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

한국리서치에서 발표한 종교 호감도 결과에서 개신교는 33.3으로 불교(52.5), 천주교(51.3)에 이어서 3위로 나타났다. 한국의 주요 종교 3개 가운데 최하위인데, 2020년 조사한 이래 같은 순위이다. 특히 불교와 천주교에 보통 이상의 호감을 가진 사람은 46%였지만, 개신교는 21%로 이들 종교의 절반도 되지 못했다. 반면에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원불교와 같이 59%로 높았다. 매우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48%로 원불교보다 1% 많았다. 그런데 개신교인 스스로 평가한 호감도는 1년 전보다 크게 높아져서 사실상 자화자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연초에 실시한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조사 결과와 비슷하다. 이 단체에서 3년 만에 실시한 교회 신뢰도 조사에서는 교회 신뢰도가 21%로 최저 수준이었고, 3년 전보다 크게 하락했다. 한편에서는 우리가 하나님 앞에 바로 서면 되는 것이지 사람들의 신뢰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면 전도를 하기도 더 어렵고 아무리 사회봉사와 같은 좋은 일을 해도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다. 기독교의 진리를 전하려고 해도 사람들은 자신이 신뢰하지 않는 종교 집단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고 교회가 봉사와 구제 활동을 열심히 해도 그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교회는 본연의 사명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자기들끼리의 폐쇄적인 집단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기독교인들과 교회 지도자들은 나름대로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신앙 생활한 것 같은데, 열심히 일하면 일할수록 우리 사회에서 교회에 대한 이미지는 더 나빠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소통이 되지 않는 그들만의 왕국을 만들어 가는 형국이 벌어지고 있다. 이것은 우리의 신앙생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사회와 소통하려 하기보다는 일방적으로 진리를 선포하고, 상대방을 단순히 전도 대상자로 여기는 태도를 보여 왔다. 절대 진리를 수호하는 입장에서는 전도의 대상자와 타협하기 어려우며 도덕적 우월감으로 상대를 깔보기 쉽다. 이렇게 자신의 집단 안에 매몰된 사람은 더 넓은 사회의 지평을 바라보지 못한다. 결국 기존의 성장주의식 패러다임의 전환을 심각하게 요청받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단순히 양적 성장이 아니라 영적 성숙을 기하며 교회가 속한 지역 사회에서 공적인 역할을 감당해야 할 때이다. 

성장주의 패러다임에서는 전국 어디에서든지 심지어는 다른 교회 교인이라도 우리 교회에 들어오기만 하면 된다고 여겨졌지만, 이제는 교회가 속한 지역 사회와 소통하며 지역 사회에서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해야만 한다. 그것은 곧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신앙 안에서 바로 서는 것이고 그들이 모여서 거룩하고 능력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이 공동체가 복음을 드러내고 복음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종교사회학자인 로드니 스타크는 <기독교의 발흥>에서 로마는 수많은 자연적, 사회적 재앙을 경험했고, 기독교는 이런 재앙적 현실에 대해 우월한 대응력을 갖추고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말세에 대한 위기감과 동시에 안식, 희망, 구원을 갈망했던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 줌으로써 세계적인 종교로 자리 잡게 됐다고 설명한다. 오늘날 교회에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러한 모습이다. 이러한 역할을 개교회가 속한 지역사회에서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지나치게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보다 세상에 ‘보냄 받은 공동체’로서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이라는 인식으로 묵묵히 노력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럴 때에 한국교회는 우리 사회의 어엿한 구성원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게 되고 사회로부터의 공신력도 회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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