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오(오디세이학교 교사,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

<순례 주택>(유은실/비룡소)

옛날 농경시대에는 아이들이 유아기를 벗어나 10대에 접어들 정도의 나이만 돼도 크고 작은 집안일이나 농사일로 내몰렸다. 그리고 이런 일을 잘 감당하는 아이일수록 일찍 어른 대접을 받았다. 조금 어려운 말로 생산의 주체가 되는 것이 어른됨의 출발이었다. 

그런데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가정과 생산 현장이 멀어지게 됐고, 집안일도 엄마 혹은 어른 도우미의 몫이 됐다. 아이들은 공장일이든 집안일이든 생산에 참여할 기회가 사라졌고 부모로부터 용돈이나 신용카드를 받아서 자신이 갖고 싶은 물건을 소비하면서 스스로 어른이라는 것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생산의 시대에서 소비의 시대가 된 것이다.

이렇게 소비의 시대와 시험 점수 위주의 교육이 아이들을 지배하면서 제대로 어른이 되지 못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스스로 밥도 해 먹을 줄 모르고, 스스로 빨래를 하거나 청소를 할 줄도 모르고, 어떤 문제에 부딪히면 스스로 해결해보려고 애쓰지 않고 그냥 숨어버리고, 다른 사람을 전혀 배려하고 자신의 욕망에만 갇혀 있는 무능한 아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문제는 나이를 먹어 물리적으로는 어른이 됐지만 실제 삶은 어른이 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문제를 다 해결해달라고 불평만 늘어놓는 어린아이 상태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이는 학교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높은 학력을 가진 사람 중에서도 존재한다.

정병오(오디세이학교 교사,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
정병오(오디세이학교 교사,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

이러한 세대를 향해 소설 속 주인공 순례 씨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어떤 사람이 어른인지 아니?” “자기 힘으로 살아보려고 애쓰는 사람이야.”

“주변에 있는 좋은 어른들은 자기 힘으로 살려고 애쓴다.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10대 자녀와 부모가 함께 읽으며 어른됨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면 좋을 책이다. 교회학교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읽고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를 이야기해 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관광객이 아닌 순례자의 삶을 고민하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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