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기 목사(이천은광교회)
김상기 목사(이천은광교회)

“쇠사슬에 묶이지 않은 영원한 영혼이여

지하 감옥의 가장 맑은 곳, 자유여

누구도 이 흔적을 지우지 마라!

그것은 폭군에 항거하여 신에게 호소한 자국이리니”

<시옹성의 죄수>(바이런, Byron)

위의 시의 배경이 되는 ‘시옹성 지하 감옥’은 종교개혁 당시 스위스의 개혁자이자 제네바의 수도사였던 프랑시스 보니바르(Francois Bonnivard, 1496~1570)가 사보이 백작에 의해 구금돼 6년간의 옥고를 치러 유명한 곳이다. 시인 바이런은 훗날 스위스를 여행하면서 이 성의 지하 감옥에서 쇠사슬에 묶여 고통받던 보니바르를 떠올리며 시를 지었다.

개신교의 로마라고 불리는 스위스 제네바의 아름다운 바닷가 시옹성 지하에는 보니바르가 사슬(차꼬)에 묶였던 자국이 오늘도 남아있다. 종교개혁자들은 왜 이런 고난의 흔적을 우리에게 남겼는가? 종교개혁자들은 후대들이 보니바르의 사슬을 통해 무엇을 깨닫기를 원했던 것인가?

고난을 통해 교회에 물려준 종교개혁자들의 유산 중에는 공교회성을 빼놓을 수 없다. 초대교회부터 교회는 네 가지 요소가 공교회를 이루는 요소라고 보았고, 이는 2세기 교부 안디옥의 이그나티오스와 325년 니케아 공의회와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에도 담겨있다.

첫째, 공교회는 하나(단일성)이다. 성부, 성자, 성령이 하나이듯 공교회는 하나이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하나의 성찬, 하나의 세례가 있다. 

둘째, 거룩함이다. 지상 교회는 죄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나, 삼위일체 중 한 분인 성자, 예수 그리스도의 위에 세워진 공교회는 거룩함을 지니고 있다. 지상 교회가 여러 문제와 어려움을 지닌 교회이지만, 그 본질은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함을 지니고 있다. 

셋째, 보편성(공통성)이다. 세상에 널리 퍼진(보편)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같은 신앙을 따르는 공통성을 지닌다. 

넷째, 사도성이다. 공교회는 사도의 전통을 따르는 교회이다. 구약성경과 신약성경, 니케아 공의회를 포함한 초대 공의회의 신학사상과 교의와 교회 전통을 따른다.

종교개혁자들은 로마가톨릭과 세속주의로부터 공교회성을 위해 교회를 개혁했다. 그러나 지금 여러 교회들은 교단 총회를 탈퇴하고 상회로부터 아무런 지도나 감독을 받지 않기 위해서 교회를 개별화 또는 분리화를 시도함으로써 공교회성을 훼손하고 있다. 총회 현장과 목회 현장에서 들리는 이런 소식은 가히 염려스럽고 공교회성의 회복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개인적 또는 개교회적 문제 때문에 타 교단으로 이적하는 교회와 목회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도 한다.

공교회성이 무너지는 소리이다. 교회의 공교회성의 반대 개념은 ‘개교회주의’일 것이다. 개교회주의는 어느 특정한 개인이나 단체가 주도해 교회를 사유화하고 지역이나 전체 교회와의 공동체적 교류가 부족한 교회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좁은 의미에서는 교회의 사유화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실시한 ‘2023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교회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21%였다. 2020년도에 비해 10%가 떨어졌다. 한국교회의 사회적 섬김과 봉사의 실종, 교계 목회자들이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상대를 비난하거나 폄훼하는 행위는 신뢰도 저하의 원인인 동시에 공교회성에 아주 멀어져 있음을 반증하다. 한국교회가 코로나 팬데믹의 침체를 넘어 부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개교회 이기주의를 버려야 한다. 개교회주의로 인해 신자들과 불신자들이 교회를 이기적 종교집단으로 불신하는 것에서 신망을 회복하는 것이 급하다.

그렇다. 제108회 우리 총회의 교회를 향한 간절함은 ‘교회여 일어나라!’에 집약됐다. 가슴 시리도록 사랑하는 교회의 ‘일어남’은 교회의 공공성에서 시작돼야 할 것이다. 교회가 지역사회와 공동체의 하나님 나라 세움을 위해 공공성을 회복하고 실천하는 것은 미룰 수 없는 개혁 과제이다.

“이 흔적을 지우지 말라!” 스위스 제네바 시옹성의 지하 감옥에서 공교회성 회복을 위해 쇠사슬에 매였던 개혁자의 외침을 506주년 종교개혁 주간에 마음의 귀로 듣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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