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섭 교수 “하나의 교단보다 연방 형태 현실적”
장동민 교수 “일원화된 교회 세워야 혼란 방지”

기독교통일학회(회장:최현범 목사)와 하나와여럿통일연구소(소장:이수봉 목사)가 8월 21일 산정현교회(김관선 목사)에서 ‘기독교적 통일, 어떻게’를 주제로 제1회 목회자를 위한 통일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통일을 실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일선 목회자들의 통일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넓히고자 마련했다.

기조 발제를 한 안인섭 교수(총신신대원)는 통일한국의 교회 체제로서 연방주의적 형태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제안했다. 안 교수는 네덜란드교회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네덜란드 개혁교회는 1571년 독일 땅인 엠덴에서 교회 대표들이 모여 최초의 총회를 개최했다. 이때 대표단은 매우 다양한 배경의 인사들로 구성됐다. 즉 네덜란드 본토의 박해를 받는 교회 대표, 해외 피난민 교회 대표, 네덜란드어를 사용하는 북쪽 지방 대표,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남쪽 지방 대표들이 모였다. 신앙적으로도 북부 대표들은 하이델베르크 신앙고백서를 중시했고, 남부 대표들은 칼빈의 직접적 영향을 받았다. 다양한 배경과 언어와 신학을 가진 교회 대표들은 모여 개교회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계층적 위계를 철저히 배제하되, 상회 결정의 규범성을 존중하는 유기적 교회를 세웠다. 이 엠덴총회의 정신은 네덜란드 7개 주 연방공화국 형성의 사상적 지주가 됐다. 근대 세계의 연방공화국, 그리고 심지어 유럽 공동체(EU)의 사상적 출발점으로 평가되기로 한다.

안인섭 교수(오른쪽)가 목회자를 위한 통일 학술대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왼쪽은 장동민 교수.
안인섭 교수(오른쪽)가 목회자를 위한 통일 학술대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왼쪽은 장동민 교수.

안인섭 교수는 이같이 설명하고 “통일 후 한국의 교회는 하나의 교단을 세우거나 지역을 분할한다기보다는 연방주의적 구심체를 형성할 수 있다면 한국교회의 연합을 이루고 통일국가 형성에도 통찰력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안 교수는 “통일 이후 형성될 한국교회의 성격은 한반도의 통일국가 체제와 맞물려 있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의 경우, 1576년 헨트 평화협약을 체결해 역사상 최초로 종파를 초월해 그 지역 시민들의 신앙의 자유를 법적으로 보장했다. 이 사건은 1588년 상인들을 중심으로 하는 ‘네덜란드 7개 주 연방공화국’ 수립으로 이어졌다. 네덜란드는 가톨릭 국가인 스페인의 박해와 지배를 벗어나 독립을 쟁취하는 과정과 네덜란드 개혁교회가 수립되는 과정이 맞물려 진행됐다. 따라서 교회의 행동은 영향력이 있었으며 네덜란드가 개혁교회 중심의 연방공화국이라는 형태를 띤 근대국가로 발전하게 했다. 한국교회의 경우도 교회 연합의 정도는 통일 후 북한교회 뿐만 아니라 한국정치체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안 교수는 “한반도도 통일 이후 한국의 교회가 세워지는 과정을 준비할 때, 개체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전체의 중요성을 확립하는 근대적인 연방제 방식 교회 형태와 국가 체제에 관해서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고 밝혔다.

반면 또 다른 기조 발제를 한 장동민 교수(백석대)는 통일 후 한국교회는 교파교회를 북한에 심을 것이 아니라 단일한 교회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유는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다.

장 교수는 “만일 북한에 선교의 문이 열리면 장로교와 감리교를 비롯한 교단들이 저마다 역사(歷史)를 선점하기 위하여 다툴 것이 분명하다”면서 “과거 교회나 기도원이 있던 부지를 사들이고, 거기에 멋진 기념교회와 역사관 등을 건립해 자신들이 과거 위대한 부흥기 교회의 후예임을 자랑하고 싶어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장 교수는 “NCCK를 중심으로 하는 진보적 교단들은 조그련에 소속된 교회들과 손을 잡을 것이고, 보수적 교단들은 전국에 흩어져 신앙의 명맥을 유지하던 북한의 성도들을 흡수하려 교세를 확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 교수는 “한국교회의 분열은 해방 후에 일어난 일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깨우쳤다. 즉 이전까지 한국교회에는 조선예수교장로회(1912년 설립)와 기독교조선감리회(1930년 설립)가 있었다. 장 교수는 한국교회 분열의 역사를 회고할 때 통일 후 북한에 단일한 교회를 세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지금부터 북한선교를 준비하는 각 교단과 선교단체들이 연합하자고 호소했다. 장 교수는 “개신교 북한선교를 위한 단일한 조직을 만드는 것이 가장 좋고, 그렇지 못하다면 차선책으로 북한선교위원회와 같은 협의체를 조직해 통일 후 북한교회를 계획하자”고 덧붙였다.

이밖에 주제발표를 한 이수봉 목사(하나와여럿통일연구소 소장)는 복음 통일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아니라 반드시 함께해야 하는 의미의 연합이라고 강조했다. 정진호 교수(포항공대)는 “복음 통일을 위해 한국교회가 할 역할은 겸손하게 낮아지는 것”이라면서 “북한을 얼마든지 오갈 수 있는 조선족, 고려인, 재일조선인, 해외동포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득 연구원(서울기독교세계관연구원)은 “틱톡, 인스타그램, 유튜브로 넘치는 문화에서 논리적인 변증은 힘을 잃어간다”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생각과 모든 사회적 상상력을 그리스도께 사로잡히도록 만들기 위해 공공성이 체화된 공동체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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