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철 목사 (마포중앙교회)
신현철 목사 (마포중앙교회)

비가 계속되더니 눈으로 바뀌고 대설주의보까지 내렸다. 하지만 그 순백의 아름다움은 오래 가지 않았다. 봄이 가까이 와있기 때문이다. 봄이 오면 겨울을 저 멀리 물러간다. 이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봄의 문턱에서 한국교회와 교단의 미래를 생각해 본다. 여기저기 들리는 소리는 그리 아름답지 못하다. 어디 하나 평안한 곳이 없어 보인다.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누가 총회 임원이 되고, 상비부장이 될 것인가에만 집중돼 있다. 총회를 위해 섬길 사람들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선거의 과정은 볼썽사납다. 변호사를 대동한 법리 논쟁도 있다 하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무너진 충남노회를 재건하지 못함에 대한 한숨이 깊고, 1000만원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교단을 둘러싼 소식은 말 그대로 겨울왕국이다. 그럴듯한 개혁신학을 내세웠지만, 도무지 추워서 견딜 수 없는 싸늘한 얼음구덩이다. 복음의 새싹이 뿌리 내릴 데가 없어 보인다.

교역자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다. 선교현장은 초토화돼 가고, 젊은 교인들은 줄어든다. 게다가 저출산 고령화까지 겹쳐 진즉에 주일학교는 무너졌고, 교회 붕괴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교단을 탈퇴하는 교회들은 늘어가고, 교단은 총체적 난국에 직면했다. 눈앞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정년제를 손보고, 각종 운동들을 펼쳐보지만 침몰하는 배 위에서 분주히 꽹과리 치는 격이다.

이런 마당에 저마다 교권을 잡아보겠다고 나선다. 성도들의 피와 눈물의 헌신인 헌금을 들고 돈 자랑을 하며 교단의 정치를 하겠단다. 한국교회와 교단의 현실에 대한 인식도 없고, 이루고자 하는 이상도 없고, 이룰 수 있는 능력도 없지만, 그 권세와 명예를 얻기 위해서 정치를 하겠단다. 교단의 정치를 위해서는 강단에서 선포한 말씀도 외면한다. 법도 질서도 없다. 명분도 경륜도 없다. 온통 미숙함과 흠결투성이의 작품들을 진열하고 있을 뿐, 개혁신학을 살릴 제대로 된 정책도, 연구기관도, 전문가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또 우리는 이런저런 학연, 지연, 이해관계를 따라 그런 정치를 지지한다. 개혁신학이 구축한 장로회 정치는 뒷전으로 밀어내고, 제왕적 독단을 계승한다. 총회의 파회 정신을 내동댕이치고, 총회임원회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어 준다. 신학과 법을 권력의 시녀로 전락했고, 총회 규칙, 선거 규정, 총회의 결의를 통해서 반장로회주의적 정치를 지지한다. 개혁자들이 반대하며 죽기를 불사했던 교황적 정치의 망령을 되살려낸다. 모두가 그 겨울왕국에 살고 있다.

칼빈의 후계자인 데오도르 베자(Theodore Beza)는 이런 말을 했다. 사탄은 무너뜨리기 어려운 교리와 싸우려 하지 않고, 손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 교회 정치와 싸우고, 그래서 교회 정치를 무너뜨림으로 교회의 상아탑인 교리를 파괴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신학과 교회 정치는 달라도 된다고 생각한다. 교회 정치에서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 장로교회의 신학과 교리가 어느 정도 양보돼도 괜찮다는 것이다. 그러나 베자에 의하면 개혁신학을 지키는 길은 장로회 정치를 제대로 구현하는데 있다. 장로회 정치가 무너지면 개혁신학도 무너지고 만다. 그는 장로회주의 정치를 개혁신학의 최일선에 서 있는 방어선으로 이해했다.

어쩌면 영적으로 꽁꽁 얼어버린 오늘의 교회적 상황은 바로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교회 정치의 부패와 미숙함을 종식시켜야 한다. 개혁자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냈던 장로회 정치를 다시 구현해 내야 한다. 잃어버린 파회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모든 것을 총회임원회에 떠넘기는 작태에서 벗어나 상비부의 조직과 기능을 살려내야 한다. 전문가를 양성할 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연구기관을 설치해 얼어붙은 교단의 미래에 다시금 봄바람이 불게 해야 한다.

계절은 봄을 향해 가고 있다. 매서운 꽃샘추위가 가끔은 온몸을 떨게 하지만 여전히 봄은 가까이에 다가왔다. 얼음은 녹을 것이고, 새싹이 돋아날 것이다. 꽃은 피어나고 만물은 생명적 기운으로 충만할 것이다. 보다 성숙한 신앙과 교단 정치를 통해서 한국교회와 복음적 사역이 이 땅과 세계 열방 가운데 아름다운 봄과 같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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