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성료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 등 14편
인간과 신앙에 대한 진지한 성찰 담아

제5회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집행위원장:강신일, 이하 모두영)가 11월 16일부터 19일까지 ‘거리_감’을 주제로 진행됐다. 영화는 모두 14편이 마련됐으며 KT&G상상마당 시네마와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에서 상영됐다.

영화의 주최측은 영화제의 키워드를 ‘낯섦, 생경함’이라고 소개했다. 잘 안다고 생각하는 타인도 낯선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여 당연시하고 있는 주변과의 관계를 돌아보게 하자는 의도에서 영화제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최소한 개막작과 폐막작만 두고 볼 때 영화는 기독교인들에게 당연시하고 있는 신앙과 삶이 올바른지를 되돌아보라고 아프게 꼬집어 준다. 그리고 기독교인들이 같은 신앙을 가진 이들은 물론, 세상에서 비기독교인과 살아갈때 어떤 관계를 추구해야 하는지 성찰하게 해준다. 

제5회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가 11월 16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됐다. ‘거리_감’을 주제로 한 영화제에는 인간과 하나님과의 관계를 반성하게 하는 영화 14편이 상영됐다. 개막작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 중의 한 장면.
제5회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가 11월 16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됐다. ‘거리_감’을 주제로 한 영화제에는 인간과 하나님과의 관계를 반성하게 하는 영화 14편이 상영됐다. 개막작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 중의 한 장면.

개막작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윌리엄 니콜슨 감독)의 내용은 시를 사랑하는 주부인 그레이스(아네트 베닝 분)가 어느 날 29년간 결혼생활을 유지했던 남편 에드워드(빌 나이 분)로부터 이혼 통보를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선언에 그레이스는 분노도 하고 절망에 빠져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지만 아들과 아들 친구들의 직간접적인 관심으로 무너지지 않고 시인으로 홀로서기를 한다. 그레이스는 끝내 남편과의 결별의 원인이 조금도 자신에게 있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으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며 자신을 되돌아본다. 

이 영화는 부부나 가족관계 이상의 주제가 드러나 있다. 우선 주인공의 이름이 그레이스(은혜)라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그레이스는 이름 대로 독실한 천주교 신앙을 가진 여인으로 새벽 미사를 거르지 않을 정도다. 애국심도 강하고 봉사활동도 잘 하며 늘 시를 읽고 공부한다. 교회의 전통과 법도에 어긋나는 바를 하지 않으려 애쓰며 부활 소망 가운데 낙심되는 일이 있더라도 씩씩하게 마음을 다잡는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그레이스는 다른 이들에게 은혜롭지 않다. 자기에게 도취되어 살며 끊임없이 남편과 주변 사람들을 정죄하고 판단한다. 과연 나라면 신앙이 뜨뜻미지근하고 매사에 의욕이 없는 가족들이나 무가치한 행동들을 되풀이하는 것 같은 사람들을 볼 때 신자로서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를 고민하게 만든다.

‘폐막작 ’지옥만세‘의 포스터.
‘폐막작 ’지옥만세‘의 포스터.

폐막작 <지옥만세>(임오정 감독)는 학원 폭력이라는 사회적 문제로 이야기를 시작하다가 사이비 종교집단을 고발하는 것으로 발전한다. 학원 폭력과 피해자들의 심정을 실감 나게 묘사한 것이 뛰어나고 사이비 종교집단의 실상을 자세하게 고발한 것도 인상적이다. 고교 동창생인 나미(오우리 분)와 선우(방효린 분)는 학교에서 왕따다. 삶의 의욕을 잃은 두 친구는 학교의 제주도 수학여행 기간에 자살을 시도하다가 실패하고 오히려 자신들을 괴롭혔던 학폭 주동자 박채린(정이주 분)에게 복수해야겠다는 생각에 의기투합한다. 두 친구는 학교를 그만두고 서울로 가버린 박채린을 찾아 나섰고 그가 종교집단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며 너무도 거룩하게 변해있는 모습에 당황해한다. 두 친구는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박채린에게 앙갚음을 하겠다는 의도로 종교집단에 거주를 시작하고 거기서 예상치 못한 경악스런 일들을 목격하게 된다.

영화는 사이비 종교집단의 면면을 소상하게 소개하며 실체를 비춘다. 이국 땅에 건설 중인 낙원에 가기 위해 전 재산을 바치고 회개와 봉사점수를 따기 위해 몸부림치는 어른들과 아이들을 필름에 담는다. 겉으로는 웃으며 찬양을 하고 관심을 표명하고 기도와 말씀 생활에 전념하지만 그들의 목적은 사실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낙원에 가는 것이다. 영화 종반에 낙원에 가는 것이 좌절됐음을 깨닫는 순간, 사람들은 추한 본성의 밑바닥을 보여준다. 영화는 사이비종교에 대한 경계심을 일깨워주는 한편, 날마다 반복하며 약속된 축복을 믿어 의심치 않는 우리들의 믿음은 과연 순결한 것인지를 반성케 해 준다.

영화  ‘비건식당’의 한 장면.
영화 ‘비건식당’의 한 장면.

이외에 영화제 상영 작품들은 인간관계를 반성하게 하는 다양한 나라의 수작들로 엄선돼 관람자들에게 충격과 감동을 전했다. 또 주최 측은 영화 상영마다 영화인들을 초청해 씨네토크를 진행해 축제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모두영 집행위원장 강신일 배우는 “모두를위한영화제를 시작할 당시 기독교라는 단어를 집어넣는다면 관객들이 울타리(장벽)를 느끼지 않을까 우려하는 마음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올해 다섯 번째 영화제까지 진행된 것을 볼 때 ‘혐오 대신 도모, 배제 대신 축제’를 슬로건으로 마련했던 작품들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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