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찬송가: 암울한 시기에 주어진 금빛 확신〉

하나님의 독생자 (찬송가 171장)

20세기 미국의 복음 찬송가를 대표하는 곡 중 하나인 이 찬송은 원래 ‘살아계신 주’(Because He lives)란 제목으로 널리 알려져 왔고, 지금도 애창된다. 그런데 한국 찬송가의 가사는 영시 원문과 상당히 다르다. 특히 2절은 너무 달라 도저히 번역 가사라고 볼 수 없을 정도다. 1절과 3절, 그리고 후렴 역시 원문이 전달하는 부활의 벅찬 감동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시인은 각 연과 후렴의 마지막 행에서 ‘예수님이 살아계신다!’고 외치며 연달아 감탄부호를 사용한다. 시대를 초월하는 주옥같은 문학작품을 한번 음미해보라.

영시 전문 번역

제1연
하나님이 자기 아들을 보내셨고, 그들은 그를 ‘예수’라고 불렀네.
그는 사랑하고 치유하며 용서하기 위해 왔고,
날 사면할 대가를 치르기 위해 살고 죽으셨네.
거기 있는 빈 무덤이 증명하네, 내 구세주가 살아계심을!

제2연
신생아를 안아보는 것이 얼마나 달콤하고
아이가 주는 기쁨과 자부심을 느끼니 얼마나 좋은가!
하지만 그 고요한 확신은 더 큰 기쁨을 주네,
그가 살아계시기에, 이 아이가 불안한 날들과 맞설 수 있으니!

제3연
그리고 언젠가 내가 그 강을 건널 것이고
인생의 마지막 전쟁을 수고로이 치르리라.
그리고 그때, 죽음은 승리에게 굴복하고
나 영광의 빛들을 보며 그가 살아계심을 알게 되리라!

후렴
그가 살아계시기에 난 내일과 맞설 수 있고
그가 살아계시기에 모든 두려움이 사라졌네.
그가 내 미래를 붙잡고 있음을 알기에
삶은 살아갈 가치가 있다네, 오직 그가 살아계시기에!

▒ 작시 배경

이 찬송은 복음성가 작곡자이자 가수인 윌리엄 게이더(William J. Gaither, 1936~)와 그의 아내 글로리아(Gloria, 1942~)가 함께 시를 쓰고, 남편 윌리엄이 1971년에 곡을 붙였다. 윌리엄은 미국 인디애나주 알렉산드리아에서 살았고 앤더슨대학을 졸업한 후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했다. 고등학교에서 영어와 문학을 가르쳤는데, 그 학교에서 프랑스어와 영어를 가르치던 아내를 만나 결혼했다. 후에는 교사직을 그만두고 곡을 쓰며 앨범을 만드는 일에 전념했다.

이 부부에게는 두 딸이 있었는데 1970년에 고대하던 아들 벤지가 태어났다. 이 시는 벤지가 태어난 직후에 쓰였다. 아들이 출생할 당시 미국 사회는 매우 암울했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었고 마약이 유행했으며 하나님을 부인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었다. 더욱이 이들은 한동안 곡을 쓰지 못하는 침체기를 겪고 있었고, 윌리엄은 백혈구 증가로 인해 건강이 안 좋은 상태였다. 이들 부부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지금은 아이가 태어나기에 정말로 좋지 않은 시기다.” 하지만 예수님이 살아계시기에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느끼며 시의 제2연을 제일 먼저 적어나갔다. 그리고 1연과 3연을 덧붙였다. 이렇게 해서 이 시가 탄생하였다.

장인식 장로가 자신의 저서 를 소개하고 있다. 장 장로는 찬송가 171장은 예수 부활의 기쁨과 의미를 잘 드러낸다고 말했다.  권남덕 기자 photo@kidok.com
장인식 장로가 자신의 저서 를 소개하고 있다. 장 장로는 찬송가 171장은 예수 부활의 기쁨과 의미를 잘 드러낸다고 말했다.  권남덕 기자 photo@kidok.com

▒ 시 해설

이 시는 예수님이 지금도 살아계신다는 진리가 우리 각자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구체적으로 서술한다. 제1연은 예수님의 부활을 언급하기 위해 그분의 생애를 요약한다. 1행은 출생, 2행은 공생애 사역, 3행은 죽으심, 4행은 부활을 소개한다. ‘그들이 그를 예수라고 불렀다’(1행)는 내용은 신학적으로 아주 중요하다. 이 선언은 마태복음 1장 23절(‘그들이’ 그의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부를 것이다)과 25절(그가 그의 이름을 ‘예수’라고 불렀다)이 합쳐진 문장이다.(개역개정으로는 이런 의미를 알 수 없다.) 여기서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로 인해 등장하게 될 교회 공동체다. 이는 그리스도인이 하나님의 백성이고, 예수님이 구세주이심을 암시한다.

