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빈 목사(그루터기교회)

안성빈 목사(그루터기교회)
안성빈 목사(그루터기교회)

2015년 3월에 첫 예배를 드리고 교회를 개척한 지 3년쯤 됐을 때, 슬럼프가 찾아왔다. 중증장애인의 몸으로 매주 설교하고 예배를 인도하며 교회를 이끌고 가는 것이 생각보다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생계를 위해 평일에는 장애인 단체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주말에 쉬지 못하고 설교를 준비하고 주일에는 주보 제작, 자리 정돈 등 예배를 섬기는 일이 버겁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몸이 힘들다 보니 점점 교회 개척에 대한 후회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당장 난 회의에 빠졌다. 이렇게 혼자 아등바등하며 교회를 이끌고 나가봤자 3명 정도 모여서 예배를 드리는 것이 고작이었고, 그루터기교회를 아는 사람도 없었다. 그렇다고 교회를 닫을 수도 없었다. 이미 교회에 출석하는 3명의 성도가 있고, 내가 교회를 개척한 것을 알고 있는 주위 사람들에게 중증장애인이니까 힘들어서 그만둔다는 말은 정말 듣기 싫었다.

어느 날 하나님께서 내 마음에 이런 생각을 주셨다. “사람들이 그루터기교회가 있는지 모른다고 네가 말했느냐? 내가 알고 있지않느냐?” 우리 교회가 구제 헌금으로 매달 후원하고 있는 장애인 몇 분이 생각나게 해 주시면서, “큰 교회는 저들을 모르지 않니? 저들은 너만 알고 있지 않니? 그루터기교회만 알고 있지 않니? 그루터기교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단다.” 

나는 가슴을 치면서 하나님께 회개했다. “주님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서너 명 모여 남의 사무실에서 예배드리는 교회라 아무도 모르는 교회라고 생각했는데, 하나님은 너무나 잘 알고 계시는데 그것을 잊고 있었네요. 네, 맞습니다. 우리 교회는 작고 연약하지만 우리만 할 수 있는 일을 하겠습니다. 하나님이 나에게 맡기신 양이니, 감사한 마음으로 어려운 장애인들을 돕겠습니다.”

나는 교회를 개척할 당시, 우리 교회가 구제와 선교에 힘쓰는 교회가 돼야겠다고 다짐했다. 종교개혁자 칼빈이 제네바에서 목회할 때 교회 재정의 상당 부분을 구제와 선교에 썼다는 글을 읽고 결심했다. 어차피 우리 교회는 남의 공간에서 예배를 드리니 월세도 나가지 않고 사례비도 줄 수 없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재정의 상당 부분을 구제와 선교에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말하니 엄청 거창한 것 같은 데, 성도는 서너 명의 중증장애인이고 헌금할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교회의 총 예산이라고 해 봤자 왠만한 교회 간식비 정도밖에 되지 않는 액수이다. 그래도 과부의 두 렙돈을 칭찬하시는 주님을 믿고 없는 가운데서도 더 어려운 장애인을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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