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일형 목사(왕십리교회)
맹일형 목사(왕십리교회)

2024년 새로운 해가 밝았다. 지금 우리나라 정계는 총선을 앞두고 각자 자기 당의 승리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느라 분주하다. 평상시에 그들은 자기 당의 당리당략을 위해 철저히 움직이지 않았던가. 그래서 항상 선거철이 돼야 국민에게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노력하는 척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이런 행태들에 대해서 이제는 관심도 없다. 왜냐하면 아예 우리가 그들에 대한 기대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교단 정치는 어떠한가? 지난해 9월, 108회기 총회가 새로운 임원진이 구성돼 출범했다. 총회장은 총대들에게 ‘명품총회’를 기필코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총회장의 총회개혁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기에 우리 모두가 명품총회를 기대하고 있다. 교단 정치는 주님의 몸 된 교회를 바르게 세워야 한다는 점에서 세상 정치와 다르다는 주장에 누가 반대하겠는가. 문제는 정치의 현실처럼 ‘노력하는 척’으로만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세상 정치도 변화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데 교단 정치가 그에 미치지 못한다면 그 존재 의미가 없다.

먼저 우리 교단 선거의 현실을 보자. 매년 총회가 되면 항상 돈 문제로 홍역을 치른다. 지난 선거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총회 정치꾼들은 자기의 세를 과시하며 후보자들을 향해 손을 내민다. 상대방 후보를 향한 마타도어가 횡행하고 인물의 적합성을 따지기보다는 자기가 속한 사조직에 따라 표가 움직이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 과정에서 선발된 인물들이 어떻게 선명성을 가지고 총회를 이끌 수가 있겠는가? 총회를 혼탁하게 만드는 정치꾼들에 대한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음으로, 총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보면 총회 내에 수없이 많은 위원회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위원회들을 유지하려면 큰 비용이 따르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물론 꼭 유지해야 할 위원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를 분별하려면 각 위원회가 선거 후 논공행상을 위한 결과물은 아닌지 판단하면 될 것이라 본다. 이런 현상은 지역별 임의단체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지역의 단합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옥상옥 형태의 임의단체들이 우후죽순 생기게 되자 그 임의단체를 유지하기 위해 각 후보들을 향해 손을 벌리게 되었다. 그나마 직전 총회에서 가결된 ‘후보자들의 2년간 행사 참석 금지령’으로 후보자들을 향한 금품요구가 차단돼 이제야 숨통이 트인다는 말들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행사를 진행해야 하는 임의단체에서는 볼멘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와 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서라도 임의단체의 수를 줄여야 한다.

우리 합동교단과 통합교단의 교회수는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노회 수를 보면 엄청난 차이가 나서 놀라게 된다. 우리 합동은 163개 노회지만 통합은 69개 노회에 불과하다.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난 것일까? 우리 합동이 노회 분립을 그만큼 쉽게 허락한 결과일 것이다. 특히 그 차이는 서북지역에서 극명하게 나타나는데, 합동에는 서북지역에 43개의 노회가 있는 것에 비해 통합교단은 단 5개 노회밖에 없다. 이런 현상이 일어난 이유는, 서북지역 노회는 분립이 불가하고 굳이 분립해야 한다면 지역 노회로 편입해야 한다는 규약이 있음에도 우리 합동이 이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회 수의 비정상적 증가는 그만큼 부실한 노회가 많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런 부실한 노회를 유지하기 위한 각 지교회의 부담은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 요즘은 사회에서도 부실기업을 살리기 위해 구조조정을 외친다. 그런데 총회에서는 왜 이런 노력조차 하지 않는지 알 수 없다. 부실한 노회들이 쓰나미처럼 몰려오기 전에 노회 간에 통합의 준비가 가능하도록 총회 차원의 노력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총회가 노회나 각 지교회에 행정적인 지원을 하기보다는 각 지교회에서나 벌여야 할 이벤트적인 행사에만 몰입해 왔으니 고착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만연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달라야 한다. ‘총회가 총회다운 일을 하자’는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태도의 변화 없이는 이번 총회가 바라는 ‘명품총회’는 요원하다고 여겨진다. 총회장이 가지고 있는 강한 개혁의 의지가 우리 교단을 살리는 필살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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