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준인 목사(청량교회)
송준인 목사(청량교회)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 핵 사고가 발생한 지 어언 13년이 지났다. 그러나 그 후유증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원자력의 본질적인 문제는 방사선이나 방사능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원자핵을 불안정하게 만들면 에너지가 나오는데 그 결과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배출된다. 우리는 핵분열 때 생기는 생성물을 죽음의 재라고 부르는데 죽음을 불러올 만큼 생명체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물질이 대량으로 생성된다는 뜻이다. 이것이 바로 핵반응의 본질이며 치명적인 결함이라고 할 수 있다. 

핵 에너지 이용을 위한 원자력 개발은 그 후 원자력 발전이라는 형태로 실현됐다. 그런데 원자력 발전이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기술이라는 점을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원자력은 생명에 대해서 대단히 파괴적인 방대한 방사성 물질을 만들고, 이번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보듯이 거대한 사고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는 몇 가지 신화와 같은 믿음이 있다. 그 첫째가 원자력은 안전하다는 신화다. 원자력에 관한 우리의 최대 관심은 진짜 안전한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이미 일어난 대형 사고 중, 스리마일섬은 단순 노무자의 실수가 그 원인이었고, 체르노빌은 과학자들의 실수, 후쿠시마는 자연재해가 원인이었으므로 앞으로 어떤 것이 원인이 돼 대형 사고로 나타나게 될지는 아무도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대한민국은 현재 24기의 원전을 보유한 나라로 지금까지 크고 작은 핵 발전소 사고는 무려 500번 이상 일어난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한민국의 경우, 원전 30km 반경에 인구 밀집지역이 많다는 데 있다. 전남 영광의 경우 14만명, 경북 울진의 경우 6만명, 고리 원전의 경우 322만명, 월성 원전의 경우 109만명으로 만일 후쿠시마와 같은 자연재해를 입게 되면 그 피해 규모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가 될 것이다. 원자력 발전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런 사고는 1000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사고라고 하면서 원자력 발전은 가장 안전하다고 말한다. 1000년에 한 번이라고 하면 아주 낮은 확률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이것이 원자로 1기에 대한 확률이라는 것이다. 현재 세계에는 442기가 넘는 원자로가 있으므로 1기당 1000년에 한 번 대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 곧 2.5년 만에 한 번 세계 어디선가에 대사고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 원자력은 값싼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신화다. 원전 건설에 찬성하는 쪽은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충족하려면 원자력 발전이 대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생산 단가가 낮고 빠르게 급증하는 수요를 맞추려면 원전만이 대안이라는 것이다. 전력 시장에서 kwh당 원자력이 40원에 판매된 반면, 석탄은 67원, 수력은 136원, 액화천연가스는 187원, 석유는 225원, 태양광은 330원에 팔렸다. 이것을 근거로 원자력발전이 가장 경제성이 높다고 선전한다. 그러나 거기에는 숨어 있는 비용이 누락되어 있다. 원자력 발전의 경제성 평가를 위해서는 단지 발전소 건설비용과 운영비용, 연료비용만이 아니라 원전 폐쇄 비용과 방사성 폐기물 처리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더 면밀한 계산이 필요하다. 

셋째로, 원자력의 신화 중에서 최후까지 살아남은 신화는 단연코 청정에너지 신화이다. 지구온난화를 방지하는 데 원전이 좋다고 해서 세계적으로 원자력 산업이 강력한 선전을 해 온 것이다. 그러나 핵발전이 이산화탄소의 발생량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핵발전의 전 과정에서, 특히 우라늄의 채굴과 가공 및 농축과정에서 엄청난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부근 바다의 어류에서 사상 최고치의 세슘이 검출됐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그것은 지구환경을 일상적으로 오염시키고 위험하고 취급이 까다로운 폐기물을 끊임없이 만들고 수익자의 세대에서 수 세대, 혹은 수십 세대 후의 인류에게 큰 부채를 떠 넘기는 비윤리적인 일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13주기를 맞이해 타산지석으로 우리나라도 에너지 정책에 새로운 결단이 필요하다. 자연친화적인 발전소 건설과 더불어, 아끼고 절약해서 절전소라는 새로운 개념의 발전소를 건설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 중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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