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8가정이 우리 농산물로 담가
수익금은 노동한 목회자들에게 나눔
김기중 목사 “옹기종기로 희망 일궈”

“이렇게 김장을 많이 한 적이 없어요. 힘은 들었지만 우리 농산물로 정성껏 김치를 담았습니다. 드시는 분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담갔으니 맛있게 드시고 건강하세요.”

은퇴 목회자의 일터 공동체인 옹기종기가 김장김치 사업을 시작했다. 옹기종기 대표인 김기중 목사와 이주순 사모를 비롯해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목회자와 사모 15명이 3일 동안 600포기의 김장김치를 담았다. 목회자들은 밤 12시까지 배추를 절이고, 눈물을 흘리며 마늘과 생강을 깠다. 사모들은 하루 종일 서서 배춧속에 양념을 넣었다.

70세를 앞둔 몸으로 600포기 김장은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장김치가 택배 차량에 실릴 때까지 웃음과 감사를 잊어버리지 않았다. 목회자와 사모들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정성껏 담근 총 1000㎏의 김장김치는 10~20㎏ 박스에 담겨 전국으로 퍼졌다.

옹기종기는 농어촌 교회에서 은퇴한 목회자들이 품위를 잃지 않고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1월 30일 목회자와 사모들은 김장김치 1000㎏를 담아수도권 교회와 성도들에게 배송했다.
옹기종기는 농어촌 교회에서 은퇴한 목회자들이 품위를 잃지 않고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1월 30일 목회자와 사모들은 김장김치 1000㎏를 담아수도권 교회와 성도들에게 배송했다.

은퇴 목회자의 희망, 옹기종기

‘옹기종기 일터공동체’는 농어촌 은퇴 목회자들이 품위를 잃지 않고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일하며 쉼을 누리는 공동체’를 목적으로 지난 3월 설립했다. 40년 동안 농어촌 교회와 선교를 위해 일하고 있는 김기중 목사(한국농어촌선교단체협의회장)를 중심으로 뜻있는 교회와 목회자들이 동참했다.

김 목사는 오래 전부터 예장합동 총회를 비롯한 각 교단들에게 심각한 농어촌 은퇴 목회자 문제를 호소했다. 모두들 심각성을 알고 있었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느 교단도 구체적인 실천에 나서지 않았다. 결국 김 목사는 집과 땅을 팔아 종자돈을 마련했다. 너른 들판 아래 금강이 흐르고 해산물도 풍부한 충남 서천군 화양면(화한로495번길 80-43)에 토지와 임야 2만㎡를 마련했다. 땅을 개간해서 축대를 쌓고, 유실수를 심었다. 예배당과 식품제조공장과 게스트하우스를 건축했다. 그리고 은퇴를 앞둔 농어촌 목회자들과 함께 일터공동체 옹기종기를 시작했다.

임성재 목사와 이점숙 사모(김제 도장교회)는 42년 목회를 하고 12월 말에 은퇴한다. 31년 목회한 김영남 목사와 오광숙 사모(군산 헤브론교회)는 3년 후 은퇴한다. 장홍성 목사와 이복녀 사모(해남 어불도소망교회)는 오지와 낙도에서 23년 목회하고 내년에 은퇴한다. 김창수 목사와 전금호 사모(김제 금강교회), 김용락 목사와 홍성화 사모(서천 금포교회)도 내년에 은퇴한다. 이인수 목사와 김순애 사모(김제 금산교회)는 5년 전에 은퇴했다. 50대인 김종오 목사(진안 좌산교회)가 사역자처럼 일을 하고 있다.

옹기종기 일터공동체는 농어촌 은퇴 목회자를 위해 지난 3월 설립했다. 대표 김기중 목사와 이주순 사모의 헌신 속에 임성재 목사와 이점숙 사모(김제 도장교회), 김영남 목사와 오광숙 사모(군산 헤브론교회), 장홍성 목사와 이복녀 사모(해남 어불도소망교회), 김창수 목사와 전금호 사모(김제 금강교회), 김용락 목사와 홍성화 사모(서천 금포교회), 이인수 목사와 김순애 사모(김제 금산교회), 김종오 목사(진안 좌산교회)가 이사 직책을 맡아 예배와 삶의 공동체를 이루었다.
옹기종기 일터공동체는 농어촌 은퇴 목회자를 위해 지난 3월 설립했다. 대표 김기중 목사와 이주순 사모의 헌신 속에 임성재 목사와 이점숙 사모(김제 도장교회), 김영남 목사와 오광숙 사모(군산 헤브론교회), 장홍성 목사와 이복녀 사모(해남 어불도소망교회), 김창수 목사와 전금호 사모(김제 금강교회), 김용락 목사와 홍성화 사모(서천 금포교회), 이인수 목사와 김순애 사모(김제 금산교회), 김종오 목사(진안 좌산교회)가 이사 직책을 맡아 예배와 삶의 공동체를 이루었다.

