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덕 목사(일산교회)

윤상덕 목사(일산교회)
윤상덕 목사(일산교회)

시선이 머물렀다. 엘라 F. 워싱턴의 <다정한 조직이 살아남는다>라는 책의 신문 광고를 처음 보았을 때. 평소에도 우리 전통 시조 ‘다정가’(多情歌)를 읊조리는 나였는데, ‘다정한 조직’이라는 말이 왜 그리 낯설고 어색한지. 그렇다! 우리는 너무나도 당연한 ‘다정한 조직’이라는 말을 잃어버렸는지 모른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친밀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리더라고 늘 자부해온 그”인 그 책의 주인공은 “직원과 한 번도 나눠보지 않은 민감한 대화 주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그리고 내린 결론. “취약한 위치에 스스로 놓이는 것은 중요합니다. 제가 모르는 영역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그 불편함과 대면하는 일 자체가 엄청난 경험입니다.”

공동의회에서 압도적인 표를 받고, ‘주의 종’, ‘교회의 대표’라는 이름을 얻어 목양실 주인으로 하루 종일 홀로 생활하는 담임목사인 나는, ‘주의 뜻’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나 스스로 불편함을 대면하기보다 남들에게 불편한 경험을 주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다.(그리고 그 남들이 부교역자와 성도들이라니!) 한 지역 교회에서 오랫동안 봉사하면서 공동의회를 거쳐 당회원이 되고 당회실에 자리가 마련된 분들은 그 교회와 표를 주신 교인들 안에서 취약하지 않은 위치가 되기 쉽다. 그러니 당회장과 당회원은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나는 민감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가’, ‘취약한 위치에 스스로 놓이려 하는가’, ‘불편함과 대면하려 하는가’

그러려면 말하기보다 들어야 하고, 주장하기보다 공감해야 하고, 독주하기보다 겸손해야 한다. 따뜻한 교회를 만들기 위해 교회들마다 멋진 카페를 만들고, 새가족실을 단장하며, 새가족 전용 주차 구역을 지정하고, 교회 구석구석 재정을 들여 고치기도 한다. 부교역자들에게는 따뜻한 교회를 만들 아이디어를 가져 오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하나만 자문해보자. 큰 재정을 들여 외관을 바꾸거나, 큰 권위도 가지지 못한 부교역자들이 초대형 교회에서 모방해 온 아이디어가 담긴 행사를 여는 일과 여러 설교와 노회, 기관 등의 사역으로 많이 바쁘지만 담임목사가 직접 각 층을 다니며 교회 건물을 소개하며 커피를 내려드리는 새가족 심방, 그리고 당회원들이 당회실에서 나와 교회의 새가족들, 외로운 성도들과 직접 만나고 장례예배에 적극 참여하여 손 잡아 주는 일 중 어느 것이 교회를 더 따뜻하게 만들까.

다정한 목사가 되고, 따뜻한 교회를 만드는 일에 차선이 아니라 최선을 선택하면 좋겠다. 그리고 그 최선은 나에게 달려 있다는, 이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사실을 대면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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