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범 목사(산곡제일교회)
이용범 목사(산곡제일교회)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四字成語)를 선정해 발표했다. ‘견리망의’(見利忘義)가 그것이다.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는 뜻이다. ‘각자 자신의 이익 찾기에 급급해 의로움을 버리는 사회’, 우리 사회 전체가 공동체성을 잊어버린 채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공멸(共滅)의 길이다.

한국교회는 여기에서 예외일까? 전혀 아니다. 오히려 그 중심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교회는 공동체성을 잃어버린 지 이미 오래됐고, 이젠 ‘각자도생’을 당연한 일로 여기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지금은 반성과 결단의 적기(適期)다. 더 이상 ‘각자도생’ 하지 말고, 한국교회가 하나 되어 같이 걸어야 한다.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할까? 한국교회가 직면한 4가지 도전으로서 ‘고령화’ ‘저출산’ ‘양극화’ ‘세속화’를 제시한 고신대 이성호 교수의 의견에 깊이 공감하며, 교회 지도자들에게 제언(提言)한다.

첫째, ‘고령화’를 극복하자!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 사회’(65세 이상 인구 14% 이상)에 진입했고, 2년 뒤에는 ‘초고령화 사회’(20% 이상)로 진입할 예정이다. 시무장로보다 은퇴장로 수가 많은 교회가 계속 증가할 것이다. 피할 수 없다면 대비해야 한다. 노인 교우들을 위한 시설과 프로그램, 그들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교회 풍토를 마련해야 한다. 총회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 노인 사역 과목이 더 많이 포함되도록 신학교 교과 과정을 개편해야 한다. 노인 사역 전문 목회자 양성과 목회자 재교육·기독교 노인 문화 보급에도 힘써야 한다.

둘째, ‘저출산’을 극복하자! 고령화가 노인 인구의 증가를 의미한다면, 저출산은 아동 인구의 감소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현재 출산율은 0.7명으로 세계 최저 기록이다. 지난해 서울 지역의 합계 출산율은 0.59명으로 전국 최저 기록을 세웠다. 아동 인구의 감소는 다음세대의 감소를 의미하고, 다음세대의 감소는 교회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든다.

교회는 교우들에게 출산을 권면하고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 우리 교회에서는 교우들이 첫째 자녀를 낳을 경우 50만원, 둘째는 100만원, 셋째는 200만원, 넷째는 300만원의 축하금을 전달한다. 작은 몸부림에 불과하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나?

셋째, ‘양극화’를 극복하자! <트렌드 코리아>는 2023년을 대표하는 키워드로 가장 먼저 ‘평균의 실종’을 제시했다. 우리 사회는 평균과 중간이 사라진 ‘양극화’ ‘단극화’의 늪에 빠져 있다. 중위권 학생·중산층 가정·중견 기업이 급감했다.

교회는 어떤가? 지난 3년간 계속된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대형교회와 소형교회의 양극화가 훨씬 심화됐다. 교회 양극화의 대안이 없을까? 있다. 교회들이 ‘개교회주의’를 극복하고 ‘공교회성’(the Catholicity of the Church)을 회복하는 것이다.

교회가 또 다른 교회를 낳는 ‘교회 분립’이 그 한 대안이다. 건강한 교회가 분립하면, 건강한 작은 교회를 세울 수 있다. 병든 기존 교회들을 갱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건강한 작은 교회들을 개척하는 것이다. 교회 역사가 30년 이상 되면, 교회의 관심사가 내부 구성원에 집중되고, 교회 외부 변화에 무뎌져 복음 사역의 역동성이 현저하게 줄어들기 쉽다. 분립 개척된 교회는 15년 이상 된 교회에 비해 6~10배 정도 전도를 많이 한다. 

넷째, ‘세속화’를 극복하자! 한국인들 가운데 무종교인 비율이 60%를 넘었다. 연령이 낮을수록 그 비율이 높다. 한국 사회의 ‘탈종교화’ 바람이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다. 교회의 세속화가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일반인의 기독교 호감도가 최하위라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한다. 한국리서치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종교별 호감도에서 불교는 52.5점, 천주교는 51.3점, 기독교 33.3점으로 나타났다. 2020년 이래 계속 같은 순위다.

세속화를 극복하는 길은 하나밖에 없다. ‘복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팀 켈러 목사는 말했다. “하나의 큰 교회가 도시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복음이 변화시킨다.” 교회는 세상과 경쟁하려고 하면 안 된다. 세상이 갖고 있지 못한 것으로 세상을 선도(善導)해야 한다. 세상은 갖고 있지 않고 교회만이 갖고 있는 게 무엇인가? 복음이다. 복음은 교회를 세속화에서 벗어나게 하는 동시에, 세상에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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