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문화공간 멍때림 임재훈 대표
카페, 도서관, 채플 등 다양한 문화공간
“멍때림은 사람들 스스로 찾아 오는 교회”
8월 21일 기독교 문화선교 세미나 개최

토~월요일 2시, 파이프 오르간 연주는 여행객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토~월요일 2시, 파이프 오르간 연주는 여행객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후두두두둑"
마니산 끝자락에 위치한 채플실에 도착할 무렵, 차창을 후려치던 빗줄기가 잠잠해졌다. 이윽고 고요하게 들려오는 오르간 연주가 구름 사이를 빠져나오는 햇살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주말부터 월요일까지 강화도의 한적한 곳에 닿으면 이처럼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들을 수 있다. 큐브 형태의 채플실에서 장중하게 울려 퍼지는 오르겔의 선율. 통창 앞으로 쏟아지는 햇살과 함께 찬송가 210장(시온성과 같은 교회)의 웅장한 피날레는 청중을 압도했다.

인천 강화군 화도면에 위치한 기독교문화공간 ‘멍때림’의 주일 모습이다. 멍때림은 그저 전망이 좋은 여행지의 잘 꾸며 놓은 카페에 불과하지 않다. 카페를 넘어 도서관과 갤러리, 채플, 정원 등 설립 취지가 담긴 건물이 경사로를 따라 이어져 있고 안과 밖으로 다양한 휴게 공간이 마련돼 있다. 말 그대로 ‘문화공간’이다. 멍때리기부터 채플까지, 남녀노소 언제든 쉬어갈 수 있는 여유롭고 호젓한 공간과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기독교문화공간 멍때림 전경.
기독교문화공간 멍때림 전경.

“누구든 편히 쉬어갈 수 있는 곳을 만들자는 취지로 ‘멍때림’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물론 처음엔 이 말이 조심스러웠죠. 기독교 문화공간인 만큼 성경적으로 가야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팬데믹을 거치면서 최적의 이름이 됐습니다.”

멍때림 대표 임재훈 목사의 말이다. 멍때림은 팬데믹이 한창이던 3년 전 봄, 문을 열었다. 인천 산곡교회(독립교단)의 설립자이자 원로목사인 임 대표는 개척 초기부터 문화 사역에 관심이 컸다. 복음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복음을 듣는 이가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문화나 환경을 입혀 전달하는 ‘선교적 상황화’를 마련해야 한다고 확신했다.

멍때림 대표 임재훈 목사는 “멍때림의 다양한 공간을 통해 여행객들이 복음을 만나고 있다며 편안한 쉼을 통해 치유자로 성숙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멍때림 대표 임재훈 목사는 “멍때림의 다양한 공간을 통해 여행객들이 복음을 만나고 있다며 편안한 쉼을 통해 치유자로 성숙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역 교회가 찾아가서 데려오는 교회, 예배의 시간과 장소가 정해져 있는 교회라면 멍때림은 스스로 찾아오게 만드는 교회입니다. 그런 교회가 되기 위해 깊이 고심한 것이 바로 ‘공간’입니다.”

임 대표는 ‘공간이 곧 콘텐츠’라는 철학을 멍때림에 녹여 넣었다고 말했다. 유토피아는 아니지만 사회에서 실제로 현실화 된 유토피아적인 장소를 뜻하는 미셸 푸코의 ‘헤테로 토피아’가 현대인들에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상적인 콘텐츠로서의 공간은 심리적 안정감까지 제공하는 ‘신경 건축학적’인 공간이어야 함을 확신해 그에 따른 인프라와 프로그램도 동시에 준비해 왔다.

“교회 본연의 물리적 공간뿐 아니라, 하나님 품 안에 들어와 있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제공해 주고 싶었어요. 복음과 마주하는 시작으로서의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멍때림 카페는 ‘맛때림’의 즐거움을 주는 공간이다. 물론 카페에도 멍때림의 공간은 충분하다. 카페 바로 위에 위치한 도서관과 갤러리는 영국교회나 선교사의 집무 공간처럼 고풍스럽고 따듯하다. 기도, 묵상의 공간 속에 씌어 있는 성경 구절은 가나안 성도, 나그네의 곤한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준다. 7월 첫 주일 오픈한 멍때림 채플은 이은석 건축가가 설계하고 홍성훈 오르겔바이마이스터가 오르간을 설치한 예배당이자 전용 연주홀이다. 정경미 작가의 아름다운 스테인드 글라스로 미술적 요소까지 갖췄다. 채플 강단 뒤 가득한 통창과 마니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옥상 전망은 멍때림이 가진 마성의 공간이기도 하다.

“멍때림은 새로운 형태의 교회면서도 작은 순례지, 선교지, 교회, 문화공간입니다. 사람을 하나님께로 이어주는 매개가 되길 소망하며 기도하고 있어요.”

멍때림은 ‘매개’가 되기 위해 보다 실제적인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무료 상담·법률·정신의학센터 등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상한 마음을 치유하고 무너진 신앙을 회복하며 불신자를 구원하고 싶다. 멍때림을 찾는 모든 이들을 위해 예배와 오르간 연주도 매일 갖고자 한다.

“멍든 가슴을 안아 줄 때 멍때림이 시작됩니다. 저희가 소망하는 것은 상처 입은 치유자들이 또 다른 이를 위해 치유자로 살아가도록 돕는 일입니다.”

멍때림은 이 꿈을 이웃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기독교 문화 목회에 관심이 있는 목회자 부부와 신학생을 대상으로 ‘기독교 문화 선교 세미나’를 8월 21일 멍때림채플에서 갖는다. 이 시간을 통해 복음의 콘텐츠로 공간을 활용해 급속도로 침체되고 있는 농어촌과 도심의 교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다. (0507-1357-9280 인스타그램: mung_hit, mung-chap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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