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8회 총회 둘째 날 저녁회무는 총회 역사상 가장 개혁적인 순간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19시부터 21시까지 총회에 상정된 개혁 안건들이 빠짐없이 통과됐다. 해당 안건의 면면을 살펴보면 하나 같이 총회에서 결의해야 했지만, 결의할 수 없었던 사안이다.

언급만 해도 논쟁이 벌어지는 ‘여성 강도사 허락’, 정책총회 실현의 발판 ‘정책연구소 설립’, 총회 교육의 컨트롤타워가 될 ‘교육위원회 신설’과 ‘교육R&D센터 설립’, 교회 내 성범죄 예방에 도움을 줄 ‘성윤리 예방 및 대응 매뉴얼 채택’이 2시간 사이에 전부 통과됐다.

20년 가까이 총회를 지켜본 기자도, 그 이상 총회를 취재한 선배기자도 이와 같은 순간은 지금껏 본 적이 없다. 물론 총회 넷째 날 여성 강도사고시 시행이 철회되고, 선관위 의혹을 사과로 마무리한 것은 아쉽고도 안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합적으로 따지면 제108회 총회는 개혁총회로 가는 서막을 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개혁총회로 가는 길은 여전히 멀다. 이번 총회현장의 결의는 첫 단추를 끼운 것 정도로 보면 된다. 제108회기에 개혁총회를 완성하기 위해선 결의한 안건을 어떻게 시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책연구소만 해도 설립만 한다고 정책총회가 되는 게 아니다. 전문인력을 배치하고 장단기 정책을 충분히 연구 및 조사할 수 있는 예산이 배정돼야 한다. 여기에 더해 정책연구소는 총회장이나 교단 내 특정인물에게 영향받지 않는 독립적인 기관으로 운영돼야 한다. 교육위원회의 경우 정책연구소보다 상황이 더 복잡하다. 정책연구소는 독립 기관의 성격을 가졌지만, 교육위원회는 총회 교육 관련 부서와 기관을 총괄하기 때문이다. 기존 교육 부서 및 기관과의 교통정리가 최우선 과제다.

제108회 총회현장에서 안건을 결의했다면, 앞으로 펼쳐질 108회기는 안건을 실천하는 시간이다. 개혁안건을 결의했다고 개혁총회가 되는 게 아니다. 개혁안건이 시행돼야 개혁총회가 완성되고, 나아가 명품총회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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