 영적인 갈급함을 채워줄 수 있었다. 이 시대 교회의 목회자들은 말씀 한가운데로 나아가며 분주한 가운데서도 하나님께 무릎을 꿇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 이러한 기본이 성도들의 영적인 갈급함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한국교회는 성도들을 찾아가는 목양의 방식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종교개혁자들이 흑사병 와중에서도 성도들의 가정을 방문하여 목회적 상담을 베풀었던 것처럼 한국교회도 소그룹 모임을 활성화시켜 성도들의 어려움을 치유할 수 있는 목양의 방식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교회는 평신도 사역자를 세우는 과감한 결단을 해야 한다. 

더불어 한국교회는 기존의 수직적 권위주의를 버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현재 많은 성도들이 교회를 부정적으로 보는 요인은 교회 지도자들의 수직적 권위주의 때문이다. 지금 한국교회도 불필요한 권위를 내려놓고 이웃과 사회로 나아가 그들을 섬기고 아픈 이웃들에게 목회적 상담과 돌봄을 베풀어야 할 것이다. 낮은 자세로 이웃과 함께 하고 이웃을 섬기는 교회의 모습이 바로 21세기 교회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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