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대담③ 통일의 시간] 윤은주 대표·류현우 전 대사
파탄 난 남북 관계 당분간 유지 전망
대북지원 지속 위해 국제적 통로 개척
북한행 하나님 선물 훗날 큰 열매 맺어

한반도 통일의 시간은 완전히 멈춘 상태다. 남북 화해와 통일을 위해 차곡차곡 쌓아온 노력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지난 정부 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가동해 북미정상회담을 이끌었지만,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남북은 다시 경색 국면에 접어들었다. 당시 총회 또한 북한 산림총국과 양묘장 건설 및 운영을 위한 MOU를 체결해 통일부 산하 대북지원사업자로 선정됐으나, 이후 해당 사업을 전개하지 않아 어렵게 이룬 성과가 물거품이 됐다. 더구나 현 정부와 북한당국이 9·19 군사합의를 파기하는 등 강대강 공방전을 펼치면서 남북 관계가 파탄 직전에 다다랐다. 앞선 신년대담에서 다룬 총회 개혁과 교회 회복보다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 더욱 어려운 과제가 된 셈이다. 분단의 아픔이 서린 이 땅에서 태어난 그리스도인의 책무는 평화의 사도로 사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야 한다. 마지막 신년대담 ‘통일의 시간’에서는 남북 상생을 위해 헌신하는 윤은주 대표(뉴코리아)와 북한 내부 상황에 정통한 류현우 전 대사(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관)가 위태로운 한반도 상황을 점검하고 올해 동북아 및 한반도 정세를 전망한다. 또한 역경 속에서 화평의 불씨를 이어가야 할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진행은 한반도 통일의 소망을 품고 있는 산정현교회 담임이자 본지 주필 김관선 목사가 맡았다. <편집자주>

진행=주필 김관선 목사

김관선 목사(이하 김관선):한반도의 겨울이 그 어느 때보다 싸늘합니다. 연초부터 북한이 포격을 가하면서 연평도와 백령도 주민이 대피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힘에 의한 진정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강조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더 이상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라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굉장히 위태롭습니다. 현재 한반도 상황에 대한 진단을 부탁합니다.

윤은주 대표(이하 윤은주):북한은 지난해 연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우리를 한 민족으로 여기지 않을 뿐 아니라, 전쟁 중인 적대 국가로 보겠다고 공식 선언했습니다. 남북 관계가 사실상 파탄이 났다고 봐야겠죠. 하노이 회담 결렬의 여파가 큽니다. 북한은 2018~2019년 두 차례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영변 핵시설 폐기를 전제로 민생과 관련된 3가지 규제를 푸는 합의를 제시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핵 이외에 생화학 무기 등 대량 살상 무기까지 포함하면서 하노이 회담이 결렬됐죠. 이후 김정은 위원장은 정면돌파, 자력갱생론을 들고나오면서 문재인 정부를 비난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워싱턴 선언을 통해 북핵 대응을, 캠프데이비드선언을 통해 한미일 군사훈련을 강화하는 쪽으로 갔습니다. 급기야 지난해 11월 9·19 군사합의마저 파기하자, 북한도 남북 관계가 파탄이 났다고 선언한 겁니다.

진행=주필 김관선 목사
진행=주필 김관선 목사

김관선:과거 북한이 무력시위를 하면 대화를 위한 방편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실제로 북한의 대남정책이 강경노선으로 바뀐 것 같습니다. 북한 대남정책의 변화에 대해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류현우 대사(이하 류현우):북한의 대남정책은 완전히 강경노선으로 선회했습니다. 남한을 대화나 공존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타도의 대상으로 분명히 밝혔죠. 2018년에서 2019년 초, 즉 하노이 회담 결렬 전까지만 해도 북한의 외교 공관들이 남한 외교관과 자유롭게 접촉하고 대화도 할 수 있었어요. 실제로 그렇게 하라는 전문이 내려왔어요. 하지만 지난해 연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대남 투쟁 원칙과 방향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현재 대남 사업을 외무성이 총괄하는데, 그 의미는 남한을 동족이 아니라 외국 즉, 남남으로 본다는 겁니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해제하고 정상국가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으나 회담이 결렬되고 말았죠. 앞으로도 대북 제재가 해제되지 않는다면 남북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게 될 겁니다. 대북 제재가 해제되지 않는 한 북한이 유엔 회원국인 남한에게서 경제, 정치, 군사적으로 득 볼 게 없어요. 게다가 윤석열 정부가 강 대 강 정책을 펴면서 남북 관계가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는 형국입니다.

김관선:올해 국내외 굵직한 이벤트가 많습니다. 우선 4월 총선이 있고 파리올림픽이 열립니다. 특히 11월 미국 대선 결과가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하노이 회담의 당사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올해 한반도 정세를 전망해주십시오.

