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피를 힘입어〉 (최관호/예영커뮤니케이션)

한국누가회(CMF) 전임사역자로 활동하는 최관호 간사는 ‘신학을 전공한 정신과 의사’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남다른 관점으로 성경을 살피고, 성경 속 인물들의 내면을 들여다 본 이야기를 <하나님을 위한 변명> <나사렛 여인 마리아> 등의 책으로 내놓았다.

<예수의 피를 힘입어>(예영커뮤니케이션)라는 제목으로 나온 세 번째 책의 주인공들은 사사기에 등장하는 기드온 바락 삼손 입다 등이다. 전작에서 여성인물을 집중 탐구했던 저자가 이번에는 남성인물, 그 중에서도 싸움을 회피하지 않는 강단을 지닌 데다 강력한 리더십까지 겸비한 전형적 ‘상남자’들을 다룬다.

네 남자는 격동의 시대에 자신의 겨레를 위해 분연히 일어난 지도자였던 것 말고도 또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히브리서는 그들에 대해 이렇게 서술한다. “내가 무슨 말을 더 하리요. 기드온, 바락, 삼손, 입다, 다윗 및 사무엘과 선지자들의 일을 말하려면 내게 시간이 부족하리로다.”(히 11:32) 그들은 ‘하나님의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실 성경을 꼼꼼히 읽어본 사람들 중에서는 이렇게 후한 평가가 썩 내키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각자 장점만큼이나 한계도 뚜렷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미디안과의 전투 후 전리품으로 얻은 금붙이들로 에봇을 만들어 섬기도록 한 기드온, 여성 사사 드보라의 뒤로 숨으며 소심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바락, 적의 계략에 휘말려 두 눈마저 뽑힌 채 비참한 최후를 맞았던 삼손, 섣부른 호언장담으로 전쟁의 영웅에서 한순간 딸을 잃은 비련의 아버지로 전락한 입다.

저자는 꽤 많은 분량을 들여 네 사람의 삶을 치밀하게 조명하며, 이들을 위대하게 만들어준 것은 결코 본인의 업적이나 자질이 아니라 말한다. 각자의 신앙과 삶이 그리스도와 연결되는 신비하고 은혜로운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비로소 다윗이나 사무엘과 동등한 존재로 간주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책 제목이 ‘예수의 피를 힘입어’인 이유는 이 대목에서 드러난다.

나아가 ‘당신은 다릅니까?’라는 질문으로 도전하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인간군상을 대표하는 네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의 실체를 투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독자들은 금세 깨닫게 된다. 우리 역시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한 존재이며, 그리스도의 보혈을 통해 위대한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결론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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