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기간에도 문 열고 환자 도와
최근 재정난 폐쇄 위기… “발만 동동”

현재 라파의 집은 의사, 간호사를 포함해 총 5명이 매주 평균 30여 명의 환우들과 보호자들을 맞이하며 귀중한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수십통의 의약품을 손수 운반하고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모시는 등 육체적인 부담이 있어도 이들은 불만보다는 어떻게 환자들을 더 편하게 쉬게하고 섬길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현재 라파의 집은 의사, 간호사를 포함해 총 5명이 매주 평균 30여 명의 환우들과 보호자들을 맞이하며 귀중한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수십통의 의약품을 손수 운반하고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모시는 등 육체적인 부담이 있어도 이들은 불만보다는 어떻게 환자들을 더 편하게 쉬게하고 섬길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제주에는 만성신부전 환자들을 위한 ‘라파의 집’이 있다. 이곳은 신부전 환자를 위한 신장 투석을 제공해 평균 이틀에 한 번꼴로 투석을 받아야 하는 환자들이 편안하게 제주를 드나들 수 있도록 귀한 섬김을 감당하고 있다. ‘라파의 집’이 문을 연 지 17년, 현재 이곳은 재정 악화로 인해 문을 닫을지도 모르는 위기에 놓였다. 폐쇄의 위기와 일자리를 위협받는 상황 속, 직원들은 오늘도 만성신부전 환자들을 위해 자리를 지킨다.  <편집자 주>

잎사귀에 이슬이 채 마르기 전인 이른 아침, 간호사들이 아침부터 분주하다. 곧 신장 투석을 받을 환자들을 위해서다.

“아버님, 몸은 좀 어때요. 괜찮으세요? 불편하신 곳은 없으시죠?” “괜찮아요, 늘 고마워요.”

간호사들이 신장투석기를 점검하며 웃음을 보인다. 환자와 간호사들은 서로를 이해한다는 듯 고개로 소통하며, 아침 햇살을 맞고 있다. 하루 평균 15여 명의 환자가 투석을 받고 매주 30여 명의 환자와 보호자들이 드나드는 라파의 집은 소정의 이용료를 제외하면 매우 저렴한 수준이다. 15년간 투석 생활을 이어온 권호준 집사(가명)는 “투석하며 내 평생 어딘가를 떠나는 것은 언제나 두려웠다”라고 고백했다. 실제 신부전 환자들은 주기적으로 신장 투석을 진행해야 하나. 여행지역의 투석병원이 받아주지 않는다면 사실상 여행은 당일치기에 불과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정동수 과장은 1999년 신장기증인으로 누구보다 라파의 집사역을 소중하게 여기고 섬기는 중이다. 
정동수 과장은 1999년 신장기증인으로 누구보다 라파의 집사역을 소중하게 여기고 섬기는 중이다. 

코로나로 인해 병원들이 만성신부전 환자들과 외지인을 못 받던 당시, 라파의 집은 제주도 신부전 환우들에게 실낱같은 희망이 됐다. 코로나 기간에도 라파의 집은 문을 열어, 환자에게 필요한 신장 투석을 끝까지 제공하는 등 이들의 필수 의료사역을 감당했다.

“투석을 받는 환자분들을 보면 힘들고 괴로울 때도 다시 내가 힘을 내야 할 이유를 느껴요” 김진희 수간호사는 오늘도 의약품들을 점검하며 환자들을 둘러보고 있다. 다른 간호사들 또한 마찬가지로 무거운 투석 여과통 수십 개를 들고 나르며, 환자들을 돌보기에 여념이 없다.

신부전 환자들에게 있어 라파의 집은 안식처이기도 하다. 이들은 “라파의 집은 두 번째 집과 같아요”라는 고백을 서슴지 않는다. 몇 년 동안 이곳을 애용해 온 환자들이 한결같이 하는 이야기다. 이곳은 신장투석 없이는 살 수 없는 이들의 생명줄을 붙잡아 주고 하루를 마무리할 머리를 뉠 수 있는 장소를 대가 없이 포용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김진희 수간호사는 라파의 집에선 ‘천사’라고 불리운다. 혈액투석에 있어 전문가인 김 간호사에 대해 환우들은 입을 모아 “이런 간호사를 만날 수 있어 감사하다”라며 그녀의 섬김에 아낌없는 감사를 보낸다. 
김진희 수간호사는 라파의 집에선 ‘천사’라고 불리운다. 혈액투석에 있어 전문가인 김 간호사에 대해 환우들은 입을 모아 “이런 간호사를 만날 수 있어 감사하다”라며 그녀의 섬김에 아낌없는 감사를 보낸다. 

해가 중천으로 올라가는 무렵, 라파의 집에서 부부로 사역을 감당하는 정덕수 과장과 오차순 간사는 각자의 일을 하기에 여념이 없다. 1999년과 2002년도에 각각 신장기증을 한 두 부부는 자신들이 사역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은 “주님께서 이웃을 사랑하라고 말씀하셨듯이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신장을 기증했다”며 “만성신부전 환자들을 위해 사역하는 라파의 집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이곳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직원들 모두가 라파의 집을 지키고 싶어 해요. 모두가 똑같은 생각일 거예요.” 실제 라파의 집 원장과 수간호사를 포함한 고위직들은 임금삭감을 감내하고 라파의 집을 지키고 있다. 이들에겐 돈보다 더 소중한 것은 곁에 있는 신부전환자들이기 때문이다.