“방방곡곡에 옹기종기 세워야”

장홍성 목사는 서울에서 태어났다. 청와대 앞 청운동이 고향이다. 신학교에 다닐 때에 “신학생들이 대부분 서울과 도시에서 목회를 하려고 했다. 그래서 제일 어려운 곳으로 저를 보내달라”고 기도했다. 구례 지리산 아래 오지 교회에서 목회하다가 순천을 거쳐 해남 어불도에서 은퇴를 앞두고 있다. 오지와 낙도 교회에서 사역하면서 은퇴 준비를 할 수 없었다. 아직 은퇴 이후 살 집도 마련하지 못했다. 

김영남 목사는 최근 심장부정맥 수술을 받았다. 돌연사할 수 있는 위험한 병이지만 수천만원의 병원비 때문에 수술을 안했다. 의료보험이 적용된다는 진단을 받고서야 수술대에 올랐다. “농어촌 목회자들이 은퇴 준비를 할 줄 몰라서 안하는 것이 아니다. 사례비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은퇴를 준비를 할 수 있나. 시골 은퇴 목회자들은 국민연금 기초노령연금 그리고 노인일자리사업을 다니면서 살고 있다.”

김용락 목사는 나름 은퇴를 준비했다. 평생 목회 한 길만 걷다가 은퇴하면 삶이 힘들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세상 속의 목회자’로서 살기 위해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고, 전통차도 공부했다. 하지만 기술이 있어도 자본이 없는 상황에서 은퇴 후의 삶이 보이지 않는다.

은퇴 후의 삶이 막막한 농어촌 목회자들에게 옹기종기는 희망이다. 은퇴 목회자들은 옹기종기에서 창출한 사업으로 경제활동을 하고, 공동체로서 함께 예배드린다. 또한 평소 설교한대로 삶을 살아내고, 목회자로서 품위를 지키며 여생을 보낼 수 있다.

목회자들은 한 목소리로 말했다. “옹기종기와 같은 농어촌 은퇴 목회자를 위한 일터공동체가 전국 곳곳에 생겨나야 한다. 우리 김기중 목사와 같은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총회가 농어촌 은퇴 목회자에게 관심을 갖고 전국 각 지역에 옹기종기를 설립하길 바란다.”

김기중 목사는 직접 땅을 개간하며 일군 옹기종기를 통해 “농어촌 교회와 목회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기중 목사는 직접 땅을 개간하며 일군 옹기종기를 통해 “농어촌 교회와 목회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종 목표는 “농어촌 교회 살리기”

김기중 목사는 김장김치 사업을 위해 여름부터 전국을 뛰어다녔다. 청정지역인 진안에서 배추와 무를 공급받기 위해 교회와 농민 성도들을 만났다. 태양초 고춧가루를 받기 위해 영양으로 달려갔고, 의성을 들려 마늘을 실어왔다. 지역 농어민들을 위해 서천에서 젓갈을 받았다. 농어촌 교회와 성도들이 정직하게 생산한 농수산물로 김장을 담그기 위해 전국을 다녔다.

“정성껏 만들어도 판매를 못하면 소용없는데, 담근 김장김치가 모두 나갔다. 산정현교회 김관선 목사님이 김장김치를 주문해서 속한 노회의 작은 교회 목회자 14가정에 보냈다. 김인중 김찬곤 목사님과 큰숲운동을 하는 교회들이 주문해주었다. 너무 감사하다. 수익금 전액을 함께 한 목회자들 가정에게 나눌 수 있게 됐다.”

김 목사는 김장김치사업에 이어 농어촌 교회와 성도들이 생산한 물품들을 가공해 판매할 예정이다. 반건조 박대와 조기를 진공포장 제품으로 만들고, 해남 곱창김과 완도 멸치 등 제품군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옹기종기를 농업경영사업체로 등록하고 농산물가공판매업 사업자등록도 마쳤다. 위생적이고 안전한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해썹(HACCP)인증도 받았다.

“전국에 농수산물을 생산하는 목회자들이 많다. 가장 힘든 것은 판매하는 것이다. 옹기종기가 도시 성도와 소비자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통로 역할까지 하고 싶다. 그것이 농어촌 교회를 살리는 길이 되고, 농어촌 목회자가 은퇴를 준비할 수 있는 대책이 될 것이다. 우리 농어촌 교회와 목회자들에게 더욱 관심을 가져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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