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것들은 천천히 온다>(김용목 목사/오방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광주를 비롯 전남 일대 장애인들 중에서 김용목 목사를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랫동안 장애인선교단체 대표를 맡아 복음사역과 기독교사회복지 사역에 앞장섰고, 특히 <도가니>라는 대명사로 잘 알려진 광주인화학교 사건 진상규명과 후속처리 과정에 큰 역할을 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것들은 천천히 온다>는 실로암사람들 대표 김용목 목사가 장애인선교와 인권운동에 헌신해 온 과정에서 보고 느낀 이야기들을 모은 책이다.

짧은 칼럼 형식의 글들이지만 이야기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실로암센터, 오방장애인자립생활센터, 무진장애인장학회, 카페 홀더, 골목길음악회 등 김용목 목사가 장애인 친구들을 위해 애써 만든 시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몹시 따뜻하다. 그럼에도 그들이 일상을 지키고 생존을 이어가려는 현장에서 마주치는 인권의 문제들은 여전히 냉혹하다. 50대의 마지막 1년도 치열하게 살았지만 김 목사가 풀어야 할 숙제들은 점점 더 늘어간다.

아직도 수많은 인생들의 무게를 두 어깨에 짊어진 저자는 짧은 문장 속에 하고픈 메시지를 꾹꾹 눌러 담는다. 그래서 건조체로 작성된 이 책의 글들이 되레 어떤 때는 강렬한 설교처럼, 어떤 때는 가슴 치는 기도문처럼 읽히기도 한다.

“영화 <도가니>로 인해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도가니>는 여기저기에서 반복되고 있다. 진전은 있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 사회에서 자신의 인권에 대하여 자장하지 못하게 ‘침묵 당한’ 사람들의 인권이 한걸음 더 나아갔으면 좋겠다.”(책 본문 중에서)

그 소망으로 지칠 줄 모르는 그의 만남, 그의 걸음, 그의 사랑의 끝은 대체 어디에 있을까. 답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장애인들의 고달프고 외로운 행로에 저자가 기꺼이 동행해준 것처럼, 저자의 고달프고 외로운 행로에도 기꺼이 동행해 줄 새로운 친구들이 늘어난다면 그 발걸음은 훨씬 가벼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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