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광산구 내 설립 7000여명 거주
올해 12회 3.1만세운동 재현행사 가져
만세삼창 독립선언문 고려인 음식 나눔

광주 고려인마을에서 옛 연해주의 만세운동을 재현하는 3·1절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다.
광주 고려인마을에서 옛 연해주의 만세운동을 재현하는 3·1절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다.

중앙아시아, 곧 구 러시아권역에서 거주하다가 귀환한 고려인들에게 대한민국의 여러 명절과 기념일들 중에서도 3·1절은 아주 특별하다. 타국에서 힘겨운 삶을 이어가던 그들의 가슴 속에서도 겨레의 자주독립에 대한 염원과 항쟁의 의지는 똑같이 불타올랐기 때문이다.

만세운동이 벌어질 무렵, 일제의 압제를 피해 러시아로 이주해있던 한인들은 연해주 등지에서 독립을 위한 무장투쟁에 앞장서거나 물심양면으로 적극 참여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헤이그밀사의 일원이었던 이상설, 대한민국임시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이동휘, 독립군 총사령관 홍범도 등 여러 지도자들의 활약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최재형이다. 함경도 출신의 최재형은 사업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두며 쌓은 재산으로 평생 독립운동을 전개하며, 연해주에서 한인들을 대변하는 역할을 감당했다. 

1919년 만세운동의 여파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될 당시 연해주는 상해와 함께 독립운동의 거점이 됐다. 그해 11월 블라디보스토크의 신한촌에서는 독립단 본부가 조직되고 이를 통해 본격적인 무장투쟁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4년 후인 1923년 연해주의 한인들은 우스리스크에서 ‘3·1만세운동 제4회 기념대회’를 개최하며, 조국 독립의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그 후예들이 고국으로 돌아와 광주광역시에 집단 거주하며 고려인마을을 세운 후에도, 3·1운동에 대한 기억은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해마다 3·1절이 돌아오면 고려인마을의 중심 광장을 이루는 월곡동의 홍범도공원에서 만세운동 기념행사를 마련한다.

12회째를 맞이한 올해에는 ‘빼앗긴 조국, 그날의 함성’이라는 주제 아래 600여 명의 고려인들과 시민들이 모여 만세운동 재현행사를 벌였다. 흰 저고리와 검은 치마차림의 여학생들, 일본 순사 복장의 오토바이 부대 등 다양한 차림으로 분장한 참가자들은 동네 구석구석을 돌며 힘차게 ‘대한독립 만세’를 외친 후 광장으로 모여 기념식을 열었다.

이날 기념식에서 고려인마을 신조야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조국 광복을 위해 싸우다 이름 없이 스러진 고려인 선조들의 희생을 기렸다. 또한 고려인 후손으로 현재 전남대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덴마리나 씨와 호남대에 재학 중인 김나스쟈 씨가 독립선언문을 낭독했다. 고려인마을 어린이합창단과 아리랑가무단의 공연은 큰 갈채를 받았다. 홍범도 장군 흉상에는 포토존이 설치되고, 고려인들의 음식인 리뾰시카 시식 및 희망태극기 만들기 등 부대행사와 문빅토리 화백의 미술관 개관식 등도 함께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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