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임원회·감사부, 진실 밝히기 앞장
게이트 주동자, 선관위 부실운영 밝혀
사건핵심 이종철-주홍동, 상대방 비난
진상파악 조사 안한 선관위에 큰 책임

선관위 1000만원 게이트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사진은 감사부가 사건의 당사자인 107회기 선관위 심의분과장 이종철 목사를 불러 조사하고 있다.
선관위 1000만원 게이트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사진은 감사부가 사건의 당사자인 107회기 선관위 심의분과장 이종철 목사를 불러 조사하고 있다.

107회기 총회 선거관리위원회 1000만원 게이트가 발생한 지 4개월이 지났다. 현역 선관위원이 직접 개입한 사상 초유의 뇌물 사건은 제108회 총회 최대 이슈로 부각했으나, 선관위원들의 사과로 일단락되나 싶었다.

그러나 성남노회의 진정서를 받은 총회임원회(총회장:오정호 목사)와 감사부(부장:한진희 목사)가 교단의 미래를 위해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자 앞장섰다. 총회임원회는 장로부총회장에 출마했던 이이복 장로와 107회기 심의분과장 이종철 목사 등 사건 당사자를 불러 조사했다. 감사부는 이이복 장로와 이종철 목사에 더해 107회기 선관위 서기 허은 목사도 조사했다. 특히 감사부는 이종철 목사에게 1000만원을 전달한 사건의 핵심 당사자 주홍동 장로를 회의장에 출석시켜 입장을 청취했다.

조사 결과, 감사부는 주홍동 장로에 대해 총회규칙에 따라 치리를 청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107회기 선관위가 심의를 부실하게 했고, 절차를 위반해 이이복 장로를 후보에서 탈락시켰다고 판단했다. 감사부가 왜 이와 같은 판단했는지 들여다보자.

감사부 “선관위 심의 부실했다”

선관위 1000만원 게이트와 관련해 이이복 장로와 이종철 목사의 입장은 시종일관 평행선을 달렸다. 이이복 장로는 “나는 선관위 뇌물 사건과 무관하다”며, “선관위가 소명할 기회를 주지 않았고, 후보 탈락 통보도 하지 않은 채 나를 탈락시켰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종철 목사는 주홍동 장로로부터 자신에게 전달된 1000만원이 이이복 장로의 돈이라고 들었고, 이와 관련해 주 장로가 서명한 각서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종철 목사는 “선관위원 전체는 주홍동 장로와 이이복 장로가 거짓말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사건 발생 이후 침묵했던 주홍동 장로가 감사부 소환조사에 출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주홍동 장로는 “1000만원은 내 돈이고, 이이복 장로는 무관하다”면서, 오히려 “이종철 목사가 (1000만원을 주도록) 유도했다. 이종철 목사가 판 함정에 빠진 것 같다”고 증언했다. 또한 주 장로는 각서 서명 건에 대해 “내 돈 1000만원을 돌려받기 위해 서명했다. 게다가 이종철 목사가 각서는 공개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 둘이 무덤까지 가져가는 것이라고 설득해서 서명했다”고 주장했다.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던 주홍동 장로의 주장을 듣고, 감사부는 선관위의 이이복 장로 심의 과정을 집중 조사했다. 그 결과, 감사부는 “이이복 장로는 9월 4일 정견발표 직전 단 한 차례 심의분과에 출석해 심의받았고, 선관위는 이이복 장로에게 후보 탈락 통보도 하지 않는 등 부실 심의를 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감사부는 서기 허은 목사 등 107회기 선관위원의 증언을 바탕으로 이종철 목사가 심의뿐만 아니라 서기와 회계 업무까지 맡으며 “선관위를 좌지우지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종철 목사는 “절대로 좌지우지한 게 없다”면서, 계속해서 “주홍동 장로와 이이복 장로가 거짓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관위, 믿을 수 없는 주 장로 말 믿고 심의

이종철 목사의 주장대로 107회기 선관위가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선관위 심의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은 제108회 총회 전에도 제기돼 왔다. 특히 정치부장에 출마한 이영신 목사를 후보로 확정했다가 탈락시키자, 선관위 심의에 대한 비판이 쇄도했다. 여기에 더해 감사부로부터 이이복 장로에 대한 심의도 부실하게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관위 1000만원 게이트’는 현역 선관위원이 개입한 초유의 뇌물 사건이다. 그렇다면 선관위는 그에 걸맞은 대대적인 심의를 진행했어야 했다. 하지만 심의분과는 이이복 장로를 후보 탈락시키는 선에서 조용히 처리하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 이종철 목사는 “이이복 장로의 명예”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이때부터 선관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앞서 언급했듯이 사건 초기부터 이이복 장로의 주장과 주홍동 장로에게 증언을 받았다는 이종철 목사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그렇다면 선관위는 이이복 장로와 주홍동 장로를 대질심문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려고 노력했어야 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선관위가 자체 조사로 진상 파악이 어려웠다면 직접 제108회 총회에 조사처리를 청원하고, 경찰조사도 청원할 수 있었다. 선관위는 그것도 하지 않았다. 만약 선관위가 이 사건을 제대로 조사해 보다 많은 증거와 정황을 확보했다면, 현 총회임원회와 감사부가 이 사건에 지금껏 매달릴 일이 없었을 것이다.

감사부에 출석한 주홍동 장로가 “이종철 목사가 판 함정에 빠진 것 같다”고 주장하자, 이종철 목사는 주홍동 장로에 대해 신뢰하기 어렵고, 1000% 믿을 수 없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107회기 선관위는 믿을 수 없는 주홍동 장로의 증언을 믿고 후보자를 심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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