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덕 목사(일산교회)

윤상덕 목사(일산교회)
윤상덕 목사(일산교회)

아내가 정해준 법인데, 초등학교 6학년이 된 딸은 아빠를 독점하여 여행한다. 사춘기가 오기 전, 아빠와 친해지라는 아내의 배려다. 이번에도 다녀왔다.

내게는 딸이 셋 있는데, 첫째도 둘째도 모두 6학년 때 나와 일본 오키나와로 여행을 했다. 제법 한산한 곳이어서 운전도 자유롭고, 물가도 우리나라의 어떤 섬보다 저렴했다. 한 끼 식사는 만원이면 충분했고, 100엔 스시는 아무리 먹어도 두 사람이 삼만원이면 충분했다. 사실 이것은 아빠의 관점이다. 딸아이의 관점은 무엇보다 비행기 타고 외국을 가보았다는 것이다. 학교와 학원, 틀에 박힌 일상을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천국일 것이다. 일본어를 못한다고 타박하지 않고, 오히려 기다려 준다. 작은 물건 하나를 위해서 친히 뛰어다니며 알아봐 준다. 맛본 적 없는 외국 음식까지 먹는 것은 덤이다.

기대 이상이었다. 일본에서 온 거대한 거품을 일으키며 새우를 삼키는 고래상어를 보며 입을 다물지 못하던 아이, 흔들리는 카약을 타고 맹그로브 숲을 헤집고 다니다가 망망대해로 나가 해지는 순간의 바다를 바라보는 황홀한 순간. 그런데 놀라운 점이 있는데, 이곳의 이런 감동은 약간의 시간과 돈만(물론 부담스러운 금액이지만) 있으면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곳에서 오사카가 집인 일본인 가족도 만났다. 3일간 함께 하며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 나는 목사인 것을 밝혔고, 그들은 신기해했으며, ‘사랑합니다’로 시작하는 내 설교를 들려주며 ‘아이시테루’라는 인사를 나누었고, 교회를 소개했다. 그리고 12월에 한국에 오면, 다시 만나기로 했고, 내 딸아이는 그날 학교에 안 가기로 했다. 나는 우리 집에 묵을 수 있도록 초청했고, 그들은 오사카에 와서 자기 집에 와서 자라고 했다. 서로가 많이 그리운 모양이다.

문득 생각한다. 천국 체험 여행은 없을까. 천국을 미리 맛볼 수 있다면, 우리 모두 천국을 사모하지 않겠나. 천국을 체험하려면 벗어나야 할 것은 벗어나고, 새로운 것은 경험해야 한다. 천국 체험 여행을 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서 어디로 가야 하나. 그곳은 예배실이어야 하고, 목양실이어야 하고, 당회실이어야 한다. 성도들이 교회에 올 때마다 천국을 체험하고 충전해서 한 주간을 살아가도록 만들어야 한다. 성도들은 자신의 교회를, 가정을 천국 체험 장소로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성도의 모든 공간이 이 땅이 아니라 저 하늘의 가치로 채워지도록, 조급함은 사라지고 기다림이 있는 곳, 정죄와 미움은 사라지고 사랑이 채워진 곳이 되도록 말이다. 그러면 돈 한 푼 없이도 천국 체험 여행을 마치고 천국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기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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