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일 목사(간석장로교회)
전원일 목사(간석장로교회)

어느덧 2023년도 석 달이 채 남지 않았다. 한해의 끝을 향하는 이맘때 교회들은 내년 예산과 사업계획을 세우며, 교역자들은 새로운 사역지를 찾아서 이동한다. 코로나 팬데믹 여파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한 부분이 있지만 떨림과 기대로 인한 설렘이 공존하는 기간이다.

수많은 목회방법과 프로그램이 제시되지만 새로운 해의 계획을 정할 때 가장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은 목회자의 목회 비전과 개교회의 설립목적을 확인하는 것이다. 최근 한국교회에 교회가 처한 현실을 사회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관들이 활동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한국교회트렌드 2024>라는 책을 내고 성도들의 신앙생활이 개인의 영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급격히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는 집 안에 머무르면서 영상을 즐기고 예배도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드리는 것을 당연시했다. 깔끔하고 호소력 있는 설교가 고가의 장비와 전문적 기술을 갖춘 사역자들의 손을 거쳐 성도들에게 전달됐다. 각종 묵상이나 신앙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영상들도 풍성해졌다.

성도들은 스마트폰을 켜고 여러 목회자들의 영상설교나 다양한 콘텐츠를 보고 영향을 받게 됐다. 호소력있고 매력적인 콘텐츠를 송출하는 교회의 조회수가 크게 올라가고 그러한 교회들이 숫적으로 성장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영상이 주류가 아니었을 때 성장의 문제점을 발견하지 않은 대형교회조차 비슷한 대형교회들과의 영상 경쟁에 매우 민감해졌다. 하물며 군소교회들과 미래자립교회들의 부담은 어떠하겠는가? 교회마다 부교역자를 구할 때 영상 활용 능력을 우선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적임자를 구하기가 여의찮은 실정이다. 그러나 낙심하고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목회트렌드연구소는 모든 교회가 최선을 다해 올라인(All-Line) 시스템을 갖추고, 개인 영성을 건드릴 수 있도록 소그룹 사역에 관심을 기울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목회트렌드연구소도 <목회트렌드 2024>라는 저서를 통해 올라인과 소그룹이라는 유사한 대안을 제시했다. 나아가 목회자 자신의 각고의 노력을 촉구했다. 목회자들이 목양 일념으로 최선을 다해야 하고 특히 영상에 익숙한 성도들에게도 들릴 수 있는 스토리가 있는 메시지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목회자들의 영성 생활과 함께 꾸준한 독서와 자기 계발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목회자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를 갖춰야 하고 나아가 교회 자체가 모든 사람에게 각인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 내는 데까지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소교회나 미래자립교회의 경우, 교회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장기적으로 구축하고 투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목회자는 교회의 영적 나침반을 제시해야 하는 자리에 있다. 목회자가 영상 전문가가 되거나 이전에 경험하지 않은 사역에 대해 큰 진보를 단시일 내에 이루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영적 지도자이기에 교회 안팎의 변화를 감지하고 대처하는 방안에 대한 폭넓은 이해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 이러한 변화는 목회자 한 사람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 결국 평신도 사역자들이 목회자와 동역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또 이들이 교회 사역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묶어 주어야 한다. 온 교회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이전과는 다른 결연한 자세와 생각으로 인구절벽과 교세감소라는 벽을 뛰어넘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교회의 부흥은 당면과제일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명령이기도 하다. 교회는 생육하고 번성하며 땅을 정복하고 다스려야 할 책임이 있다. 부정적인 전망과 통계가 늘어나는 때지만 초심으로 돌아가 목회의 소명과 교회의 비전을 확인하는 데서 시작한다면 좋은 열매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교회의 부흥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눈에 보이는 상황이 비관적일지라도 견뎌 나간다면 교회는 이전보다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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