화자는 예수님의 사역을 세 가지로 정리한다.(2행) 죄인을 사랑하고, 치유하며, 용서해주셨다고 말한다. 3행의 ‘날 사면할 대가를 치른다’(to buy my pardon)는 표현은 히브리서 9장 15절을 반영한다. 주님은 마치 흑인 노예를 사듯이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치르고 우리를 사서 죄에서 속량하셨다. 그러기에 우리의 주인이 되신다. 4행은 주님이 살아계신다고 확언하며 감탄부호를 사용해 격한 감정을 표출한다. 1연에 나오는 동사들을 살펴보면 마지막 행만 제외하고 모두 과거시제다. 오직 4행만이 현재시제(is, lives)다. 그렇다! 주님은 지금도 우리와 함께하는 임마누엘이시다.

제2연은 살아계신 예수님이 갓 태어난 아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설명한다. 딸만 둘 있는 가정에 아들이 태어나면 부모가 얼마나 기뻐할까! 시인 부부는 고대하던 아들 벤지를 낳은 후, 그 아이를 안고 아이의 장래를 생각하며 하나님을 찬양한다. 아이가 커 가며 부모에게 선사할 기쁨을 상상한다. 그렇지만 주님이 살아계시기에 이 아이가 불안한 미래와 당당하게 맞설 수 있다는 확신은 더 큰 위로를 준다고 고백한다.

시인은 하나님이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자기 아들을 ‘보내셨고’, 예수님은 죽음과 부활을 통해 그 뜻을 성취하셨다고 언급하였다.(1연) 이제 2연에서는 하나님의 뜻에 따라 아들 벤지가 ‘태어나게’ 하셨음을 믿으며, 이 아이를 향한 그분의 뜻이 성취되기를 기원한다.

여기서 멋진 시적 기교를 발견할 수 있다. ‘붙잡다’(hold)란 단어가 2연 1행과 후렴 3행에 등장한다. 부모가 어린 아들을 품에 ‘안고’ 있듯이, 예수님은 우리의 미래를 ‘붙잡고’ 계신다. 마치 신생아를 보듬고 있듯이 말이다. 얼마나 기막힌 시각적 이미지인가! 4행의 ‘맞서다’(face)는 어떤 문제나 좋지 않은 상황을 대담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강조한다. 그리스도인은 어떤 환경에서든 떳떳하게 살아야 한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주시기 때문이다.(빌 4:13)

제3연은 예수님의 부활이 화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설명한다. 이 세상에서의 삶을 승리로 마감한 후 천국에 들어가 주님의 살아계심을 확인하겠다고 다짐한다. 2행은 인간의 삶을 전쟁에 비유해 삶의 모든 과정이 영적 전투임을 시사한다. ‘마지막 전쟁’이란 표현은 지금까지 수많은 전투가 이어져 왔다는 뜻이다. ‘마지막 전쟁’(final war)을 수고로이 ‘치른다’(fight)는 말은 노년기의 고통스럽고 힘든 상황과 사탄의 끈질긴 공격을 동시에 보여준다. 여기에 사용된 자음운 ‘f’(final, fight)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굳은 의지와 하나님의 도우심에 대한 기대를 시각화한다.

‘죽음이 승리에게 굴복한다’(3행)는 구절은 육체적 죽음 이후에 새로운 세계가 열리게 됨을 알려준다. 죽음의 문을 통과하면 그때부터 주님과 함께하는 승리의 삶은 영원히 지속된다. 죽음과 결연히 맞설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광의 빛들’(4행)은 찬란한 천국을 상징한다.

후렴은 ‘예수님이 살아계신다는 사실’(because He lives)이 삶의 각 영역에서 얼마나 놀라운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리얼하게 보여준다. ‘because’(~ 때문에)는 이유를 나타내는 접속사 중에서 가장 강력하다. 상대방이 모르거나 잘 믿지 못하는 이유를 제시할 때 쓰인다. 시인은 예수님의 부활을 부인하며 마약을 부추기는 시대 풍조에 맞서서 그분이 지금도 살아계신다고 역설한다. 살아계신 주님은 우리로 하여금 불안한 미래와 당당히 맞서게 하고(1행), 모든 두려움이 사라지게 하신다.(2행) 삶을 살 만한 가치가 있게 만드신다.(4행)

우리의 미래를 붙잡고 계시는 예수님의 이미지(3행)는 예레미야 29장 11절을 상기시킨다. 하나님은 예레미야 선지자를 통해 오직 그분만이 우리를 위한 계획을 가지고 있고 소망을 준다고 말씀하신다. 마지막 행(just because He lives!)은 특이하게 ‘because’ 앞에 ‘just’(단지, 오직)를 덧붙인다. 아무리 현실이 암담하다 해도, 주님이 살아계시기에 삶은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내용은 하박국 3장 17~18절을 떠올리게 한다. “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하지 못하며…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

장인식 장로(문학평론가)

(<찬송가, 시로 읽다> 저자·전 중부대학교 영어과 교수)

적용
1) 예수님의 부활을 진정으로 믿는다면 당신의 삶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2) 일상의 영적 전투 현장에서 매일 어떤 자세로 싸움에 임하는가?

※ 아래 사이트에서 영시 원문과 영어 찬송가를 보고 들을 수 있습니다.
https://amazinghymns.com/because-he-l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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