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돈 대표(기독교자살예방센터 라이프호프)
조성돈 대표(기독교자살예방센터 라이프호프)

한국사회에서 1년에 자살로 인해서 죽는 사람이 1만3325명이다. 하루에 37명이 자살로 인해서 죽는다. 좀 더 입체적으로 말한다면 1년에 육군 1개 사단이 자살로 전멸하는 것이다. 

자살은 우리나라 사망원인 5위이다. 암, 심장질환, 폐렴, 뇌혈관질환 다음으로 한국 사람들은 자살로 많이 죽는다. 대한민국은 결코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어떤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서 사람이 죽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사망원인 5위에 있다는 것은 이 사회가 결코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더 신기한 것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살로 인해서 죽어 가는데, 정부가 너무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자살 다음의 사망원인인 당뇨병을 예로 들면, 수많은 당뇨병 약이 나와 있고 신약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 병원이나 보건소 등을 가보면 당뇨병 예방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TV를 보면 당뇨병 예방을 위해서 운동을 하고 음식을 어떻게 먹으라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그런데 당뇨병으로 죽는 사람보다 자살로 인해서 죽는 사람이 더 많은데 자살을 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또는 주변에 자살의 위험에 있는 사람을 어떻게 도와야할지 배워본 적이 없다. 즉 정부와 사회가 너무 무관심한 것이다.

자살예방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어떤 질병처럼 신약이 개발되어 치료가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온 사회가 죽음이 아니라 생명을 향한 마음을 모아야 한다. 

우리나라가 원래 이렇게 자살이 많은 나라가 아니었다. 1998년 IMF가 찾아오기 이전까지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평균에 못 미치는 10명 이하였다. 그런데 1998년에 18명으로 오르고 안정을 찾는가 싶더니 2002년을 기점으로 계속 올라 2011년에는 31.7명까지 치솟았다. 즉 한 순간에 오른 것이 아니라 2002년부터 상승세를 탄 것이다. 그 이유는 생명이라는 절대적 가치를 내려놓고, 돈이라고 하는 상대적 가치를 절대 가치로 가졌기 때문이다. 효율과 속도를 중시하게 되는 사회로 변하면서 돈으로 자신을 증명할 수 없는 사람들의 생명이 무시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없으면 좌절하게 되고, 죽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 것이 바로 작게는 가치관의 문제이고, 사회로 보면 문화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죽음의 가치관과 그 문화를 이겨내고 생명의 가치관과 그 문화를 이루어내면 자살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바로 이 자리에 교회의 할 일이 있다. 죽어서 받게 되는 생명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더불어 이 땅에서 생명을 얻는 길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 땅에 생명을 전하고, 죽음이 아니라 생명으로 결단하라고 촉구하는 것이다. 구역장이나 교회 리더들이 자살하려는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를 배워서 주변의 어려운 이들을 돕는다면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것이다. 이들이 모두 생명의 수호천사가 되어서 주변을 돌아보고, 죽음이 아니라 생명을 이야기할 수 있다면 자살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교회들이 지역에 생명의 거점이 되면 좋겠다. 어려움에 빠진 이들이 힘든 때에 교회를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교회가 이런 이들이 찾아오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한다. 그래서 바로 우리 옆에 있는 바로 그 교회를 찾아가면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주면 좋겠다.

지금 우리 사회에 정말 필요한 것은 생명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바로 이 부분은 교회가 가장 잘 할 수 있다. 생명을 가지고 있고, 생명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전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교회다. 생명의 가치를 품은 하나님 나라 운동이 이 땅에서 거룩하게 펼쳐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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