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빈 목사(그루터기교회)

안성빈 목사(그루터기교회)
안성빈 목사(그루터기교회)

나는 총신신학대학원 3년을 다니면서 장애학생 장학금과 외부 사랑선교회에서 주는 장학금을 거의 매 학기 받았다. 남들처럼 교육전도사 사역도 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 신학생에게는 정말 가뭄에 단비 같은 장학금이었다. 신대원 생활을 하는 동안 대형교회에서 장학금을 수여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혼자 조용히 기도한 적이 있다. “하나님 저도 장애인 신학생에게 장학금을 줄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이 기도를 까맣게 잊고 지냈다. 그사이 나는 학교를 졸업하고 교회를 개척했다. 그런데 어느 날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신대원의 장애인 신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라는 마음을 계속 주셨다. 너 또한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라는 마음이었다. 

우리 교회에서 얼마나 장학금을 줄 수 있을까 교회 통장을 살펴봤다. 300만원 조금 넘게 잔액이 남아 있었다. 넉넉지 않지만 200만원 정도는 장학금으로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신대원 은사님께 현재 재학 중인 중증장애인 신학생을 알아봤다. 마침 중증장애인 신학생이 2명 있었다. 그들에게 연락해 장학금을 주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2017년 1학기에 두 학생에게 각각 100만원씩 장학금을 줬다. 두 신학생도 최중증 장애인이라 교회에서 전도사 사역을 하지 못해 어려운 형편 속에서 학업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그런데도 학업성적이 매우 뛰어난 분들이었다. 정말 놀라운 일이 일어난 것이다. 내가 장학금을 받으면서 공부했고, 이런 장학금을 꼭 필요한 장애인 신학생에게 주고 싶다는 소망을, 하나님께서는 정말 작고 작은 그루터기교회를 통해 이루신 것이다.

이렇게 1학기 장학금을 주고 나니 당장 걱정이 밀려왔다. 곧 2학기가 올 텐데 계속 장학금을 줄 수 없을 텐데 괜히 장학금을 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기우였다. 장학금을 준 후 외부에서 헌금이 더 들어왔고 우리 교회는 이 두 신학생에게 2학기에도 100만원씩 장학금을 줄 수 있었다. 이 신학생 중 한 명은 벌써 졸업했고 한 명은 너무나 안타깝게도 몸이 안 좋아져서 집에서 요양 중이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슬로건으로 우리나라 전 국민이 2002년 월드컵 때 흥분했었다. 그런데 이 말은 월드컵 때만 쓰이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몸소 체험했다. 교회 재정이 300만원 정도밖에 없었는데 하나님의 은혜로 한 번 더 장학금을 줄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이 내 기도를 듣고 계시다는 증거였다. 아무 데도 쓸데없는 이 종의 기도를 들어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올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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