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화(한국순례길 기획국장)
장정화(한국순례길 기획국장)

서울의 기독교역사문화 유적지는 종로구 서대문구 중구에 밀집돼 있다. 갑신정변이 일어난 1884년에 알렌의 인천항 도착과 함께 시작된 서양 선교사의 선교거점에서 출발해 교회가 세워진 장소로서 최초의 학교와 병원, 그리고 한국 최초의 사회복지재단이 시작된 곳이란 점에서 대한민국 역사의 허리와도 같은 곳이다.

서울시는 2013년부터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관광자원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최근에는 한양도성 안의 역사성을 재조명하고 옛길을 복원해 나가고 있다. 서울의 공공 공간 조성의 중심에 역사성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희소식이다.

여기서 한국교회는 한양도성 안에 선교사의 발자취와 초기 신자들이 기독교를 수용했던 과정이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것을 빠르게 인식해야 한다. 근대기독교 역사자료를 제시하기 위한 세미나와 연구발표를 통해, 옛길 속에 담겨 있는 수많은 이야기와 주요 인물을 세상에 알리는 작업에 한국교회는 힘을 모아서 감당해야 한다.

만약 힘을 모으지 않는다면 서울시가 추진하는 계획에서 근대기독교 이야기가 제외되거나 왜곡되지는 않을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국교회는 앞으로 지켜내고 복원해야 하는 유적과 옛길이 많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기독교 역사유적지로서의 가치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방치되거나, 민간 개발자에게 매도되는 일도 앞으로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실제로 서울의 근대기독교역사유적지가 분포된 지역은 노후화가 심하고 도시조직이 100년 이상 된 곳이 대부분이어서 재개발과 정비 사업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자칫 잘못하면 종로6가에 있던 이대동대문병원이 전면 철거되고 성곽길이 되는 것과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모름지기 각 교단 총회는 바로 이러한 일에 앞장서서 알리고 지키고 관리해 나가야 하는 주체가 아닌가 싶다. 기독교역사 연구는 체계적으로 잘 이루어져 있고 지속적으로 고증도 해나가고 있다. 기억해야 할 대목은 연구만큼 중요한 것은 실제로 그곳을 지켜내고 복원하고 운영, 관리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먼저 근대기독교 역사의 주요한 건축물을 지키고 복원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설 때 시민의 공감이 일어나고 정부와 지자체는 그 역사적 가치를 소홀히 할 수 없게 된다. 나아가 길을 새롭게 조성하는 일은 민간에서 주도할 수 없는 공공영역에 해당하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와의 긴밀한 협력도 필요하다.

이와 같은 과제를 실행해 나가기 위해서 첫째, 한국교회는 기독교역사와 그 현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둘째, 기독교역사만이 아니라 한국의 역사·도시·건축·행정·문화 분야 전문가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지속적인 연구와 실행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셋째, 특화된 기독교역사가로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지역성을 고려하고 해당 지역 전문가가 나서야 한다. 넷째, 민간과 공공의 협력으로 근대기독교역사를 바르게 복원하기 위해서는 민간자본 참여가 절실하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가 살아있는 동안 근대역사에 대한 장소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다음세대에게 복음의 역사와 한국 근대사를 전해줄 수 있는 교육의 현장을 마련하는 길이 된다는 걸 마음에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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