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의서 목사(세곡교회)
박의서 목사(세곡교회)

교단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식이 있었고 일정기간 수학하고 과정을 수료한 분들이 졸업장을 받고 목회현장으로 나갔다. 오래 전에 동일한 과정을 거친 후 목회현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한 사람으로 귀한 후배들에게 조심스런 말을 전해보고자 한다.

안개가 자욱한 구간을 운전하는 사람처럼 목회현장을 살피는 졸업생들도 조심스레 그 현장을 살펴야 할 것이다. 먼저 그 길을 걸어간 신앙의 선배들을 만난다면 그들은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그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고 헌신과 열정을 배우며 자기를 내려놓고 교회를 섬기는 모습을 본받아야 할 것이다.

존 파이퍼(John Piper) 목사가 쓴 서신 형식의 글을 소개하고 싶다. “형제들이여, 우리는 전문직업인이 아닙니다.”(Brothers, we are not professionals.) 파이퍼는 여기서 전문적인 목회자의 등장이 목회의 본질을 흐려지게 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지적을 하고 있다. 전문적인 직업인으로서 목회자의 모습에서는 성경에서 말하는 선자자의 모습이나 그리스도의 종으로 살아가는 모습도 찾아보기 어려운 법이다. 하나님의 일꾼은 위에서 부르신 그분의 부르심에 합당한 상을 얻기 위하여 달려가는 사람이며 자기를 쳐서 복종시키며 날마다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를 따르는 자이다. 맡은 자들에게 구할 것은 충성이라는 사도 바울의 가르침은 모든 사역자들에게 불변의 진리요 원칙이 돼야 하는 것이다. 그리스도 앞에서 ‘그는 흥해야 하겠고 나는 쇠해야 하리라’고 말한 요한의 가르침을 먼저 생각하며 자신의 모습이 드러나고 높아지는 것보다 교회의 유익을 먼저 생각하며 스스로 종의 자리를 찾아갈 수 있는 하나님의 사람이 필요한 시대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교회도 새로운 지도자상을 요구하고 있다.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세상과 상상의 세계가 현실로 다가왔고 과학문명의 발전이 가져다준 현실을 준비 없이 맞이하면서 윤리적인 혼돈을 겪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환경이 자연스레 수용되면서 목회자들에게는 더욱 영적인 필요가 요청된다. 다음세대와 교회의 리더로 세워질 후배들이 성경적인 목회자의 자리를 지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시대가 변해도 교회를 세우는 일꾼의 자질과 영적 필요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경건한 삶을 향한 기도와 묵상의 시간은 목회자 자신을 세워가는 중요한 원천이다. 시대에 필요한 기술을 익히고 적용하는 것보다 우선하는 일이 영적인 일이다. 열정도 충성도 희생도 다 여기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부름 받아 나선 이 몸 어디든지 가오리다. 아골 골짝 빈들에도 복음 들고 가오리다. 소돔 같은 거리에도 사랑 안고 찾아가서 종의 몸에 지닌 것도 아낌없이 드리리다. 존귀 영광 모든 권세 주님 홀로 받으소서. 멸시 천대 십자가는 제가 지고 가오리다. 이름 없이 빛도 없이 감사하며 섬기리다.” 이 찬송을 마음으로 부를 수 있다면 더 이상의 말은 필요치 않으리라. 모두가 대도시에 있어야 하며 모두가 큰 교회에서 사역을 해야만 하는 것인가? 대도시의 교회만 주님이 세우셨고 큰 교회에만 주님이 역사하시는가? 

지방에 있는 교회들은 사역자를 찾기가 힘들다고 한다. 물론 입학과 졸업자 수의 급감이 원인일 수도 있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목회자 된 우리들의 마음가짐과 헌신의 문제는 아닐까? 심각하게 자기를 점검하며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목회자의 본연의 자리는 과연 어디일까? 지역보다 교회의 크기보다 주님의 부르심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부름 받은 일꾼으로 어디든지 갈 준비가 돼있는 주님의 일꾼들을 보고 싶은 마음이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