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처럼> (최종수·신앙과지성사)

우리 사회에서 인생을 버섯에 비유하는 일은 썩 좋은 어감을 자아내지는 못한다. 누군가에게 기생하며 폐를 끼치고 살아가는 존재처럼 인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만약 다음과 같은 버섯의 실체를 알고 나면 생각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까.

“버섯은 굳이 양분을 생산해내려고 애쓰지 않는다. 이미 있는 버림받은 낡은 것들을 다시 활용하고, 자기 일을 마친 다음에는 다시 지구(땅)로 되돌리는 일을 한다. 세상에 커다란 짐이 되는 쓰레기들을 처리해 주는 것이다. 그 쓰레기를 분해하여 비옥한 흙으로 만들어 준다.”

<버섯처럼>(최종수/신앙과지성사)을 읽다보면 버섯의 놀라운 생태와 효능들을 알게 된다. 특히 이 책의 저자이자 야생버섯 전문가인 최종수 씨는 버섯과 관련된 온갖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독자들에게 들려주며, 하나님이 창조하신 지구라는 공간에서 인간의 역할이 과연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한다. 과연 우리 존재는 버섯보다 나은 것이라 할 수 있을까.

“(버섯은) 비옥한 흙을 만들어 내면서 흙을 재생하는 일을 태초부터 지금까지 누구 하나 알아주는 이도 없는데 여태 소리 없이 수행하고 있다. 하나님의 명령, 곧 땅을 잘 돌보고 가꾸고 보존하라는 명령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이 성탄절을 앞두고 이 책을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다섯 번째 묵상집으로 기획한 의도는 분명하다. 버섯이 보여주는 모습처럼, 우리도 자연의 일부로서 혹은 창조세계를 돌보는 청지기로서 묵묵히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가자는 뜻이다. 이런 삶이야말로 가장 낮은 곳으로 오셔서 세상을 밝히신 주님을 따르는 길이라는 메시지도 읽힌다.

이 책은 총 4주에 걸쳐 하루 4~5페이지씩 짧은 분량을 천천히 읽으며 묵상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수록된 글과 사진을 탐독하다 얻은 기도제목을 짧게 메모할 공란도 마련해놓았다. 기후위기 앞에 선 인류사회의 나아갈 길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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