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실권자가 공식석상에서 통일 불가론을 언급했다는 소식이 새해벽두 주요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지난 연말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남북한의 관계를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고, ‘대한민국과는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는 말도 했다는 내용이다.

사실 지난 수 년 동안의 한반도 정세를 생각하면 그리 놀라운 발언도 아니다. 남북한 정부 모두가 서로를 적대시하는 분위기를 점점 고조시켜왔던 게 사실이기에.

평화를 조성하기 위한 완충 장치들은 하나둘씩 해제됐고, 대화와 타협의 여지조차 남겨두지 않는 기색들마저 엿볼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이를 북측의 ‘벼랑 끝 전술’로 치부하거나, 총선을 앞둔 남측을 향한 민심 흔들기 쯤으로 해석한다. 반면에 한반도 경색 국면이 실제로 심각한 상황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보아야 한다는 비관적 전망도 심심찮게 나온다.

어느 쪽 말이 맞든지, 오랜 시간 통일에 소망을 품고 간절히 기도하며 노력을 기울여온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슬프고 허탈하기 그지없는 장면이다. 어쩌면 이를 계기로 민족의 화해나 조국통일에 대한 기대를 아예 접어버리겠다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리스도인들에게 통일의 꿈을 거둬들인다는 말은 단순히 북측을 상종하지 않겠다고 선을 긋는 수준을 넘어서는 이야기이다.

여전히 헤어짐과 그리움의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남북이산가족의 아픔을 이제는 돌아보지 않겠다는 선언이자, 아직도 이북에 그루터기처럼 남아있는 지하교회들을 외면하고 분단 이전 그 땅에 존재했던 수많은 교회들을 재건하는 사명마저 내려놓겠다는 자포자기다. 전쟁의 공포와 위협을 우리의 자녀들에게까지 전가하겠다는 무책임에 다름 아니다.

그러므로 현실이 어떠하든지 통일을 위한 기도를, 돕는 손길을 우리는 멈출 수 없으며 멈춰서도 안 된다. 희년의 소망을 우리 가슴에 품게 하신 하나님의 긍휼하심과 섭리하심을 기대하며, 우리는 다시 황무지에라도 눈물로 씨를 뿌리는 그 자리를 향해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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