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충북 제천 구학산자락에 전시관과 체험시설 마련 개관
1만3000여 점 소장품 활용해 관람객을 성경 속 세계로 안내

성경시대의 사물과 기독교 유물들을 관람하고 체험할 수 있는 제천 세계기독교박물관 전경. 건물 벽을 ‘태초에’라는 뜻을 가진 히브리어가 장식하고 있다. 
성경시대의 사물과 기독교 유물들을 관람하고 체험할 수 있는 제천 세계기독교박물관 전경. 건물 벽을 ‘태초에’라는 뜻을 가진 히브리어가 장식하고 있다. 

현장이 왜 중요할까. 글로만 연애를 배운 이들은 아무래도 사랑에 서투를 수밖에 없다. 우리 몸을 수술하는 의사가 실습경험이 전혀 없다고 상상해보라. 현지답사를 다녀온 지리교사와 그렇지 못한 교사의 수업 전달력 차이가 크지 않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이 그 먼 곳까지 이동해 성지순례를 하는 것은 그곳이 바로 성서의 현장이기 때문이며, 이미 오래 전에 고대 언어가 되어버린 히브리어와 헬라어를 힘들게 배우는 것도 그것이 성경의 원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지순례에는 많은 비용이 들고, 고대 언어 학습은 지극히 전문적인 영역이라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은 도전하기가 쉽지 않다.

제천 세계기독교박물관(관장:김종식 목사)은 현장의 중요함과 현실의 어려움이라는 간극을 최대한 좁혀, 우리를 성경의 세계로 안내하는 통로이다.

방문자들이 전문 해설사의 안내를 받으며 전시관을 관람 중이다. 
방문자들이 전문 해설사의 안내를 받으며 전시관을 관람 중이다. 

충북 제천시 백운면에 자리 잡은 세계기독교박물관은 무려 1만3000여 점의 기독교 관련 유물들을 소장한 보물창고이다. 4년 전 전시관과 체험시설을 정비하고 정식 개관식을 가졌으나, 곧바로 코로나19가 창궐하며 사실상 개점휴업의 상태를 보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정상운영을 시작했는데, 1년 동안 다녀간 관람객의 숫자가 1만3500여 명에 이른다. 공간상 한 번에 15명까지만 입장이 가능하고, 최대 인원을 120명까지 받을 수밖에 없는 한계 때문에 봄가을의 성수기에는 예약신청을 다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까지 생긴다. 인기의 비결은 두말할 것 없다. 생생한 현장감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소년 다윗이 거인 골리앗을 겨냥해 던진 물맷돌이 어떤 모양인지를 제대로 확인하고, 실제로 던져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예수님께서 갈릴리 회당에서 첫 설교를 하실 때 집어들어 올리셨을 것만 같은 두루마리 성경이 눈앞에 등장하는가 하면, 돌아온 탕자가 방황하던 시절 배고파 탐을 내었다는 쥐엄나무 열매를 씹으며 그 살짝 단맛을 느껴보기도 한다.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에 등장하는 물맷돌 전시물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에 등장하는 물맷돌 전시물

유대인들이 에스더서를 낭송하다가, 악당 하만의 이름이 등장하는 대목이 나오면 다함께 야유하는 도구로 사용했다는 딱따기를 휘둘러보면 그 요란한 굉음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유대인들이 성경을 기록해 이마에 부착하는 경문. 
유대인들이 성경을 기록해 이마에 부착하는 경문. 

유월절을 지키며 이스라엘 백성들이 만들어 먹은 무교병의 실체를 만나고, 우리 믿음의 크기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삼곤 하는 겨자씨 한 알의 크기도 알게 된다. 드라크마 렙돈 데나리온 등등 성경시대의 화폐들을 직접 만져보는 코너, 한 달란트라는 게 어느 정도의 무게인지 직접 들어 올려보는 코너 등등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전시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4개의 전시관과 성경식물원을 비롯한 여러 체험시설까지 둘러보고 나오는 데 짧게는 한 시간 반, 길게는 세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김종식 관장과 열다섯 명의 잘 훈련된 해설사들이 그 시간을 빈틈없이 채워준다.

덕분에 관람을 마치고 나올 때쯤에는 평생 수없이 대한 예수 그리스도의 비유들에 담긴 진정한 의미에 조금은 더 다가선 것 같고, 마치 이스라엘 백성들의 40년 광야생활 중 며칠은 함께 해 본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세계기독교박물관은 김종식 관장과 정정숙 소장 부부가 지극한 헌신으로 세운 결과물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재직 시절, 이집트로 발령 받은 후 인근 지역 사물들을 취미 삼아 조금씩 수집하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한창 재미를 붙이다보니 나중엔 전 세계 70여 국가를 다니며 수집활동을 하는 일이 본업이 되다시피 했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세계기독교박물관을 건립해 운영 중인 관장 김종식 목사(사진 오른쪽)와 소장 정정숙 전도사 부부.
세계기독교박물관을 건립해 운영 중인 관장 김종식 목사(사진 오른쪽)와 소장 정정숙 전도사 부부.

“답사를 다니던 중 우연히 어느 밭을 걸어보는데 갑자기 둔탁한 물건이 발에 채는 게 느껴지는 겁니다. 힘들게 끄집어내 확인해 보니 놀랍게도 나귀 턱뼈였어요. 사사시대 삼손이 수많은 블레셋인들을 때려눕히는 데 사용했다는 바로 그 물건이었죠. 지금은 우리 박물관의 소중한 전시자료 중 하나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습득한 물품들에다, 이스라엘에서 장기간 생활하면서 습득한 지식과 정보들을 바탕 삼아 귀국 후 전국을 순회하며 한국교회 성도들을 성경 속 세계로 안내하는 전시회를 개최했다. 그러다 제천에서 풍광 좋은 구학산자락 계곡을 만나 수만 평 땅을 얻고, 박물관을 건립하게 된 것이다.

퇴직 후 신학을 공부해, 현재는 예장합동 새한서노회 소속 목사로 활동하는 김종식 관장은 박물관 운영 전반을 총괄하고, 아내 정정숙 소장은 성서식물원의 70여 종 식물들을 돌보는 역할을 한다.

예수님의 비유에 등장하는 겨자씨의 실물. 
예수님의 비유에 등장하는 겨자씨의 실물. 

소장품이 다양하다보니 전시물품이나 체험활동은 계절에 따라, 혹은 신앙절기에 맞춰 수시로 교체된다. 그래서 관람객들은 한 차례 박물관을 관람하고 나서도, 몇 달 후 재방문을 하면 완전히 새로운 전시를 즐길 수 있다.

박물관은 매 주일과 수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 정규해설은 오전 10시 반과 오후 1시 반이다. 단, 사전예약이 필수다. 

김종식 관장의 꿈은 전국교회의 성도들이 평생 한 번씩은 박물관을 찾아와 성경에 대한 지식과 신앙의 깊이를 더하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총회와 총신대 등 교단의 핵심 기관들과 협력해, 사역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 또한 크다.

“요즘 고난주간을 앞두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고난과 부활에 대해 설명하는 공간이 관람객들에게 특히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마음 편히 관람하러 오셔서 많은 것들을 가슴에 채우고 돌아갈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문의 (043)651-0191

유대인들의 안식일 식탁을 재현해 놓은 모습.
유대인들의 안식일 식탁을 재현해 놓은 모습.
두루마리 성경의 에스더서 기록 부분.
두루마리 성경의 에스더서 기록 부분.
향유를 담아두는 옥합.
향유를 담아두는 옥합.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묵상하는 공간.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묵상하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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