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가 되라. 학자가 되라. 성자가 되라. 전도자가 되라. 목사가 되라.”

총신대학교 교정에 서 있는 교훈비의 내용을 가르친 고 죽산 박형룡 목사(1897~1978)의 묘소가 소천 45년 만에 이장됐다. 박 목사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는 총신대학교 교장을 역임했으며 <교의신학> 등 다수의 저서와 소신 있는 주장을 통해 오늘날의 교단신학을 수립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박형룡 목사는 사후 그가 공동 설립한 청암교회 파주 묘원에 안장됐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흘러 묘원 주변에 건축 폐자재 공장이 들어서는 등 환경이 악화되면서 재단장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됐다. 마침 <기독신문>은 2018년 박 목사 소천 40주년을 맞아 그를 재조명하는 특별 기사를 냈고, 증경총회장들이 이를 계기로 박 목사에 새삼 주목하여 그의 묘소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증경총회장들은 차제에 박 목사의 유골을 교단 지도자의 산실인 총신대신대원 양지캠퍼스로 옮기자고 주장했고 106회기 총회역사위원회와 당시 총신대 총장대행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양지캠퍼스 이전이 무산되고 5년의 세월이 흘렀다가 증경총회장들이 한 번 더 앞장서 이번 이장을 성사시켰다.

박 목사의 묘소는 청암교회 파주 묘원에서 애초 논의됐던 양지캠퍼스로 가지 못하고 묘원 안에서 양지바른 곳으로 이동했다. 거리로 따지면 수십 미터가 되지 않는다. 그만큼 의미 있는 역사적 유물들을 발굴하고 정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으며 여러 뜻있는 교회와 지도자들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우쳐 준다.

이번 이장은 박형룡 목사를 우리 마음속으로 성큼 다가서게 하는 큰 걸음이 될 것이다. 박형룡 목사가 새삼 조명을 받고 교단의 목회자와 성도들도 신학적 정체성 수호의 엄중함을 마음에 새기게 될 것이다. 더불어 오늘의 교단을 존재하게 한 선각자들과 소중한 것들 가운데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은 없는지 돌아보고 그것을 재조명하여 다음세대에 전달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깨우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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