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총회 기구혁신 위원 중 한 사람이 이런 얘기를 했다. “위원으로서 3년 동안 총회 내 상비부와 특별위원회, 상설기구를 비롯하여 타교단 현황도 열심히 살폈다. 그리고 총대들의 의견 청취를 위한 지역별 공청회도 하며 기구개혁을 위한 연구에 전념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총회에 보고하면서 일어났다. 보고서를 읽는 중 불과 2분도 걸리지 않아 “보고로 받고 마무리 짓자”라고 결의했다. 당시 의장석을 지키던 총회장도 기구개혁안이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혼잣말이지만 분명히 단상 마이크를 통해 이런 말이 들렸다. “이러면 총회장은 뭘 하라고?”

개혁안대로 하면 총회장이 힘을 쓰기 어렵다는 말로 들렸다. 그 이후 총회의 상비부와 여러 기구를 비롯해 특별 및 상설 위원회, 본부라는 이름이 붙는 조직 등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비효율적이고 방만한 구성과 운영이 여전한 것이다. 이에 더해 한 사람이 초인적인 힘을 곳곳에서 드러내는 것 역시 달라지지 않았다. 아무리 총회가 몇몇 특정인에 의해 운영된다고 하지만 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비효율을 떠나 잘못을 알면서도 그대로 방치하는 죄가 아닐까 싶다.

언제부터인가 총회는 새로운 회기를 열 때마다 거창한 구호를 내걸고 그에 따른 행사를 분주히 해왔다. 1년 내내 모든 행사에 동일한 구호가 붙기도 한다. 그렇다고 뭔가 달려졌다는 느낌을 받을 수는 없었다. 이제 진정한 변화와 개혁에 대해 사명감을 가진 일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것은 재정만 투입해서 될 일은 아니다. 여러 행사를 가능한 줄이고 모든 힘을 그것에 집중해야 가능한 일이다. 필요하다면 외부 전문가의 컨설팅도 받아야 한다. 그러면서 단기간에 강한 의지를 품고 밀어붙이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다. 모든 이해관계를 뛰어넘고 좌고우면하지 않아야만 한 걸음 뗄 수 있을 정도다. 한 회기가 훌쩍 지나갔다. 이제 새로운 회기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희생하는 자세로 개혁에만 몰두할 수는 없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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