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년 만에 지킨 약속> (전형일/원하고북스)

인생의 후반기를 선교현장에 바치는 일명 ‘하프타임 헌신’도 얼마나 귀한 일인지 모른다. 하지만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온 인물이 자신의 황금기를 선교현장에 투신하는 것은 더욱 깊은 고민과 결단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전형일 교사(원천하나기독학교)는 그러한 길을 과감하고 선택하고 실천한 케이스이다. 그는 군대를 제대하고 교원임용시험을 앞두고 있던 시절에, 단기선교를 통해 선교사자녀들을 위한 학교를 체험한 후 ‘나중에 교사가 된다면, 교직생활 중에 적어도 십분의 일이라도 꼭 선교지에 나와서 봉사해야겠다’고 결심한다.

그 결심은 그로부터 20년 만에 이행된다. 40대 중반, 개인적으로 인생의 커리어를 한창 쌓아가던 시점이었고 세 자녀의 교육에도 공을 들여야 했던 중요한 시기였다. 게다가 안정된 공립학교 교사직을 포기하고, 초등학교 교사였던 아내와 함께 사실상 선교현장과 다름없는 기독교대안학교 교사 생활을 8년 넘게 해왔기에 서원은 이미 이행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온전한 헌신을 소망했고, 드디어 2017년 필리핀으로 떠나 세계 각국 출신의 선교사 자녀들을 가르치는 교사생활을 수행한다.

만약 이야기가 여기에서 그쳤다면 <이십년 만에 지킨 약속>은 하나의 감동적인 간증으로 완결되었겠지만, 이 책은 평범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지 않았다. 이후 초보 MK사역자가 직면한 난감했던 상황에 저자는 훨씬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영어로 수업하기, 학부모인 선교사들 상대하기, 집과 자동차 마련하기, 심지어 코로나19 기간의 온라인 수업까지 좌충우돌의 시간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은 앞으로 MK사역에 헌신할 예비사역자들을 위한 지침서로서 전혀 손색이 없다. 헌신이라는 게 결단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끝없는 도전과 응전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는 교훈을 독자들은 발견한다.

더불어 특별한 부르심을 받은 사명자들만이 아니라, 평범한 이들이 각자 은사를 발휘해 동역함으로 선교라는 위대한 과제가 완성된다는 사실도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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