윤은주:남북 관계가 국제사회 정세와 긴밀하게 연동한다는 점을 이제 많은 국민들이 이해하시는 것 같아요. 특히 북한의 핵 문제는 미국과의 체제 안보를 놓고 벌이는 생존게임으로 시작됐어요. 1990년대와 2000년대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는데, 실패했어요. 2019년이 마지막 기회였죠. 바이든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에는 관심 없고 ‘전략적 인내’를 내세웠던 오바마 정부 때와 같이 손 놓고 있었습니다. 작년에 북러 정상회담을 한 김정은 위원장은 앞으로 러시아와 경협을 지속하고 군사 및 과학기술 교류도 활발하게 할 것 같습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교류도 급격히 늘고 있어요. 미국이 중국과 패권 경쟁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러시아와 대립하면서,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북한이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고 있는 겁니다. 지금으로선 바이든 대통령의 재집권이 불투명해 보입니다.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집권한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멈추면서 미국은 러시아와 관계를 부드럽게 하고 중국과 패권 경쟁도 줄일 겁니다. 문제는 우리 정부입니다. 정부가 이런 상황을 예측하면서 대외 전략을 세워야 하는데, 중국과 관계가 좋지 않고 러시아와도 각을 세우고 있어서 힘든 상황에 전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가 북한을 통제하지 못하면 국제사회에서 역할이 사라져요. 남북 관계를 지렛대로 삼아야 목소리를 내는데, 이 점을 간과한 대가를 치를 수 있습니다.

류현우:저는 트럼프가 됐든 바이든이 됐든 북미 관계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어요. 김정은 위원장이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미국에서 누가 집권하든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한 변함없이 강대강 원칙으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고 밝혔어요. 최근에는 미국에 대해 고압적이고 공세적인 초강경 대응을 하겠다며 발언 수위를 높였습니다. 이런 행태에는 북한을 적대시하는 모든 정책을 폐기하라는 의미가 깔려 있습니다. 앞으로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립 구도가 형성된다면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북아에서도 대결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김관선:윤은주 대표님께서 과거 우리 신문과 인터뷰에서 한국교회가 평화의 오솔길을 열어가야 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다만 현재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한국교회의 대북 활동이 위축돼 있어요. 이러한 상황에서도 한국교회가 평화의 오솔길을 열어가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요.

윤은주 대표(뉴코리아)
윤은주 대표(뉴코리아)

윤은주:지금 국내외 정세 속에서 한국교회가 북한을 상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보입니다. 북한이 교회 및 민간 단체와 거래를 엄격하게 통제하면서 그나마 이어졌던 평화의 오솔길마저 막혀 버린 셈이죠. 이럴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본질적인 성찰을 해야 해요. 특히 대북관과 통일방안에 대해 점검해야 합니다.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에 따르면, 북한을 우리 영토를 불법 점유한 괴뢰 집단으로 보는 헌법 제3조 영토조항과 북한 입장에선 흡수통일인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평화통일 방안을 바꾸지 않는 한 북한과 대화나 교류가 어려울 겁니다.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헌법 3조 개정과 대북관 정리를 보수 중 보수인 한국교회에서 거론을 시작하는 게 어떨까요. 가나안 입성을 앞둔 광야 세대가 하나님의 계획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이 우리나라 또한 반공 이념에 갇혀 더 큰 세상을 맞이할 준비를 하지 못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습니다. 제가 이해하는 하나님의 큰 계획은 우리 민족이 용서와 화해를 통해 하나 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매력적인 나라가 되어 아시아 태평양 시대를 밝힐 리더가 되는 겁니다. 이와 같은 큰 비전을 품는다면 형제를 용서하고 북한을 향해 함께 하나님 나라를 유업으로 받자며 손을 내밀 수 있을 텐데, 용서하지 못하고 증오하는 마음이 너무 단단하다면 축복의 잔을 놓치게 되는 것이지요. 지금 한국교회가 기로에 서 있습니다. 우리가 못한다면 하나님께서 다른 이들을 사용하시겠지요.

김관선:류현우 대사님도 아시겠지만, 한국교회가 제3국을 통해 통로를 개척해 대북 인도적 지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같이 난관을 뚫고 사명을 다하는 교회의 노력이 훗날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하십니까.

류현우:한국교회가 대북 인도적 지원을 지속해야 합니다. 북녘의 동포를 우리가 품지 않으면 누가 이 일을 하겠습니까. 김관선 목사님이 섬기는 산정현교회도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제3국을 통해 인도적 지원을 진행하는 것을 압니다. 제가 북한 자강도에서 노동 현장 체험을 했는데, 마대에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적혀 있는 겁니다. 알고 보니 미국 한인교회에서 보내온 거였어요. 북한 주민들은 국가가 종교를 탄압하니까 교회도 목사도 선교도 잘 모릅니다. 다만 지원 물품에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표시돼 있으면, 하나님과 교회에 좋은 인식을 갖게 되는 겁니다. 한국교회가 제3국을 통해 하나님의 선물을 전달한다면 훗날 북한 선교의 통로가 열릴 때, 또한 통일됐을 때 한국교회의 헌신을 기억하는 북한 주민들이 있을 겁니다. 이런 게 진짜 선교가 아닐까요.

