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희 목사(신부산교회)
조정희 목사(신부산교회)

감기에 걸려 편도선이 부으면 침 삼키는 것도, 물을 마시는 것도 힘이 든다. 그러나 우리는 그 정도의 아픔 때문에 비관하거나 인생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곧 나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지를 움직이지 못하고, 신체에 감각이 없고, 음식물을 먹지 못하는 등의 고통을 겪는 상황에서 절망하지 않고 감사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1995년 12월, <엘르>라는 잡지의 편집장이었던 장 도미니크 보비는 갑자기 뇌졸증으로 쓰러지면서 왼쪽 눈 하나를 빼놓고는 전혀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말을 할 수도, 글을 쓸 수도 없었다. 그가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왼쪽 눈뿐이었다. 그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왼쪽 눈을 깜빡거려 알파벳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책을 썼다. 1년 3개월 동안 왼쪽 눈을 자그마치 20만번 이상 깜빡거려서 펴낸 그의 책 <잠수복과 나비> 첫머리에 이렇게 적었다. “만약 고이다 못해 흘러내리는 침을 삼킬 수만 있다면 그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우리 중에도 ‘만약 어떠하다면 행복할 텐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사랑스런 내 아들을 마음껏 안아줄 수 있는 팔이 있다면 행복할 텐데… 내가 먹는 음식의 맛을 느낄 수 있다면 행복할 텐데… 부축을 받지 않고 예배당 계단을 오를 수 있다면 좋겠는데… 아이들에게 때맞추어 따뜻한 밥을 지어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아무리 박봉이라도 매일 출근할 수 있는 일터가 있다면 행복할 텐데… 마음껏 성경책 읽을 수 있는 시력이 있다면….’

우리 교회 성도 중에 참으로 힘든 상황에 처해있지만 하나님께 감사하며 살아가는 분이 계신다. 결혼 초기에 큰 병을 앓은 이후 지금까지 32년 동안 ‘위루’로 음식물을 섭취하기에 물을 마시는 시원함조차도 느끼지 못하고, 수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휠체어에 앉아 생활하시고, 가족들만 겨우 알아들을 수 있는 발음으로 의사소통을 한다. 그러나 늘 예배드리기를 사모하고, 매일 기도하며 한 손가락으로 컴퓨터 키보드를 눌러 이메일로 복음을 전하는 일을 쉬지 않아 아내와 자녀들 그리고 성도들이 존경하고 사랑한다.

화란의 선교사 코리 텐 붐과 그의 언니 베스티가 리벤스부룩 포로수용소에 수감되던 날, 더러운 수용소 막사와 벼룩이 뛰어다니는 침상을 보고 하나님을 원망했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후 그들은 하나님의 놀라운 은총을 깨닫고 감격했다. 무자비한 간수들이 예배드리는 이들을 제지하지 않은 것은 더러운 막사에서 벼룩이 옮을까 봐 아예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였다. 코리와 베스티는 어떤 환경에서든 하나님을 예배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계속 예배를 드렸다고 한다.

감사는 어떤 조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태도에서 나오는 것이다. 우리가 수많은 감사의 조건과 이유들을 찾지 못하는 것은 눈 앞에 펼쳐진 문제나 나의 유익에만 집착하는 좁고 어리석고 부정적인 마음 자세 때문이다. 물론 이해하기 어렵고 견디기 힘든 상황과 환경을 만날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처한 문제보다 더 크신 하나님이 계심을 믿는 우리는 감사할 수 있다. 신자가 감사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님께서 이 상황을 통해 어떤 말씀을 주시는지 들으려 하기 때문이다.

‘감사와 불평의 선택으로 행복과 불행이 결정된다’는 말이 있다. 우리 아버지 하나님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셨다는 사실을 믿는다면, 지금까지 베푸신 은혜를 기억하며 감사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앞으로 반드시 베푸실 은혜를 생각하며 감사하게 될 것이다. 율법에서 유월절, 초막절과 같은 절기를 지키게 하신 것도 본성상 감사보다 불평을 더 잘하는 인간을 아시기에 정기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도록 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감사주일을 맞이하여 의식적으로라도 우리의 감사를 헤아려보는 일은 우리 영혼을 풍요롭게 하는 은혜의 통로가 될 것이다. 당연하게 여기며 감사하지 못했던 감사의 조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감사의 제목들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그 감사의 마음을 가족과 성도와 이웃과 나눠보자. 상황과 상관없이 솟구치는 감사와 기쁨을 나누는 성도들로 인해 세상이 밝아질 것이다. “주님, 감사합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모든 것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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