따듯한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 신부전 환자들이 투석을 끝내고 나와 산책을 하고 있다. 보호자인 진혜숙 씨(가명)는 “라파의 집을 통해 많은 감사함을 느껴요. 투석을 오래한 사람들은 다 알 거예요, 그 불안함을. 그렇지만 이 집 덕분에 제주도 유채꽃을 볼 수 있었어요”라며 웃음을 지었다.

라파의 집에서 환자들은 1만 5000원의 이용료를 내면 하루 세끼를 맘껏 먹을 수 있다. 재정적으로 열약한 환우들에게는 그만큼 이곳은 소중한 공간이다.
라파의 집에서 환자들은 1만 5000원의 이용료를 내면 하루 세끼를 맘껏 먹을 수 있다. 재정적으로 열약한 환우들에게는 그만큼 이곳은 소중한 공간이다.

그러나 현재 라파의 집 사역은 제동이 걸렸다. 지난 2월에 열린 이사회에서 라파의 집 재정 악화를 보고 하며 시설의 폐쇄를 논의했다. 그러나 이사진들은 사역의 중요성을 알기에 “어떻게든 살려보자”며 비용절감을 주문했고, 수많은 신부전 환자들의 요청과 민원이 더해, 12월까지 라파의 집을 살려보기 위한 조정에 들어갔다. 2023년 기준 라파의 집은 약 6억원의 법인 지원금을 받고 있다. 사실상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의 후원금을 통해 전체 지출의 절반을 메꾸며 운영하는 실정이다.

라파의 집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 창출효과는 묵과할 수 없다. 2023년 한 해 약 500여 명의 환자와 보호자들이 방문하는 라파의 집은 지역의 장애인이동약자차량이 230대로 증가하는 데 일조하며, 이들이 라파의집을 방문해 발생하는 관광효과는 지역의 경제발전과 복지시설 발전에 충분히 이바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라파의 집의 재정악화 상황에서도 제주도청의 주무관청에서는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을 알아보겠다”고 답변하지만, 사실상 제주도의 유일한 비영리 목적의 투석시설을 가진 라파의 집에 해당하는 지원사업은 당장에 찾기 어렵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시설의 한쪽 벽면에는 신장기증인들과 후원자들의 명패가 적혀 있다. 오늘 날 라파의 집을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소중한 실천과 후원이 있기 때문이다.
시설의 한쪽 벽면에는 신장기증인들과 후원자들의 명패가 적혀 있다. 오늘 날 라파의 집을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소중한 실천과 후원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아쉬운 상황에서 글을 쓸 수 있는 신부전환자들은 라파의 집 홈페이지에 후기들을 남기며 각자 자신들의 간증을 기재하며 라파의 집이 계속되길 소망하고 있다. 김진희 수간호사는 “만성신부전 환자분들 중에 표현이 어려운 분들이 많다”라며 “라파의 집을 경험한 환자들은 누구나 우리의 상황을 공감하고 함께 응원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파의 집 길을 거닐며 보이는 한쪽 벽면에는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고귀한 선택을 한 신장과 간 기증인들의 현판이 보인다. 수많은 이들의 이름이 적힌 현판은 해가 저물어 가며 빛이 사라지는 순간에도 스스로 빛나고 있다.

김동엽 상임이사는 “환자들을 만나며 듣는 소원 중에 가장 큰 소원은 신장이식을 받는거다”라며 “그러나 그것이 너무 어렵다면 두 번째 소원은 물을 맘껏 먹는 것과 더불어 여행을 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신장투석 환자들은 물을 먹은 만큼 배출하기가 어려워 물을 절제하고, 투석으로 인한 어려움에 어딘가로 여행을 나서기 어렵다.

앞으로 환자들을 위해 라파의 집은 많은 과제를 남겨 놓고 있다. 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무엇보다 더 많은 환자를 받을 수 있도록 알려야 하고, 적자의 폭을 줄여 이사회의 고민 결심을 되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김동엽 상임이사는 “라파의 집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 여행과 휴식, 추억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 진 곳이다”며 “우리 모두가 라파의 집을 사랑하는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라파의 집은 일반인 이용 방안, 비용 절감을 위한 조정, 이용금액 조정 등 다양한 모양의 자구책을 고민하고 있다.

떠나가는 길 속에서 환자들과 직원들은 끝으로 한결같이 말한다. “공기가 있어 우리가 숨을 쉬는 것처럼 라파의 집은 우리 곁에 항상 있어야 합니다. 라파의 집은 우리에게 그런 존재입니다.” 

해가 그치며 어둠이 적막하게 깔렸다. 그러나 라파의 집은 여전히 빛을 밝히며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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