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명렬 목사(대전남부교회)
류명렬 목사(대전남부교회)

요즘 지방의 목회자들이 절감하는 문제는 부교역자 청빙이 어렵다는 것이다. 사역게시판에 청빙공고를 내고 지인들에게도 부탁해도 이력서가 들어오지 않는다. 수도권은 조금 덜한 실정이지만, ‘부교역자 대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문제는 이것이 단지 부교역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교단의 목회자 수급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기 때문이다. 목회자 수급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이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지난 10년간 우리 교단 강도사 고시 합격자 숫자이다. 총회 사무국의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강도사 고시 합격자 수는 712명이었는데, 2021년은 380명이었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으로 감소한 것이다. 한때 연구과정을 포함해 1000여 명이 넘던 총신대신대원 졸업생 수가 지금은 300여 명에 불과하다. 물론 교인수의 감소와 교회의 감소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 무종교, 탈종교화 돼가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로 보면, ‘절벽 현상’에 가까운 감소도 배제할 수 없는 미래라고 판단된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교단의 목회자 수급에 대해서 몇 가지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첫째, 교단 차원의 예측과 대응이 필요하다. 교단의 목회자 수급 문제에 있어서 가장 이목이 집중되는 곳은 신학교이고, 직결되는 문제가 신학교 학생 수, 즉 정원의 감축과 증원이다. 상기했던 바와 같이 목회자 수급의 문제는 단순 예측할 수 없는 문제이고 복합적인 요소들을 검토해 대응할 수 있을 뿐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할 것은 교단 차원의 예측과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자율의 원리’에 맡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교단 차원의 예측과 대응이 필요하다. 단지 신학교의 정원 문제만이 아니라, 담임목회자의 은퇴 관리 및 목회자 후보생 및 강도사의 관리, 더 나아가 여성 사역자의 관리와 수급까지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관리와 대응은 시대적인 추세이다. 감리교단은 얼마 전 분산돼 있던 교단 산하의 신학대학원을 하나로 통합할 것을 결정했고, 통합 측은 교단 차원에서 산하 7개 신학대학원의 정원 문제를 조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도 더 이상 자율의 원리나 각자도생(各自圖生)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교단적 예측과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 미래전략정책위원회가 뒤늦게나마 컨트롤타워가 돼 상황을 파악하고 대안을 준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둘째, 교회의 체계와 구조의 조정이 요청된다. ‘교회의 구조 조정’은 ‘인원의 감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목회자 수급과 관련해, 이제 교회는 체제의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우리 교회는 담임목사를 중심으로 부목사, 각 부서의 담당 교역자들로 교회를 섬겨왔다. 그러나 더 이상 이런 구조를 유지하기는 힘들 것 같다. 총신대신대원 재학생 전도사들과 졸업생 부교역자들로는 전국 교회를 섬기기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래서 교회의 체계를 지금의 ‘담임목사–부교역자’ 구조에서 ‘담임목사-평신도 사역자’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각 교회의 신실한 평신도 사역자로 하여금 부서를 담당할 수 있도록 전환하는 것이다. ‘담임목사와 부목사 그리고 신실한 평신도 사역자들’이 교회를 섬기는 구조이다. 이를 위해서 총신이나 신학교에서 그러한 평신도 사역자들을 위한 과정을 개설하고 이수하게 해 자격을 부여한다면 의미 있는 전환이 될 것이다. 

셋째, 양질의 신학 교육과 신학교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이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하찮은 신학생’이 아니라, ‘장차 교회의 담임목회자가 될 인재’로서 인식하고 대우해야 한다. 과도한 업무와 교회에서의 업신여김으로 인해 많은 신학생들과 졸업생들이 교회가 아닌 야간택배를 전전하는 것은 고쳐야 할 병폐이다. 목회자 수급의 문제는 신학생 숫자의 조정에 있지 않고, 근본적으로 신학교의 육성에 있다고 본다. 사명감이 없고 무능한 1000명의 신학교 졸업생보다, 사명감에 불타고 훈련된 100명의 졸업생에게 더 희망이 있다. 목회자 수급의 숫자적 문제는 컨트롤타워에 맡기고, 그보다 더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신학교의 육성이다. 학부와 신대원의 연계, 전 학생의 장학금 지급, 그리고 유학의 기회를 넓혀 인재 양성에 힘써야 한다. 그래야 급감하는 하향곡선에 반등의 소망을 가질 수 있다. 현장을 도외시 하는 신학교육이 아니라, 교회와 함께 가는 신학교육이 절실하고, 인재양성을 위해 전교회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미래를 소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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