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있지 않은〉(조혜경/지혜의언덕)

삶에서 견디기 힘든 역경이 닥쳤을 때 당신은 무엇을 했는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수습에 나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스마트폰 전원을 끄고 칩거에 들어가는 이들도 적지 않다. 가족이나 지인의 위로 속에서 회복의 계기를 마련하기도 하고, 때때로 역경의 파도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무너지기도 한다. 크리스천들은 아마도 평상시보다 몇 곱절 많은 기도를 드렸을 것이다.

토지문학제 대상과 기독신춘문예 대상 이력이 있는 저자는 ‘죽을 만큼 힘든 시간을 보낼 때’에 펜을 잡았다. 때마침 월간 <월드뷰>에서 수필 원고 청탁이 들어온 터였다. 비록 자발적 글쓰기는 아니었지만, 힘겨운 시간 속에서 잡은 펜 끝은 저자를 아득한 과거로 안내했다. 시계를 되돌려 오랜 기억을 한가득 끄집어낸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때 나는 알았다. 기억이, 그리움이, 위로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음의 매개체는 사람, 사물, 사건이다. 저자는 학창 시절과 친구 이야기, 총신신대원에 입학한 계기, 신대원에서 만난 남편, 신학자의 아내로 떠난 유학 생활, 타국에서 만난 이웃과의 사연 등을 마음을 울리는 문장으로 써 내려간다. 특히 가족들 얘기가 많다. 남편과 세 딸을 비롯해,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 형제와 친인척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단어는 그리움이다. 저자는 지나간 시간을 그리워하며, 떠나간 사람을 그리워한다. 무엇보다 하나님을 향한 그리움이 짙게 담겨 있다. ‘다시 만날 수 있는, 이별의 커다란 슬픔 그 너머 영원의 문을 바라볼 수 있는 소망이 내게 있음에 감사한다’.

지난날 사람, 사물, 사건이 얽히고설키며 여러 문제와 고민을 양산했지만, 당시를 돌아본 저자는 굳건한 믿음과 뛰어난 통찰로 해결 방향을 제시한다. 그런 과정에서 자신을 위로하는 저자의 문장을 통해 독자들 또한 위로받기 충분하다. 그래서 우리도 깨닫는다. 기억이, 그리움이, 위로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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