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현 목사(함께하는교회)
오명현 목사(함께하는교회)

기독교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대표적인 몇 사람을 들자면 바울과 아우구스티누스, 그리고 루터와 칼빈일 것이다. 1세기의 바울과 4세기의 아우구스티누스와 16세기의 루터와 칼빈의 신학이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필자도 하나님의 섭리로 약 35년 전에 그들의 신앙과 신학을 접할 수 있었다. 나의 스승 고(故) 이금용 목사님을 만나 ‘구속사적 관점으로 본 성경 공부’를 했고, 프란시스 쉐퍼의 사상을 접하였고, 김홍전 박사의 개혁주의 신학의 중요성을 공부하게 됐다. 총신대학원에서 만난 서철원 교수님의 광폭(廣幅)의 신학은 늘 입이 벌어질 정도였다.

순전한 복음과 바른 신학을 전수해 주신 분들의 덕택으로 덜 헤맬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그러나 과거의 좋은 신학과 사상의 자료들이 있음에도 우리 시대의 교회에 대한 한탄은 깊어져만 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왜일까? 공중 권세 잡은 사탄은 시대마다 옷을 갈아입고 교회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오고 있음에 속수무책인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오래전부터 현대사상과 포스트모더니즘은 성경을 상대화 시켰고, 바른 신학을 무력화 시키고 있다. 사상은 시대의 산물이기에 우리 시대에 도도하게 흐르는 사조(思潮)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현대사상은 자유주의라는 옷을 입고 기독교의 근간인 성경을 공격했다. 19세기의 자유주의는 현대 정신과 신학에 영향을 끼친 계몽주의에서 태동됐다. 계몽주의(啓蒙主義, enlightenment)가 무엇인가? 계몽주의의 핵심은 이성의 힘으로 우주를 이해하려는 사상을 말한다. 인간의 합리적인 생각(이성)으로 종교와 성경을 대하려는 사상이다. 결국 기독교의 모든 교리(동정녀 탄생, 기적)는 이성에 의해서 판단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계몽주의는 현대 정신을 낳았고 유럽의 지성계 대부분을 지배해 버렸다. 이때 현대과학의 방법으로 기독교의 전통적인 진리를 재해석해야 한다고 주창한 사람이 나타났다. 그가 곧 자유주의 신학의 아버지라 일컫는 슐라이에르마허(1768~1834)이다. 그의 영향 아래 리츨(1822~1889)과 하르낙(1851~1930)이 나왔다.

그 결과 성경의 무오(無誤)성을 부인하고 하나님의 계시로서의 성경의 권위를 짓밟아버렸다. 그들은 성경을 인간 이성(과학)의 칼로 얼마든지 재단할 수 있는 인간 작품으로 전락시켰다. 20세기에 구자유주의자들의 사상을 이어받은 신정통주의 학자들이 등장했다. 칼 바르트(1886~1968), 장 루돌프 불트만(1884~1976), 폴 틸리히(1886~1965), 라인홀드 니버(1892~1971) 등이다.

21세기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권 아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등이 갇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래의 모든 규율과 방법으로부터 벗어나 자유주의 세계를 이루자고 재촉하는 것이 포스트모더니즘이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출현, 록 음악, 전위예술, 전통적인 규범을 깨트린 문학 등에서 자율주의 형태를 볼 수 있다.

이렇게 시대마다 출현하는 반기독교적인 사상에 대처하려면, 시대마다 흘러온 사상을 읽어내야 한다. 즉 역사, 철학, 기독교 신학과 언어학 등을 연구해야 한다. 바울, 아우구스티누스, 루터와 칼빈, 프란시스 쉐퍼, 그의 제자 데이비드 웰스 등은 자기 시대의 인문학에 능통했다.

칼빈의 생애를 보더라도, 그는 당대의 인문학의 거목인 에라스무스(1469~1536)에게서 인문학을 배웠다. 버클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역사학 교수인 W J. 부스마는 “칼빈은 열두 살에 파리대학에서 인문 과정을 끝마치고 석사학위를 취했으며, 에라스뮈스의 복음적 인문학에 매료되었고, 세네카의 관용론을 출판했다”고 증거했다.

사탄은 시대마다 다른 옷을 입고 나타난 사상들을 무기로 참된 교회를 공격한다. 이런 사탄의 간교함을 간파하려면 시대사조를 알아야 한다. 우리는 인문학과 담을 쌓지 않아야 한다.

기독교 서점의 주인들이 한숨을 쉬면서 하는 말, ‘요즈음 책이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책과 담을 쌓는 목사들과 기독교인들이 많다는 것이다. 책과 담을 쌓는 동안 무식한 목사들과 교인들이 되고 만다. 무식한 기독교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부지런히 책을 읽고 성경을 묵상하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