김관선:최근 한국교회 통일사역이 교단 안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장고신 통일선교원, 예장통합 통일연구소가 있고 이어 우리 총회가 통일준비위원회를 상설기관인 통일목회개발원으로 승격했습니다. 교단 내 통일 기관 설립 현장을 어떻게 평가하시고, 이들이 효과적인 통일사역을 전개할 수 있도록 조언 부탁합니다.

윤은주:먼저 통일목회개발원 설립을 축하드립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이 대북관과 통일방안을 재정립해 현실적인 통일방안을 모색하고 그다음에 북한을 향해 새로운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예장합동의 통일방안이 이렇다고 구체화한다면 북한이 주목하지 않겠어요. 가장 반동 세력으로 봤던 교회가 현실적인 통일방안을 내놓는다면 북한이 감동할 겁니다. 이것이 지금 한국교회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이에요. 또한 북한으로의 직접적인 길이 막힌 현 상황에서 미국 동포 사회를 통한 새로운 오솔길을 개척해야 합니다. 제가 미주민주참여포럼에서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한인 동포들이 미국 의회에서 한반도 평화법안을 통과시켜 미 국무부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 실행하도록 하고 있어요. 미 의회의 유력 인사들이 미주민주참여포럼에 참여하고 있고요. 올해에도 워싱턴DC에서 ‘코리아 피스 콘퍼런스’를 개최하는데,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참여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장합동 등 주요 교단들이 미주 동포를 통해 국제 네트워크를 구축한 후 북한과 교류하는 새로운 오솔길, 즉 국제적인 오솔길을 열어가길 기대합니다.

김관선:탈북민 3만명 시대가 열렸어요. 한국교회는 하나님께서 통일을 허락하실 때 교회가 양육한 탈북민들이 북한 복음화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류현우 대사님, 한국교회가 탈북민 사역을 잘하고 있지만,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류현우 전 대사(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관)
류현우 전 대사(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관)

류현우:한국교회가 탈북민 목회자를 더 많이 양성하길 희망합니다. 훗날 통일이 된다면 탈북민 목회자들이 북한 선교에 큰 역할을 감당할 것입니다. 또한 탈북민들을 따뜻하게 품어주길 바랍니다. 단적인 예를 든다면 자식은 어머니가 때리면 어머니 치마폭으로 들어가요. 어머니가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때린다는 것을 알기에 그런 거죠. 한국교회가 탈북민들을 어머니의 심정으로 품어주고 안아줬으면 좋겠어요. 제가 탈북 후 국내에 들어왔을 때 코로나19가 터져서 누굴 만나지도 못하고 우울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산정현교회를 통해 탈북민들과 교류할 수 있어서 즐거웠던 기억이 있어요. 또한 산정현교회가 삼정학교와 탈북민 대학생 및 대학원생을 꾸준히 지원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어요. 산정현교회 같은 교회가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김관선:두 분이 말씀하신 대로 순탄치 않은 1년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성경의 명령에 따라 한반도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해 앞장설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 격려의 말씀 부탁합니다.

윤은주:오솔길은 좁은 길입니다. 오직 하나님을 바라보며 의지하고 가르쳐 주신 말씀에 용기를 내어 순종할 때만 볼 수 있는 길입니다. 예수님께서 구원에 대해 말씀하실 때 좁은 길로 들어가라고도 하셨어요. 한반도에 낙심할 수 있는 암울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어요. 하지만 갈라디아서 6장 9절의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때가 이르매 거두리라”를 마음에 새기길 바랍니다. 비록 거두지 못할지라도 우리가 씨뿌리는 일 자체가 하나님께 드리는 삶의 제사임을 기억한다면 낙심하지 않을 겁니다. 또 우리가 꾸준히 씨를 뿌린다면 하나님께서 분명 열매를 맺게 하실 겁니다.

류현우:한국교회는 대한민국이 발전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습니다. 한국교회는 3·1운동의 주역으로 반일 투쟁의 중심에 서 있었고, 민주화를 이루는 데도 거목과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고진감래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한국교회가 꾸준히 북한에 복음을 전한다면 언젠가 북한 교회를 복구하는 영광을 얻을 것입니다. 한국교회가 한반도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해 계속해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주길 바랍니다.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김관선:윤은주 대표님, 류현우 대사님 감사합니다. 험난한 상황 속에서도 한국교회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길 기대합니다. 두 분께서도 한반도를 화평케 하는 일에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정리=송상원 기자  knox@kidok.com
사진=권남덕 기자 photo@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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